사진=게티이미지

제약사들이 신년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대됨에 따라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70여 곳이 당장 다음달부터 업무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본지 분석 결과, 해당 기업들이 업무 정상화를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120억 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팜뉴스는 개별 기업들의 인건비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9월 분기보고서 기준).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현재 300인 이상 사업체에 대해 적용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내년부터 50인 이상 사업체로 확대된다.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다. 만약,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에게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앞서 지난 2018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주 52시간 근무제는 제약업계 등에서 시행준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자 우선적으로 300인이상의 기업에 한해 올해부터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주 68시간(평일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주말휴일 16시간) 근무시간이 주 52시간(평일 40시간+연장 주말 12시간)으로 변경되면서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 근로는 1주일에 최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됐다.

또 연장·휴일·야간(오후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사이) 근로에 해당할 경우, 회사는 임금의 1.5배를 직원에게 지급해야 한다. 만약 연장 근무이면서 야간 근로에 해당 할 경우 회사는 임금의 2배 해당하는 돈을 써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중소제약사들의 신약개발 경쟁력과 의약품 생산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근심도 마찬가지다. 시장 참여자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이 제약사에게 어느 수준까지 파장을 미칠지, 또 어느 기업이 대상인지에 대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 신규 73곳 제도권 안착…인건비·시간 ‘늘고’ 생산성 ‘줄고’

내년 신규로 주 52시간제 적용이 유력한 회사는 총 73곳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기업들은 총 인원 50인이상 300인 미만의 기업들로, 퓨쳐캠, 프로스테믹스, 피씨엘, 지노믹트리, KPX생명과학, 옵티팜, 셀루메드, 티앤알바이오팹, 바이오솔루션, 코아스템, 신라젠, 제노포커스, 엘앤씨바이오, 나이벡, 에이비엘바이오, 팬젠, 펩트론, 일동홀딩스, 에이치엘비, 한미사이언스, 올리패스, 우진비앤지, 유틸렉스, 애니젠, 네이처셀, 인트론바이오, 강스템바이오텍, 에이프로젠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대봉엘에스, 파미셀, 오리엔트바이오, 쎌바이오텍, 대성미생물, 화일약품, 디에이치피코리아, 알리코제약, 알리코제약, 코미팜, 케어젠, 중앙백신, 에스텍파마, 이수앱지스, 휴온스글로벌, JW홀딩스, 녹십자엠에스, 유바이오로직스, 서울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 제넥신, 차바이오텍, 세운메디칼, 녹십자홀딩스, 삼성제약, 한국유니온제약, 휴메딕스, 아이큐어, 진양제약, 녹십자웰빙, 녹십자셀, 메디포스트, 일성신약, CMG제약, 메타바이오메드, 경남제약, JW생명과학, 우리들제약, 고려제약, 한스바이오메드, 동구바이오제약, JW신약, 콜마비앤에이치, 비씨월드제약, 조아제약 등이 제도권 영향을 받는 기업들로 분류됐다.

문제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기업에 미칠 파장이다.

사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게 단편적인 면만 보면 단순히 인건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예상 가능한 문제는 크게 2가지다.

일단 강제적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그 공백을 메울 또 다른 인력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추가적인 인건비가 더 나간다는 뜻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은 특성상 생산직 근무자의 초과 근무가 잦고, 연구개발 인력 역시 많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신약 개발 속도와 의약품 생산 속도 역시 그 만큼 줄어드는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당장 신약 후보물질 하나를 발굴하는 데만 해도 연구원들이 밤샘 작업이 다반사다”면서 “R&D 영역은 시장 선점을 위한 시간과의 싸움이다. 연구자들에게 근무 시간을 제한한다면 제약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의약품 생산량은 시간과 인력 수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근무시간을 제한할 경우 생산량이 줄어드는 만큼 나머지 시간만큼의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매출이 높은 의약품일수록 야간 공장 가동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만큼 제약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회사가 기존의 타임라인을 맞추기 위해서는 신규 인력 충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에서 공개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신규 인력에 소요되는 급여는 기존 직원들에게 덜 주게 될 인건비보다 76%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초과 근무자는 약 26%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됐으며 1인당 월평균 임금은 약 33만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예를 들어 A 사가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연간 기존 인건비가 1억원 줄어든다면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신규인력 고용 시 약 1억7,600만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더 들어간다는 의미다. 결국 회사 입장에선 7,600만원의 비용이 더 지출되는 구조인 것.

현재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 수는 3만9,073개로, 인건비 감소분을 제외하고 신규인력 충원에 따른 부담 증가분은 약 2조 9.132억원(업체당 연평균 7천5백만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약사를 포함해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는 차질 없이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다”면서도 “다만, 이를 보완할 탄력근로제 등에 대한 입법 조치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업계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반영할 예정이다.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사항’도 고려할 계획이며, 위반사항 적발 시에는 충분한 시정기한을 부여 하겠다”고 밝혔다.

 

≫ 신규 고용 따른 인건비 기업당 연 2억 미만…금전적 피해 크지 않을 듯

본지는 앞서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제약업계의 인건비 영향도를 추정했다. 단, 제약바이오의 특성상 추가 근무 인원 비율을 26%에서 36%로 조정했다.

분석 결과, 조사대상 73곳 제약사는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총 158억원(평균 2억1,700만원)의 인건비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신규 고용에 따른 인건비는 총 278억원(평균 3억8,100만원)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제약사들이 부담할 총 비용은 약 120여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기업 당 추가적으로 부담 할 연평균 인건비는 약 1억 6,500백만원 수준이었다. 인건비로 늘어날 금전적인 피해가 당초 우려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 것.

제약사별로 보면, 조아제약, 비씨월드제약, 콜마비앤에이치, JW신약, 동구바이오제약 등 300명에 가까운 직원수를 보유한 곳은 신규 채용에 따라 약 3억원 내외의 인건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인 미만의 퓨쳐캠, 프로스테믹스, 피씨엘, KPX생명과학, 지노믹트리, 옵티팜 등은 1억원 내외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구 인력의 평균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비용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약품 생산 자체가 고도로 숙련된 전문 인력이 필요한 데다 관련 인력 확보도 수월하지 않기 때문에 중소제약사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어려움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