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국내에서 진통제로 처방되고 있는 트라마돌 성분 약제를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해외에서는 이미 트라마돌을 마약류로 엄중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수년째 ‘검토 중’으로 일관하고 있다.

트라마돌(Tramadol)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중증 및 중증도 급만성 통증에 주로 사용돼온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다. 오피오이드는 뇌와 척수에 있는 단백질에 결합해 통증 지각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강력한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

익명을 요구한 약학대학 교수는 “일반적으로 진통제는 아스피린과 같은 NSAIDs(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 계열의 약제를 쓰는데, 그게 듣지 않을 경우에 쓰이는 것이 트라마돌이다”며 “경구투여가 가능해서 트라마돌염산염과 아세트아미노펜의 복합제로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트라마돌 성분 의약품의 시장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과 트라마돌염산염의 복합제 성분의 원외처방 시장 규모는 2016년 934억, 2017년 944억, 지난해 역시 968억원을 기록했다. 처방 규모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약사사회에서는 그동안 수차례 트라마돌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트라마돌은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이다”며 “미국에서 이미 트라마돌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한 까닭이다. 부작용이나 중독성에 대한 위험이 상당하지만 국내에서는 진통제로 쓰인다. 국내 보건 당국이 트라마돌의 의존성과 중독성을 비교적 낮게 평가해왔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실제로 미국은 트라마돌을 엄격하게 관리해왔다. 미국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gency)은 의존성에 따라 마약류를 5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DEA는 트라마돌 성분을 알프라졸람과 같은 ‘Schedule Ⅳ substance(물질)’로 분류했다. ‘Schedule Ⅳ substance’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향정신성 의약품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최근 미국 시민사회에서는 트라마돌에 대한 관리를 더욱 엄격한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6일 미국 시민단체 ‘Public Citizen’은 DEA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트라마돌에 대한 기존 관리 기준을 ‘Schedule Ⅳ’에서 ‘Schedule II’로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Public Citizen’은 “트라마돌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된 이후에도 과도하게 처방됐다. 중독성을 갖춘 치명적인 마약이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식약처는 수년째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식약처는 트라마돌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2015년에 트라마돌을 집중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한 이후 이상 사례 발생 여부를 주시 중이지만 현재까지 약물 의존이나 정신질환과 같은 오남용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지역의 약대 교수는 “국내에서 트라마돌 오남용을 모니터링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모든 의약품에 대한 부작용이나 이상 사례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아마 식약처가 말하는 ‘모니터링’은 관리원에서 받는 데이터를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라마돌이 오남용 사례로 보고되려면 환자가 약물 의존성이 너무 높아 직접 약국이나 병원에 찾아가 호소하는 경우가 생겨야 가능할 것”이라며 “이렇게 약물 의존성이 높은 환자가 스스로 오남용을 범했다고 신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다 처방을 하는 일부 비윤리적인 의사들도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 환자들의 경우 트라마돌 중독 증상으로 보이는 정황이 본지 취재 결과 곳곳에서 포착됐다.

최근 환자 A 씨는 섬유근육통 환우회 온라인 커뮤니티에 “섬유근육통을 진단받고 약을 먹은 지 8년 정도 됐다”며 “트라마돌을 아침저녁으로 먹는데 약 중독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중독성이 없는 약이라고 설명했지만 약 기운이 떨어지면 공황장애를 겪는다”며 “갱년기 증상이라고 생각해서 호르몬 치료를 받아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트라마돌을 먹으면 금세 좋아졌다. 트라마돌을 제시간에 먹지 않으면 너무 견디기 힘들 정도다. 줄이고 싶지만 도저히 줄일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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