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국가기술자격 개편안을 두고 약사사회가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개편안에 포함된 바이오의약품 및 의약품 분야 자격증이 약사 직능 침해 소지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주도했던 고용노동부와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해당 자격증을 신설 목록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올해 비슷한 이름의 ‘바이오화학제품 제조산업기사’ 자격시험이 시범적으로 실시됐다. 약사사회에서는 업무 특성상 제약바이오산업에서 활용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자격시험이 신설되기 전 약사 업무 영역 침해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고 주무부처에 의견을 적극 개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2020년 국가기술자격검정 시행계획 공고에 따르면 ‘바이오화학제품제조산업기사’ 자격시험이 내년부터 정기검정에 포함돼 시행된다.

바이오화학제품제조산업기사는 범용바이오화학소재, 특수바이오화학제품 등을 제조하는 자격으로 필기(배양준비, 배양 및 회수, 바이오화학제품 품질관리, 바이오화학제품 환경·시설관리) 및 실기(바이오화학제품 미생물 배양 및 분석 실무) 시험에서 100점을 만점으로 60점 이상 받으면 자격증 획득이 가능하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기술자격인 생물공학기사의 인력 확대 차원에서 하위 자격의 필요성 증대로 해당 자격증을 신설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절대 평가인 만큼 시험 난이도에 따라 인력 배출의 수는 유동적일 것으로 보이는데 신설 취지가 관련 인력 확보인 만큼 향후 적지 않은 합격자가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행 직무는 생물체 또는 생물체의 기능을 이용해 균주보관·관리, 배지조제, 멸균, 배양, 정제 등의 공정을 거쳐 범용바이오화학소재, 특수바이오화학제품 등을 제조하는 것으로 언뜻 보면 제약바이오산업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약업계에서는 해당 인력의 유입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신설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된 바이오의약품제조기사, 바이오의약품제조산업기사, 의약품제조기사, 의약품제조산업기사 등과 수행 직무가 중첩되는 부분이 있고 개별 기업에서 추가적인 자체 교육을 진행하면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화학제품 제조‧산업기사가 지난 2017년 논란이 된 자격증과 직무 영역에서 유사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기업들 입장에서 인건비가 비싼 약사보다 저렴하게 연구·개발 파트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바이오 분야의 경우 약사의 역할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며 “약사사회에서 단순히 업무 영역의 침해로만 보지 말고 기업들이 약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위한 특단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는 바이오화학제품 제조산업기사 자격증 신설의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인 관계로 사전 조사나 대응이 늦었다는 부분을 부인하지 않았다. 관련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시행이 된 상황이라 사실상 대처가 불가능했다는 것.

특히 바이오 분야가 국가 신산업 동력으로 각광받으면서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일자리 창출이 주요 목표 중 하나인 산업통상자원부 입장에선 물론이고, 고용노동부 역시 자격증 신설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일 이유가 충분했을 것이란 게 약사회의 주장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신설된 자격증의 경우 약사회 차원에서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다”며 “비난이 있다면 감수해야 된다고 본다. 이미 시행이 된 것을 다시 돌리기는 어려운 만큼 우려되는 사항을 검토해 주무부처에 건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약사회 관계자는 대한약사회 산하에 산업약사회가 비영리 임의단체로 첫 발을 내딛은 만큼 향후 이 같은 산업약사와 관련된 정부 정책에 대해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새롭게 신설된 자격증을 확보한 인력들이 바이오 영역에서 활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바이오 영역은 이미 타 직능에게 상당 부분 업무를 빼앗긴 상황이고 종사하고 있는 약사도 극소수다. 이미 타 직능에 상당히 문호가 개방돼 있는 상황이다”며 “하지만 바이오 분야에서 약사 직능이 해야 할 역할은 많이 있다. 이번 기회에 기업들이 왜 약사 인력 채용에 무관심한 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역량 증대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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