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NDMA가 또 검출됐다. 이번에는 당뇨병 치료제의 주성분인 메트포르민이다. 식약처가 우왕좌왕 하는 사이 업계의 두려움은 극에 달해 있다. 환자들도 상당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지난 4일 싱가포르 보건당국(HSA)은 메트포르민(Metformin)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3개 품목에서 NDMA 성분이 검출되자 이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메트포르민 제제에 대해 곧장 NDMA 검사에 돌입한 배경이다.

식약처 역시 메트포르민 성분에 대한 NDMA 검사에 착수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구체적인 검사 일정이 나온 것은 아니다”며 “라니티딘 계열보다는 NDMA 검출량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시험법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메트포르민을 취급하는 제약사들의 우려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NDMA 관련된 내용은 제약사들이 통제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며 “기껏해야 공인된 기관에 시험 의뢰를 해서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식약처 행정 지침마저 내려오지 않아 갈팡질팡하는 중이다”고 답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다행히 티딘류나 사르탄류 약품을 다루지 않아서 그동안 피해를 크게 보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메트포르민은 다르다. 안전성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인정을 받아 온 성분인 데다 DPP-4 억제제와의 병용 처방 규모도 큰 만큼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식약처가 메트포르민이 라니티딘의 경우처럼 전량회수에 나설 경우 업계에 타격이 상당할 것이란 점이다.

앞서의 약업계 관계자는 “메트포르민은 사르탄이나 티딘류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쓰고 있고 규모도 워낙 큰 품목이다”며 “만약 퇴출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메트포르민 함유 의약품의 원외 처방시장 규모는 4200억 원에 달했다. 연 3000억원 규모의 라니티딘 제제, 연 260억원의 니자티딘에 비하면 시장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다. 메트포르민에서도 NDMA가 검출될 경우 상위 제약사는 물론 중소제약사들까지 막대한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메트포르민은 마땅한 ‘대체제’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메트포르민은 2형 당뇨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먹는 약이다”며 “인슐린에 대한 내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혈당을 떨어지는 수치적 효과가 아니라 몸의 깨진 ‘밸런스’를 잡아주기 때문에 당뇨 자체를 호전시키는 표준 요법이다. 그러나 라니티딘과 달리 대체제가 없다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도 “메트포르민은 효과가 확실하고 안정성에서도 문제가 없어 1차 약제로 써오던 것”이라며 “위장약이나 혈압약은 대체제가 많지만 메트포르민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NDMA 검출이 현실화된다면 업계에 미칠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때문에 업계는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NDMA가 나온다면 DPP-4 억제제 병용처방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며 “아직은 국내에 검출된 사례가 없고 식약처도 명확하게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제약사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약업계 관계자도 “사실상 현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메트포르민은 초기 당뇨병 환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약제다. 혼란이 클 것 같지만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 차원의 대응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환자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당뇨병을 10년 넘게 앓아온 한 환자는 “메트포르민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90% 이상이 복용하는 약이다”며 “당뇨병은 만성질환이라 감기약처럼 증상이 호전되면 끊을 수 없다.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인데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면 식약처에서 빠르게 대처를 해야 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0년째 메트포르민을 꾸준히 복용 중이다. 약은 의사가 처방해주기 때문에 환자가 특정 제약사를 지정해서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다”며 “식약처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심각성을 갖고 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달에 발표된 대책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NDMA 검출 우려가 있는 성분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마쳐야 한다”며 “식약처 역시 분석법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앞서의 환자는 “식약처 발표를 보면 내년 5월까지 관련 조사를 한다는데 그렇다면 조사를 하는 동안에 위험할 수도 있는 약을 먹으라는 소리인가”라며 “찜찜하다. 어떤 약에 발암물질 성분이 들어갔는지 하루라도 빨리 알아내야 하는데 조사 기간이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뇨 환자의 통계 수치가 300만으로 알고 있다”며 “발사르탄 사태 때는 한두 달 만에 전수 검사를 하는 등 빠르게 대처했는데 당뇨 치료제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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