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부광약품이 유망 기업과의 연결 고리로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보통 이러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효율적인 자금 운용이 필수인데 올해는 이에 반하는 특이한 결정을 했다. 현금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사주 매입에 거액을 투입한 것이다. 재무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자세한 배경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떡여 질 수밖에 없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5일까지 502억원을 들여 전체 주식 중 4%에 달하는 258만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회사의 현금 유보금이 1,130억원이었는데 약 44% 가량을 자사주에 투입한 것이다.

보통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자금이 묶여 현금 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대량 매수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용한 현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구하는 부광약품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태양광 소재기업 OCI와 신약개발 조인트벤처 ‘비앤오바이오’ 설립한 것이 자사주 매입의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본래 부광약품은 151만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OCI 측이 파트너십 강화 차원에서 이를 모두 사들이면서 보유 물량이 제로가 됐다.

그런 와중에 올해 여러 악재로 주식시장 전반이 악화, 회사 주가도 덩달아 급락하자 주주가치 제고와 더불어 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기존 OCI가 자사주를 사들였던 금액과 비슷한 규모로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 것.

이러한 회사의 결정은 주주들에게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전달한 것은 물론 실질적으로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됐다. 투자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됐다.

실제로 기존 자사주 151만주의 장부가액이 296억원이었는데 OCI측이 526억원에 매입하며 23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또 이번에 502억원을 투자해 얻은 주식 수는 258만주로 기존 151만주 보다 107만주가 더 늘었다. 자사주 거래로 차익도 얻고 주식수도 늘리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

다만 현재 매입가(502억원) 보다 주가가 하락(376억), 산술적으로 150억원 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OCI측에 자사주를 매도하면서 230억원의 차익이 있었던 만큼 이를 감안하면 여전히 80억원 가량 이익을 보고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회사에 현금을 쌓아 놓고 있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며 “여유는 있지만 마땅히 투자처는 없는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다른데 투자하는 것보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 회사 내부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기조에 차질을 빚을 만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향후 투자를 위한 자금 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급작스럽게 대규모 투자 계획이 잡히더라도 부채를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을 감안하면 한 번에 3,000~4,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

앞서의 관계자는 “회사는 유보금뿐만 아니라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 기업들의 지분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언제든지 투자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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