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우리나라 대다수 제약회사들은 연구원의 능력이 곧 생산성을 결정한다고 보고 있었다. 신약 개발에 쏟아 부은 총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자료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연구비 보다 사실상 인건비의 규모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결과치인 셈이다.

이는 제약사들이 임상 진행 과정에서 타깃 발굴과 후보물질 도출에 해당하는 초기 단계 개발에 투자를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팜뉴스가 주요 상장 제약사 34곳의 R&D 투자금을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9년 3분기 보고서 기준). 이는 지난 2017년 33.8% 보다 증가한 규모다. 위탁연구비 역시 평균 20.9%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2017년 18.3%).

이렇게 R&D 투자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매년 임금인상률로 인해 향후 인건비 지출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겐 더욱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당장 내년부터 50인 이상 기업에서도 실시되기 때문에, 줄어든 근무시간 만큼 연구개발 기간은 더 길어 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인력 충원’ 외에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건비에 대한 부담은 중견제약사들이 대형제약사 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장기 투자에 해당하는 연구개발의 특성상 자금 계획을 먼저 세우고 인력을 충당하는 만큼 임금의 변동폭은 곧 경영부담으로 직결된다는 게 문제.

하지만 중견제약사들이 보여준 연도별 인건비의 변동폭은 대형제약사에 비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보다 더 늘어난 곳은 유유제약(15%), 부광약품(12.7%), 국제약품(12.7%), 동성제약(9.6%), 제일약품(7.6%), 영진약품(7.1%) 등이었다. 반대로 경동제약(-10.3%), 삼아제약(-8.3%), 한국유나이티드제약(-8%), 하나제약(-7.8%), 대원제약(-7.8%) 등은 인건비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종근당, 녹십자,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등 대형제약사들은 2017년과 비교해 인건비 비중이 1%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R&D 비용에서 인건비가 가장 컸던 제약사는 GC녹십자로, 전체 투자액 1,072억원 중 276억원(26%)에 달했다. 이어 종근당은 인건비로 270억원(28%), 일동제약 184억원(45%), 대웅제약 154억원(16%), 동아에스티 135억원(26%), JW중외제약 92억원(31%), 대원제약 62억원(31%), 삼진제약 62억원(30%), 동화약품 60억원(50%) 순으로 집계됐다.

GC녹십자의 경우, 연구 인력은 9월기준 박사급 71명, 석사급 253명 등 총 514명으로, 전체 직원(1,992명) 4명 중 1명이 연구 인력에 해당했다. 종근당도 박사급 연구 인력만 94명으로 제약사 중 고학력 연구진이 가장 많이 포진하고 있었으며 전체 연구인력은 541명에 달했다.

연구 인력이 많은 제약사들은 신약개발 활동 역시 활발했다.

실제로 녹십자는 1차성 면역결핍질환 약인 ‘IVIG SN’이 FDA(미국식품의약국) 허가를 기다리고 있고,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는 중국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백신제제 중에는 국내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탄저 백신 ‘GC1109’와 임상 3상 IND 승인을 획득한 결핵 백신 ‘GC3107A’가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녹십자는 공동개발에서도 혈우병 치료제 ‘MG1113A’ 외에 수두백신과 대상포진백신을 포트폴리오에 두고 있다.

종근당 역시 표적항암제(CKD-581, 516), 자가면역질환약(CKD-506), 헌팅턴 치료제(CKD-504), 바이오신약(CKD-702)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네스프 바이오시밀러인 CKD-11101(빈혈)이 일본 품목 허가를 완료했으며, 루센티스 BS, CKD-701(황반변성), 항체신약 CKD-702(고형암) 등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후속 약물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로 인건비가 높았던 일동제약도 파킨슨병치료제 후보물질과 자체 개발한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IDX-1197’, ‘IDF-11774’가 주목 받고 있다. IDX-1197은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공동 연구개발 중으로 진행성 고형암 환자 대상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체 R&D 비용에서 절반 이상을 인건비에 투자하는 곳도 많았다. R&D의 핵심을 ‘사람’으로 봤다는 뜻이다.

실제로 동성제약의 경우 총 R&D 비용 22억5천만원 중 73.7%인 16억6천만원을 인건비에 썼다. 이어 신풍제약 57%(34억원), 광동제약 55%(42억원), 동화약품 50%(60억원) 등이 인건비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그 외 명문제약 47%(10억원), 일동제약 45%(184억원), 경보제약 39%(28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인건비 비중이 가장 낮았던 곳은 삼천당제약으로 총 R&D비용 139억원 중 인건비가 9%(12억원)에 불과했다. 다음으로는 일양약품이 12%(22억원), 대웅제약 16%(154억원), 동국제약 25%(36억원), 동아에스티 26%(135억원), 제일약품 26%(41억원), 한국유나이티드제약 27%(48억원) 등의 인건비 비중이 적었다.

이에 비해 공동연구나 원재료 구입 등에 가장 많은 돈을 쏟아 부은 곳은 대웅제약으로, 회사는 전체 R&D 비용에서 231억원(21% 비중)을 이 곳에 투입했다.

이어 삼천당제약 101억원, GC녹십자 96억원, 부광약품 86억원, 삼진제약 63억원, 대원제약 62억원, 삼진제약 63억원, 제일약품 60억원, 일동제약 55억원 순으로 공동연구나 원재료 구입 등에 많은 돈을 썼다.

아울러 전체적인 R&D 투자 규모는 3분기까지 1500억원을 돌파한 한미약품이 매출 대비 19%를 기록하면서 다른 제약사들을 압도 했다. 그 뒤를 이어 GC녹십자가 1,071억원(11%), 유한양행 1,018억원(9%), 대웅제약 987억원(13%), 종근당 952억원(12%), 동아에스티 527억원(12%), 일동제약 409억원(10%), JW중외제약 297억원(8%), 보령제약 283억원(7%) 순으로 R&D 투자 규모가 많았다.

한편, 주요 상위 제약사 중에서 한미약품, 유한양행, 보령제약은 R&D 투자액을 비용 성격별로 분류한 인건비 금액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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