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제약사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권 방어 목적을 떠나 주가 침체에 따른 ‘주주 달래기’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한해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됐던 만큼 시장 참여자들을 향한 기업의 주주 친화적 정책에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 본지는 3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올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곳의 자사주 매입 규모를 분석하고, 회사별 자사주 시가 규모를 살펴봤다.

자사주를 매입한 곳은 50곳 중 21곳에 달했다. 10개사 중 4개사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 셀트리온, 부광약품, 휴젤 등은 올 3분기까지 자사주 매입에만 500억원 내외의 거액을 쏟아 부으면서 주주를 향한 기업가치 신뢰 제고에 공을 들인 모양새다.

지난 3일 현재, 자사주 보유 규모는 휴젤이 3,51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한양행(2,417억원), 셀트리온(1,974억원), 대웅제약(1,677억원), 메디톡스(1,220억원), 광동제약(865억원), 한미사이언스(521억원), 녹십자홀딩스(452억원), 삼진제약(399억원), 부광약품(377억원), 녹십자(349억원) 순으로 확인됐다.

자사주의 평가 가치가 가장 컸던 휴젤의 경우 지난 3일 기준으로 회사가 보유한 보통주식수는 94만4,580주로 그 규모만 3,513억원에 달했다. 휴젤은 지난 7월 동양에이치를 흡수합병하면서 당시 이 회사가 보유했던 휴젤 주식 80만주를 자기 주식으로 편입해 보유금액이 늘어난 배경이 됐다. 휴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9월 10만주를 소각하는 결단을 보이기도 했다. 시가로 치면 390억원 규모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소각을 하지 않는 이상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만큼 진정한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소각이 실효성을 높인다는 게 일반적이다. 바로 휴젤이 통 큰 결정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인 것. 실제로 휴젤의 자기주식 소각 결정 공시이후 다음날 거래에서 주가는 5.26% 상승 반영됐다.

 

유한양행의 자사주 규모도 2,417억원으로 평가됐다. 회사는 올해도 신탁계약 등을 통해 3만8,054주를 매입하면서 84억원을 투입했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 했다는 점이다. 지난 9월부터 이정희 대표를 포함한 박종현 부사장 등 임원들이 적게는 50주에서 많게는 500주까지 장내에서 공개적으로 주식을 샀다. 즉 회사의 자사주 매입과 경영진의 개인 지분 매입이 같이 이어진 것,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회사를 잘 알고 있는 임원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주가 부양 효과가 있다”며 “이는 단순한 주가방어가 아닌 기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셀트리온의 자사주 평가 규모도 1,974억원으로, 조만간 2,000억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주식수는 113만1,580주다. 특히 셀트리온은 지난 해 11월, 1,000억원에 육박하는 자사주 매입의 통큰 결정 이후 꾸준히 자기 주식을 늘려가는 모양새다. 올해에도 회사는 자사주 매입에 581억원을 소요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면 자사주 소각을 검토’할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기 주식 소각 가능성도 열어 놓은 상태다.

아울러 올해 3분기까지 제약사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쏟아부은 현금은 2,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현금을 투자한 곳은 셀트리온으로 27만8,007주를 취득하면서 581억원을 투자했고 부광약품도 501억원(2,580,397주 증가)을 지출했다.

이어 휴젤 461억원(815,617주), 메디톡스 146억원(31,748주), 유한양행 84억원(38,054주), 하나제약 83억원(369,967주), 광동제약 43억원(600,000주), 대화제약 40억원(302,373주), 한미약품 39억원(8,899주), 동구바이오제약 20억원(147,338주), 제일약품 12억원(31,920주) 등으로 집계됐다.

이중 눈에 띄는 기업은 부광약품이다.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의 안정을 목적으로 지난 5월 500억원의 자사주 매입 결정을 내려 주가를 부양했다. 이후 주가는 5월30일부터 6월11일까지 8일 연속 상승해 25% 수직상승했다.

자사주를 취득하는 방법에 있어 대체로 제약사들은 직접 취득을 했지만, 신탁 계약을 맺어 자사 주식을 끌어들인 곳도 있었다. 유한양행, 제일약품, 하나제약, 동구바이오제약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일반적으로 직접취득은 일정기간(3개월)내에 예정된 수량을 모두 매입해야 하고, 취득 후 6개월간은 처분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반면 증권사 등을 이용해 신탁계약을 맺고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계약금액만 공시되고 취득 예정 주식수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때문에 신탁방식은 연장도 가능해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 취득을 유보하는 등 회사 입장에서는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신탁방식의 취득도 관심을 가져 볼만 하다.

한편, 한독은 2014년 태평양제약의 영업양수도 결정과 관련해, 반대 주주의 매수청구 행사로 취득한 14만6,118주(취득가 2,574백만원)의 자기주식을 올 상반기에 모두 장내 매도해 18억원의 처분이익을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연구개발에 들어가야 할 돈이 자사주를 사는 데 거액을 들였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다만 기업의 신뢰도 제고와 주주 친화적 정책이라는 부분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크다. 주가의 가치가 올라 갈수록 자금 조달도 용이한 만큼 전략적으로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일이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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