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세 건국대 의대 교수
이건세 건국대 의대 교수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200개가 넘는 공공의료기관들의 역할과 기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대강당에서는 ‘공공보건의료 정책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말하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세연 보건복지 위원장 등 보건당국의 주요인사들이 참석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공공의료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협소하고 편파적인 견해들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우리나라가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강화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것.

이날 이건세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공공의료기관의 공익적 가치’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특정집단, 특정 질환, 특정 목적에 따라 공공 의료기관들의 역할이 쏠리고 있는지 여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병원들에 대한 역할 구분이 명확히 돼있지 않아 ‘공공의료’를 위한 ‘공통’ 또는 ‘개별’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혼란이 초래된다는 것. 

이건세 교수가 ‘지역간 균형잡힌 공공보건의료 체계 구축’ 등 5가지 지표를 제시하면서 공공병원이 ‘어떤 영역’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이 교수 자료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의료취약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거나 지원하는 측면이 강하다. 또 전국 곳곳에 있는 지방의료원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건세 교수는 “이렇게 역할 구분이 명확하면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며 “지금은 공공병원들의 역할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고 ‘공공성’이란 가치에 대한 정의도 각각 다르다.  정부가 공통의 가치에 따라 하나의 틀 안에서 역할을 구분한 뒤 공공의료 정책을 실행한다면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있다. 기관 간 협력도 수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그동안 전체 의료체계 내에서 공공병원들의 역할 구분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며 "장기적으로 복지부 내에서라도 공공병원의 주된 역할과 협력 방법에 대해 고찰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공공병원장들 사이에서는 상호간 협력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일산병원과는 이웃사촌이다. 원래 친척보다 이웃사촌끼리가 더 친하다”며 “협력을 하고는 싶지만 일산병원이 모든 암환자를 우리 쪽으로 보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공공성을 위한 하나의 목적 안에서 어떻게 협력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이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