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09 18:09 (월)
비욘세 주사로 유명세 탄 ‘백옥 주사’, 무차별 처방 '논란'
비욘세 주사로 유명세 탄 ‘백옥 주사’, 무차별 처방 '논란'
  • 최선재·김응민 기자
  • 승인 2019.12.04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반인 셀럽 유튜버까지 고용량 투여 홍보 ‘천태만상’ 고발
FDA 환자 유해사례, 저혈압서부터 호흡곤란까지 부작용 ‘심각’

일명 ‘비욘세 주사'로 알려진 백옥 주사가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해외규제 당국은 백옥주사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왔지만 국내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처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백옥주사의 주성분인 글루타치온의 과도한 투여가 장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30대 여성들에게 백옥주사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피부 미백 목적으로 피부과를 방문하면 포스터나 팸플릿을 통해 백옥주사를 권하는 광고를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부과들은 백옥주사를 포함한 여러 정체 모를 주사에 대한 광고성 문자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백옥주사에 대한 광고는 휴대폰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왼쪽 사진]. ‘1. 빛타민케어 + 백옥주사 1회 ▶ 5.5만원’과 같은 내용이 눈에 띈다.

백옥주사의 주성분은 글루타치온이다. 글루타치온은 인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단백질로 항산화 작용은 물론 피부에 대한 미백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보건 당국은 피부 미백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글루타치온의 처방 목적은 2가지다. ‘약물/알코올 중독이나 만성 간 질환 환자의 간 기능 개선을 위해 1일 1회 100~200mg 주사’ 또는 ‘항암치료 시 환자의 신경성 질병 예방을 위해 1일 1회 600~1200mg 주사’다. 이 같은 목적 외의 주사 투여는 엄연히 ‘오남용’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피부과에서는 오프라벨과 같은 방법을 이용해 백옥주사를 무분별하게 처방 중이다. 오프라벨은 의사들이 식약처에서 허가한 용도 이외로 처방하는 것이다. 오프라벨 처방은 일반적으로 적응증에 맞는 적절한 약이 없거나 환자가 특이적 상태일 때 예외적으로 쓰인다.

실제로 서울 지역 피부과 전문의는 “백옥주사의 주성분인 글루타치온은 멜라닌 생성을 억제해 피부미용에 도움을 주고 노화 예방에 효과적이다”라며 백옥주사의 미백 기능을 은근히 강조했다. 강남 피부과들도 전방위로 ‘면역력 증가에서부터 미백과 탄력까지. 백옥같은 피부를 만든다’ 문구를 사용하면서 여성들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유튜브에서는 백옥주사 추천 영상이 떠돌고 있다. 지난달 16일 유튜버 A씨는 백옥주사가 피로회복과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서 “백옥주사 600~1200mg을 주 1회씩, 총 10회 맞기를 추천한다”고 권했다.

또 A씨는 “300mg을 맞아봤는데 느낌도 오지 않았다”고 말해 마치 고용량을 투여해야만 약효가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3일 현재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1만 8000여 건이다.

하지만 해당 유튜버는 피부과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의료인이 아니다. 의료인들의 백옥주사에 대한 무분별한 오프라벨 처방과 더불어 비의료인도 백옥주사를 홍보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하지만 해외규제 당국은 이미 백옥주사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필리핀 보건당국은 2011년 피부 미백을 목적으로 고용량의 글루타치온을 정맥 주사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내용의 서한을 배포했다. 올해 7월에도 피부 미백 목적의 글루타치온 주사에 대한 임상 시험 결과는 아직까지 없으며 적절한 투약 요법에 대한 지침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최근 글루타치온 성분의 정맥주사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FDA는 올해 1월 글루타치온 200mg을 각각 투여받은 환자 7명에 대한 유해사례 보고서를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환자의 경우 구토, 어지럼증,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이 중 환자 1명은 저혈압과 호흡곤란으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글루타치온 고용량 투여에 대한 부작용은 실제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6년에 발표된 ‘피부 미백에 관한 글루타치온 정맥 주사에 관한 연구(위약 효과와 비교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25~47세의 건강한 여성 50명을 대상으로 매주 1200mg씩 총 8주에 걸쳐 글루타치온 주사를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피실험자 50명 중 8명(32%)은 심각한 간 기능장애를 보였고 1명은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겪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항원-항체 면역 반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반응이다.

미백 목적의 사용은 아니었지만, FDA 차원에서 글루타치온 성분으로 주사제를 투여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날린 것.

의료계 내부에서도 백옥주사의 처방 행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백옥주사는 보통 정맥으로 투여된다”며 “정맥주사를 통한 약물투여는 체내에 바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루타치온은 체내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위험성이 낮을 수 있지만 고용량을 주사 형태로 투여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