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약 성분인 ‘라니티딘’에서 발암우려물질이 검출되자 PPI 제제의 처방이 급증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라니티딘의 대체제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PPI 제제의 장기 복용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PPI 계열의 약물들에서 나타나는 약물상호 작용에 따른 일부 부작용이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라니티딘 사태 이후 PPI(프로톤펌프억제제) 제제의 처방액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에스오메프라졸 등 PPI 제제의 8월 처방액은 작년과 비교해 10%대의 증가세를 보인 반면 지난 9월과 10월 들어서는 20%대를 웃도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라니티딘 사태를 기점으로 처방액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

특히 이 기간 오리지널 계열 PPI 제제의 성장세가 두각을 보였다. 지난 8월 역성장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에스오메프라졸)’은 4분기를 전후로 판매고가 10%대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특허가 만료된 이후 복제약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앞서 시장을 장악했던 오리지널 제품의 매출은 줄어드는 게 보통이다”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최근의 시장 상황은 라니티딘의 발암 물질 사태 이후 의사들의 처방관행이 기존의 ‘티딘’ 계열에서 ‘PPI’ 계열 약제로 바뀌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장 판도의 이상 징후는 실제 팜뉴스 취재 결과, 상급종합병원에서도 빠른 속도로 대체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났다.

상급종합병원의 한 의료진은 “라니티딘 사태 이후 PPI 제제를 처방 중이다”며 “PPI 계열의 약제들이 시중에 나온 지 워낙 오래된 제품들이라 안전성 측면에서 다른 계열의 약물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불거진 라니티딘 사태가 처방을 내리는 의료계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약사 사회의 의견은 다르다. PPI 제제를 장기 복용했을 경우 라니티딘보다 더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PPI 제제를 오래 먹으면 위산이 적게 나올 수 있다”며 “이렇게 위산이 나오지 않으면 위벽의 수소이온 농도와 체내 PH 수치가 낮아지면서 영양소 흡수율이 떨어진다. 바로 영양 결핍이 발생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특히 만성 관절염이 있는 고령 환자들의 경우 라니티딘 대신 PPI 제제를 장기 복용한다면 이 같은 부작용에서 더욱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앞서 약사의 의견이다.

문제는 또 있다. PPI 제제를 다른 약제와 병용할 경우 약물 상호작용 문제로 인해 어느 한 쪽의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또 다른 약사는 “PPI 제제를 혈전제 계통의 약물과 함께 복용하면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대표적으로 ‘클로피도그렐’과 같은 항혈소판제의 경우 PPI 제제에 의해 약효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PPI 제제와 클로피도그렐의 병용 처방 시 심근경색증이 재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나와 있는 상황.

2013년에 발표된 ‘프로톤펌프억제제와 항혈소판제의 병용이 심근경색증 재발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연구논문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장기간에 걸쳐 항혈소판제와 PPI 제제를 같이 주면 심근경색 재발위험이 높아진다는 결론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라니티딘과 니자티딘의 대체제를 빠르게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좀 더 고려하는 방향으로 처방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진통소염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만성 관절염 환자나 뇌졸중 예방 차원에서 아스피린을 먹는 사람들에겐 PPI 투여가 적절하지 않다”며 “대표적인 진통소염제인 에소메프라졸의 경우 PPI 제제와 약물상호작용이 빈번한 약물인 만큼 지금의 처방 행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전문가들 사이에서 PPI 제제의 효능과 안전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동안 일부에선 진짜 문제는 ‘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PPI 제제가 소비자 손에 들어가기엔 부담스러운 가격대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티딘 계열의 약제는 한 알에 200원인데 비해 PPI 제제는 이 보다 4~5배 비싸다”며 “제약사 입장에서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고 있던 중에 PPI 제제가 라니티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일 뿐, 사실상 환자들의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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