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광고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비만약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의·약계에서는 치료 접근성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입장과 오남용의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것이란 입장이 맞서고 있다. 현재로선 향정비만약에 대한 광고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따른 부작용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향정 마약류 의약품의 광고 범위를 현행 ‘전문지’에서 ‘의·약사 대상 제품설명회’와 ‘총리령으로 정한 매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보통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 70~80%는 통과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최대 수혜자는 제약사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제한적으로만 가능했던 의·약사 대상 마케팅을 보다 공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학회 등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각 영업사원들의 디테일 교육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법안이 통과돼 설명회 개최가 가능해지면 제품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단·팸플릿·견본품 등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의료계 역시 대체적으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향정비만약의 경우 제약사들로부터 자세한 제품 정보를 페이퍼로 받는 것이 불가능해 영업사원의 입을 통해 주로 설명을 듣다보니 한계가 있었다는 것.

비만클리닉의원 한 원장은 “최근 내원한 환자들이 처방약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상담 과정에서 부작용이나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등을 상세히 물어 보는 경우가 많다”며 “솔직히 영업사원이 전달하는 제품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관련 논문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약사들이 제품 설명회를 연다면 진료나 처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더 큰 모양새다. 특히 향정비만약의 경우 심장질환 등 부작용 때문에 원칙적으로 3개월 이상, 2종 이상을 중복 처방해서는 안되지만 현장에서 확인이 어렵고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사용현황’에서 3개월 이상 처방받은 환자 통계를 살펴보면 ▲6개월 이하 24만명 ▲9개월 이하 11만명 ▲12개월 이하 6만명, 심지어 12개월을 초과한 경우도 8만명에 달했다. 또 2종 이상 중복 처방은 13만명, 2종 이상 3개월 이상 초과 처방은 6만6,000명이었다.

더 큰 문제는 환자들이 작정하고 여러 병의원에서 중복으로 처방전을 받고 약국 여러 곳에서 약물을 다량으로 구매해도 이를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지난 27일 발표한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향정비만약을 구매한 상위 300명의 불법 처방 사례를 살펴보면, 관리·감독의 허술함은 분명해 진다. 한 사람이 4,000~5,000정이 넘는 향정비만약을 사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11년 분량의 1만6,310정을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약계 관계자는 “이번 식약처 적발 사례를 볼 때 작정하고 조사하지 않으면 개인이 향정비만약을 과다하게 처방받고 구매하는 것을 걸러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광고 규제가 완화되면 처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불법적 구매과 오남용 사례도 처방 증가와 비례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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