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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사 잇단 한국 공장 ‘발빼기’‧‧‧도매상 ‘전락’
다국적제약사 잇단 한국 공장 ‘발빼기’‧‧‧도매상 ‘전락’
  • 최선재·김응민 기자
  • 승인 2019.11.2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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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정부지원, 본사 ‘배불리기’만…국내 고용창출 ‘남의일’
공장 철수시 의약품 수입량은 확대…매출원가 ‘컨트롤’도 가능
얀센, 수천억 매출에도 지역사회 기여 등 ‘사회적 책임’ 방기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제약회사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공장 문을 닫은 데 이어 최근 한국얀센까지 향남공장 가동 중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수익성과 생산 여건 악화가 이들 기업들이 국내 공장에서 발을 뺐다는 이유다.

다국적 제약기업들은 공장 설립 당시만 해도 외자 유치라는 명목으로 세제감면 등 각종 혜택을 챙기면서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손에 넣었다. 이들 글로벌 제약사들이 갖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2000년대 전후로 다국적 제약사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법인세·소득세·취득세 등 각종 세금들을 감면 받아왔다. 이들 기업들의 공장 또한 산업단지 입주 당시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을 받았다. 바로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그동안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줄기차게 진행해 온 배경이다. 각종 혜택을 받은 만큼 한국사회에 대한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였던 것.

정부 역시 외자유치에서부터 지역 사회 고용 창출 효과와 신약 개발 노하우까지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다국적 기업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공장 철수 ‘러시’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국얀센의 본사인 존슨앤존슨그룹은 지난해 경기도 화성 향남단지에 있는 한국공장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 1983년 준공한지 35년 만에 철수하는 것으로, 회사는 2021년까지 향남공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얀센의 공장 철수가 이익 추구에만 급급한 ‘본사 배불리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약업계 관계자는 “향남공장 노동자들은 가까운 지역에서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며 “얀센 공장이 다른 쪽으로 이전하면 주거 지역 이전, 출퇴근 비용 등 각종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 사람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얀센은 공장증설 당시 정부 지원을 받았다. 환자들로부터 얻은 수익으로 본사에 배당금은 꼬박꼬박 보내면서 공장철수 결정을 내린 것은 국내에서의 고용 창출 문제는 전혀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팜뉴스가 한국얀센의 2018년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회사의 매출은 2646억원, 당기순이익은 768억원이었다. 얀센 측이 매년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지역 사회 기여를 통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

하지만 한국얀센 측은 공장 철수가 생산성 증대를 위한 경영적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형제 생산에서 상당한 과잉설비가 존재하고, 향후 얀센 파이프라인이 고형제의 급격한 생산량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미래 지향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위한 제조와 공급 차원에서 주요 역량, 기술 및 솔루션에 자원과 투자를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공장철수로 인한 직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노동조합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향남 공장 직원들의 전환을 지원할 것이다. 한국은 얀센과 존슨앤존슨에게 여전히 중요하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그러면서 “인천 공장에 대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면서 “환자 삶의 개선을 돕기 위한 고품질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표방해오던 ‘환자 중심’ 키워드가 공장 철수를 결정하고 나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것.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공장 철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99년 바이엘코리아의 발 빼기를 시작으로, 2000년대엔 한국노바티스, 한국애보트,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국로슈, 한국MSD 등 굴지의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공장을 매각하거나 폐쇄했다.

과거 20개에 육박했던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의약품 생산 공장은 지난 20년을 거치면서 현재는 단 2곳만이 남은 상황이다.

다국적 제약사들 대부분은 의약품 제조 트렌드의 변화로 한국 공장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약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기 위해선 매출이 비교적 줄어들고 있는 기존의 화학의약품들의 생산 공장을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매출원가 조정’을 위한 기업 차원의 전략적 ‘노림수’라는 비판도 들리고 있다.

앞서의 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약을 만들지 않고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할 경우 매출원가를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사에 가져다주기 더욱 쉬운 구조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한국 공장 철수를 명분으로 의약품 수입량을 확대해 매출원가를 임의적으로 조절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혹인 것.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들의 매출 원가율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사 대비 10% 정도 높은 수치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공장 이전으로 매출 원가율이 더욱 올라가면서 향후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국적 제약사의 연이은 공장 철수가 국내 환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예측도 들리고 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국내에 공장을 둔 제약사들은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재고를 관리한다”며 “필수 의약품 수입에 차질이 생기거나 통관 절차의 오류로 문제가 생기면 약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난다.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이 온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다. 최근 한국오츠카제약의 향남공장은 조현병 약물 디지털 정제의 제조 사이트로 결정됐다. 신약 개발을 위한 거점지역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

한국오츠카 관계자는 “한국을 의약품의 단순 소비처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판매수익 일부를 지속적으로 생산설비에 투자해 글로벌 생산 거점공장으로서의 역할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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