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차별화된 제형이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출시 초반 반짝 주목을 받은 ‘차(茶) 타입의 건조시럽제’가 대표적이다. 첫 등장 이후 후속 제품들이 나오며 영향력을 확대하는가 싶었지만 현재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약업계에서는 건조시럽제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지만 젊은층의 수요가 꾸준한 만큼 마케팅 전략만 잘 세운다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종합감기약시장 규모는 2016년 1,311억원, 2017년 1,401억원, 2018년 1,580억원으로 연평균 10%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하게 볼륨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는 올해 1,8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등장한 ‘차 타입 감기약’은 이 같은 성장세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10여년간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것.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건조시럽제는 노바티스가 출시한 ‘테라플루’다. 물에 타먹는 방식으로 약효가 빠르고 위장에 부담이 적다는 점과 향을 더해 차 형태로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무난하게 시장에 안착했다.

이에 따라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몇 몇 국내 제약사들도 후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영 신통치 않았다.

실제로 삼성제약이 테라플루 출시 직후 ‘판토플루’를 야심차게 내놨지만 매출 저조로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지난 2015년 ‘타이롤핫’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든 한미약품의 성적표도 낙제 수준을 면치 못했다. 회사의 규모와 영업력이 견고한 만큼 국내 건조시럽제 시장 확대에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사실상 지난해부터 판매가 중단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타이롤핫은 자체 품목이 아니라 도입 상품이다. 2015년 라인업 확대 차원에서 시장에 출시했지만 2016년 한 해 매출이 반짝한 이후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며 “회사의 주력 품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출시 이후 마케팅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올해 초 판권 계약이 종료되면서 자연스럽게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후발 주자로 그나마 의미있는 성과를 낸 것은 지난 2012년 출시된 종근당의 ‘모드콜플루’다. 이 약은 당시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테라플루’가 해외 제조소를 변경하면서 2014년까지 공급이 일시중단되자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이후 ‘모드콜플루 노즈’와 ‘모드콜플루 코프’를 라인업에 추가하면서 매출 확대를 노렸지만 테라플루의 복귀로 그 기세를 이어가진 못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유일한 대항마 역할을 해왔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 종근당이 최근 리뉴얼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모드콜플루가 최근 리뉴얼에 돌입해 판매가 중단된 상태”라며 “현재로선 판매 재개 시기를 알수는 없지만 대략 내년쯤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재출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건조시럽제 시장은 테라플루의 독주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영업망과 자금력을 갖춘 중견제약사들마저 이미 쓴 맛을 본 데다 관련 시장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만큼 시장에 뛰어 드는 후발 주자들도 당분간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건조시럽제에 대한 20~40대 수요는 꾸준한 만큼 시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2년간 테라플루의 매출(2017년 64억원, 2018년 75억원)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특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도전해 본다면 의외의 성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약업계 관계자는 “차 타입 감기약의 주요 구매층이 유독 20~40대에 몰려 있는 이유는 커피 등의 차를 마시는 것이 일상화 된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마케팅으로 접점을 확대한다면 여전히 성공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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