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형 당뇨병 치료에 새로운 이정표가 제시됐다. 병용약제를 빨리 쓸수록 당뇨 관리에 효과적이라는 게 최근 한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그동안 당뇨 치료에 있어 조기 병용요법에 대한 명확한 근거 자료가 부족했던 만큼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결과가 향후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뇨병은 보통 체내에서 포도당 조절 역할을 하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베타세포의 기능 장애로 인해 발병한다. 젊은 층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은 더 높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당뇨약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인해 환자들에게 약을 쓰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마저도 두 가지 약제를 같이 쓰는 상황에선 환자들의 저항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당뇨 환자에게 초기 약물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하려고 해도 사실상 명확한 데이터가 부재했기 때문에 설득에 한계에 있었다는 것.

실제로 앞서 진행된 UKDPS(United Kingdom Prospective Diabetes Study)와 같은 연구의 경우, 조기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선 강조하면서도 한 가지 약제만으로 지속적인 효과를 5년 이상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브스메트(성분명 빌다글립틴+메트포르민)의 ‘조기 병용’치료 효과를 확인한 VERIFY 연구는 당화혈색소 7% 미만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5년간 효과의 지속성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는 것.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34개국에서 약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피실험자들의 유병 기간은 평균 3.3개월, 당화혈색소는 6.7%의 초기 당뇨 환자들이었으며 아시아인의 비율은 19%였다.

이들 환자들은 ‘조기병용치료(Early combination)’군과 ‘단독치료(Initial monotherapy)’군으로 1,000여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평가됐다. 모든 환자들은 처음 3주 동안 메트포르민을 500mg/d, 1000mg/d, 1500mg/d를 동일하게 복용했다.

이후 3개월마다 당화혈색소 수치를 측정해 두 번 이상 7%를 초과하게 되면 첫 치료 실패(Initial failure)로 간주했다.

그 결과, 초기 치료 실패는 연구 시작일로부터 6개월, 2차 치료 실패(Secondary failure)는 12개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단독치료 대비 조기병용치료가 유의미한 개선혜택을 보여줬다. 가브스메트로 조기병용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경우 메트포르민 단독 투여군 대비 당화혈색소 목표혈당 유지기간이 평균 2.2년 더 길었으며 5년 후 치료실패를 겪게 되는 비율도 49% 더 낮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보면, 제 2형 당뇨병 치료에 있어 그동안 권고됐던 단계별 치료보다는 오히려 초기에 적극적인 약물 병용치료가 유의미한 개선혜택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증명된 것.

특히 이번 연구가 다양한 인종과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됐지만 추가적인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전성까지 확보한 데이터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박철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27일 열린 ‘노바티스 가브스 미디어 클래스’ 자리에서 체내에 있는 베타세포의 기능이 더 저하되기 전에 가능하면 일찍부터 적극적인 약물 병용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베타 세포라는 자산을 잃기 전에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약효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당장 가이드라인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초기 당뇨 환자들에게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약제들을 사용해 조기병용치료를 시도할 경우 이 같은 결과지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라는 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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