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서도 ‘펭수 모시기’가 본격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당 캐릭터를 선점하기만 하면 일반의약품 마케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펭수의 섭외비용도 기업 입장에서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펭수가 남녀노소에게 환영받는 캐릭터인 만큼 웬만한 연예인보다 압도적인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펭수(Pengsoo)는 EBS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 등장하는 펭귄 캐릭터다. 펭수는 EBS 면접 당시 남극에서 한국까지 건너와 방탄소년단(BTS) 같은 ‘우주 대스타’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펭수의 꿈은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펭수가 2019년 4월에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약 7개월만에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수는 83만명을 돌파한 것. 10살 짜리 펭귄이 유튜브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정부기관들 사이에서도 ‘펭수 모시기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EBS와 함께 최근 ‘세상에 나쁜 펭귄은 없다’는 제목의 영상을 선보였다. 이 영상에 등장한 펭수가 계속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자 정신과 전문의와 펭귄 박사는 야외활동을 해야 한다는 솔루션을 내놓는다. 가을과 겨울, 펭수의 사무실에 햇볕이 들지 않아 부족했던 일조량으로 인해 감정 기복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펭수는 정신과 전문의와 펭귄박사의 진단으로 매니저들과 물총싸움을 하면서 기운을 되찾는다. 영상 조회수는 약 108만건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복지부가 펭수 영상을 통해 계절별 ‘우울증’ 치료의 인식을 제고하고 기관의 ‘인지도’를 올리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

다른 보건당국들은 복지부의 기획 능력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복지부의 기획력에 많이 놀랐다”며 “펭수라는 캐릭터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고 정신질환에 대한 심각성을 알렸기 때문이다”며 “펭수는 2030세대뿐 아니라 전연령대에서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다. 복지부가 재빨리 먼저 접근한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약엽계서도 펭수를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의 사용법을 홍보하는 데 펭수 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우리나라는 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특별한 편이다”며 “해외 선진국은 의약품을 먹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조심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의약품이 친숙하기 때문에 오남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회용 점안액 사용법을 펭수가 약국에 가서 약사를 통해 배우는 영상을 기획하는 것도 방법이다”며 “대한약사회가 드라마 ‘봄밤’ 패러디 영상을 제작한 것처럼, 식약처가 대한약사회와 함께 펭수 약국을 방문해서 복약지도를 받는 영상을 기획한다면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점안액 사용법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약업계에서도 ‘펭수 모시기’가 본격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펭수를 활용한 일반의약품 마케팅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펭수는 2030세대뿐 아니라 모든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캐릭터”라며 “예를 들어 펭수가 과도한 방송 출연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이 왔다면, 약국에 가서 두통약을 찾을 수 있다. 제약사에서 펭수를 통해 일반의약품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벌인다면 ‘드라마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펭수를 향해 깃발을 먼저 꽂는 제약사가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펭수의 사이다 발언을 통해 광고 콘티를 꾸린다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펭수 선점으로 일반의약품 마케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펭수 섭외’가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관건은 ‘섭외비용’이다. 앞서의 보건당국 관계자는 “펭수의 섭외비용은 회당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지부와 달리 우리 홍보 예산으로는 맞출 수 없는 금액이다. 턱없이 부족하다. 펭수 섭외가 당분간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약업계에서는 펭수 섭외 비용이 회당 5000만원이 넘더라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들리고 있다.

앞서의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펭수는 대세 캐릭터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회당 5000만원은 오히려 적은 비용이다. 앞으로 더욱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다. 펭수는 남녀노소에게 환영받는 캐릭터로, 웬만한 연예인보다는 압도적인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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