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김영애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등졌고 축구선수 유상철의 투병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췌장암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췌장암은 그동안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1차 치료 옵션들이 전체생존기간(OS)을 개선했다는 연구가 축적되면서 흐름이 점차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암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68.1%를 기록했다. 하지만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약 8%에 그쳤다. 국내 10대 암 중 가장 예후가 좋지 못한 암으로 통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암으로 진단받고 아주 오래 투병하는 경우가 많지만 췌장암은 진행이 상당히 빠르다”며 “악성도가 아주 높고 퍼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고, 진단 자체가 어렵다. 조기 발견율이 10% 이하로 매우 낮은 까닭이다.

앞서의 전문의는 “초음파상으로 담낭까지는 잘 보이는데 췌장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췌장암을 초기에 발견하려면 복부 CT를 해마다 찍어야 하지만 방사선 조사량이 X-ray의 수십배다. 해마다 복부 CT를 찍는 것은 과학적으로 타당치 않고 현실적으로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1990년 이후 약 20년간 일라이 릴리의 젬시타빈(Gemcitabine)이 췌장암의 표준 치료제였지만 한계가 컸다.

앞서의 전문의는 “췌장암이 1기에 발견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주된 치료는 수술이지만 발견이 늦기 때문에 3~4기 환자가 많다”며 “젬시타빈을 써도 환자 상태는 계속 나빠지고 치료제가 듣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췌장암 치료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로 기류가 변하고 있다. 젬시타빈에 세엘진에서 나온 ‘아브락산(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을 더한 병용요법이 췌장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개선시켰다는 연구결과들이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게재된 3상 임상 연구 논문에 따르면, 총 861 명의 환자들은 2009년 5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 투여 그룹(431명) 또는 젬시타빈 단독 투여 그룹(430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젬시타빈/아브락산 그룹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8.5개월로, 젬시타빈 투여군의 6.7개월과 비교해 1.8개월 늘어났다.

앞서의 전문의는 “연구에서 나타난 생존기간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며 “두 그룹간 중대한 약물부작용의 빈도 및 사망율은 유사했다. 젬시타빈/아브락산 병용 투여 그룹은 부작용으로 말초신경병증 비율이 높았으나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른 1차 치료 옵션인 '폴피리녹스(FOLFIRINOX)' 요법도 다르지 않았다.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이리노테칸(irinotecan)', '플루오로우라실(fluorouracil)', '류코보린(leucovorin)' 등 4가지의 항암제를 조합한 것으로 ‘항암제 칵테일’로 통한다.

2011년 같은 저널에 게재된 ‘전이성 췌장암에 대한 폴피리녹스 대 젬시타빈’ 논문에 따르면, 폴피리녹스 그룹의 전체생존기간의 중앙값은 11.1개월로, 젬시타빈 단독 투여 그룹의 6.8개월과 비교해 개선혜택을 입증했다.

앞서의 전문의는 “폴피리녹스 항암 요법을 썼을 때 생존기간이 늘어났다”며 “당초 췌장암 4기 생존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다. 췌장암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는 이유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가 진행한 한국인 전이성 혹은 재발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젬시타빈/아브락산 병용요법의 후향적 연구에서도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젬시타빈/아브락산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이 7.1개월, 전체 생존기간(OS)은 15.1개월로 나타난 것이다.

다른 전문의는 “췌장암 생존기간의 증가는 췌장암이 수개월 내 사망하는 무서운 암이 아니라. 1년 이상 생존의 가능성이 높은 암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며 “췌장암이 비록 예후가 좋지 않아 환자들이 절망에 빠질 수 있지만 긍정적인 지표들이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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