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번 주는 꼭 우리 회사 행사(심포지엄)에 참석해 주세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심포지엄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행사를 한 번 열 때 마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돈이 들어가는 만큼 최대한 빈자리 없이 의사들을 참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자사 제품에 대한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던 심포지엄이 최근 기업간 과열 경쟁으로 인해 CP 규정 위반이나 비용 누수 등의 문제점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제적이익지출보고서 시행 이후 강화된 CP 규정으로 인해 제약사들은 심포지엄이나 학회 등을 통한 마케팅 전략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상위 A 제약사 PM은 “연간 200여 회의 크고 작은 심포지엄을 진행한다”며 “많은 제약사가 경쟁적으로 행사를 열다 보니 항상 참석 의사 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주중에 진행하는 심포지엄의 경우 다른 제약사와 날짜가 겹치는 일이 있어 행사 참석을 유도하는 게 쉽지 않다”며 “참석하는 의사 중 일부는 주말을 이용한 1박 2일 심포지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내 B 제약사 마케팅 임원은 “올해 마케팅 예산 집행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예산을 다 소진하지 못했다”며 “규정에 맞게 예산을 집행하려다 제한적인 게 너무 많아 돈 쓸 때가 많지 않다. 때문에 내년도 예산의 경우 상당 부분 삭감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 임원은 “회사 규정에 맞게 마케팅 예산을 집행을 할 수 있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심포지엄이다”며 “내년 크고 작은 심포지엄의 활성화에 대해 고민 중이다”고 전했다.

다만 회사 간에 심포지엄을 경쟁적으로 열면서 심포지엄이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벗어나 일부에서는 CP 규정에 어긋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상위 C 제약사 직원은 “식사나 숙박의 경우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처럼 인원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의사들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일도 다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방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갑자기 의사가 불참을 통보하는 경우 사전에 예약해 둔 수 십만 원짜리 숙소를 회사 직원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와 유사한 일들로 새는 돈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일부 제한적인 사례라도 이 같은 일들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제약사 관련부서 임원들은 관심을 두고 점검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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