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추진으로 제네릭 의존도가 절대적인 중소제약사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R&D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 할 실적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신약’에 비해 성공률이 높고 투자비용이 적게 드는 ‘개량신약’의 약가우대 제도를 정부가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중소제약사들은 사실상 자력 생존이 힘들어 질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일 팜뉴스가 올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이 700억원 미만인 상장제약사 24곳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직전분기대비 매출이 증가한 곳은 8곳,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중소제약사들의 실적 악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R&D 투자 여력이 더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행정 예고한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 방안’이 내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R&D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 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개량신약의 약가 가산도 정부가 대폭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어 그동안 개량신약으로 내실을 다져왔던 중소제약사들의 경쟁력 유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중소제약사 한 관계자는 “약가제도 개편안 발표 이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건기식 사업 진출과 R&D 투자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의치가 않아 회사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실적 악화를 버티지 못한 중소제약사들의 시장 퇴출이 본격화 되는 것은 물론 그나마 경쟁력을 갖추고 있던 회사들의 R&D 투자마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의 약업계 관계자는 “개량신약을 단순 복제약으로 취급할 경우 최근 확대되고 있는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중소제약사들이 지금 당장 역량이 떨어진다고 해서 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퇴출시키려는 정부의 기조는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R&D 역량이 부족한 제약사가 내실 있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개량신약의 가치를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개량신약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업계의 목소리는 3분기 성적표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개량신약인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제약과 CMG제약이 유독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했다. 서울제약은 직전분기대비 매출 22.5%, 영업이익이 131% 증가했으며 CMG제약은 영업이익이 5% 감소했지만 매출은 4%대 성장을 유지하며 견조한 실적 흐름을 유지했다.

이 두 기업은 최근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제약은 화이자와 구강붕해필름(ODF)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페루, 인도네시아 등에서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 허가를 취득,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하고 있다. CMG제약 역시 지난 7월 중국 제약사 충칭즈언과 5년간 총 5,525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으며 개량신약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제네릭과 개량신약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그렇게 때문에 개량신약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은 개량신약도 신약 카테고리에 집어넣는다. 즉 혁신성과 신규성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개량신약이 갖고 있는 가치를 인정해 주고 이에 맞는 약가를 받을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을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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