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약 개발의 갈길이 여전히 멀다는 지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커진 몸집에 비해 연구개발(R&D) 투자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실제 제약사 10곳 중 4곳은 올 들어 R&D 지출 비중을 낮췄다. 특히 일부 대형제약사와 중견제약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제약사들은 올해 R&D 투자를 줄인 것으로 나타나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R&D 확대를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업계의 낙관적이었던 진단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20일 팜뉴스는 3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주요제약사 57곳의 최근 3년간(2017년~2019년3분기) R&D 투자규모를 분석했다.

우선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등 대형제약사들의 R&D 투자비율은 평균 8%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려제약, 서울제약, 삼성제약 등 중소제약사들은 2년 전인 지난 2017년보다도 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R&D 투자비율은 평균 4.5% 수준이었다. 중소제약사들은 투자액의 절대적인 금액을 떠나 투자비율 마저도 대형제약사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빅파마들이 쏟아 붓는 R&D 지출 규모와 상당히 대조되는 모양새다. 올 3분기 기준 주요 글로벌 제약사 10곳의 평균 R&D 투자비율은 27%였다. 실제로 이들 빅파마들이 한 분기만에 지출한 R&D 비용은 수 조원대다. 국내 대형제약사와도 비교불가한 수치다.

대표적으로 존슨앤존슨(분기 3조원, 매출대비 R&D 비중 12.5%), 화이자(2조6,500억원, 18%), 노바티스(2조5,500억원, 17.6%), 머크(3조7,200억원, 25.8%), GSK(1조4,000억원, 12.9%), 애브비(2조6,500억원, 26.9%), 암젠(1조1600억원, 17.4%), 길리어드사이언스(5조7,900억원, 89%), 일라이릴리(1조6,000억원, 25.2%), 세엘진(1조 3,500억원, 25.8%)의 분기 R&D 투자비는 국내 상위 제약사 연 매출액보다도 많은 수준이었다.

국내 주요 제약사 중에서 매출 대비 R&D 비중이 20%가 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셀트리온만 25.6% 수준으로 글로벌과 맞먹는 규모로 확인됐다.

 

국내 1,000억원 이상의 매출 상위 제약사 중 올 3분기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이 높은 곳은 한미약품(19%), 대웅제약(13.3%), 부광약품(13.2%), 종근당(12.2%), 동아에스티(11.6%), 삼진제약(11.2%), 녹십자(10.5%), 일동제약(10.3%), 유한양행(9.8%)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광동제약은 매출에서 1.4%, 명문제약은 1.9% 정도만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수준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R&D에 가장 많은 돈을 들인 한미약품은 올 3분기까지 1,544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다. 이어 GC녹십자(1,071억원), 유한양행(1,017억원), 대웅제약(987억원), 종근당(952억원), 동아에스티(527억원), 일동제약(409억원) 순으로 R&D에 투자를 많이 했다.

한미약품은 올해도 매출액의 19%를 연구개발비에 사용했다. 회사는 지난 5년간 R&D에만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해 6,500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내년경에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롤론티스’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녹십자는 올 3분기까지 1,071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 회사의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는 내년 중국에서 시판허가가 전망되고 있으며 면역글로불린 ‘IVIG-SN’과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가 각각 미국 진출을 위한 3상과 2상 임상에 진입해 성과가 기대된다

유한양행은 지난 해 보다 매출이 감소했지만 R&D 투자비율은 7.4%에서 9%로 확대됐다. 이는 작년 3분기 같은 기간보다 952억원이나 더 투자된 규모다. 회사는 길리어드사이언스에 약 9,2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체결에 성공하는 연구개발에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으며 얀센바이오텍에 기술수출한 폐암신약 ‘레이저티닙’은 내년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연구개발비가 늘어난 곳 중 눈에 띄는 곳은 삼천당제약이다. 2017년 R&D에 100억원을 지출했던 이 회사는 올 3분기에만 매출의 3.5%에 해당하는 138억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이 외에도 삼진제약(3%), 유한양행(2.3%), 안국약품(1.9%) 등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R&D 투자액이 증가했다.

반면, 2017년 R&D 비중이 20.1%에 달했던 부광약품은 올 3분기 들어 그 비율이 13.2%로 급감했다. 이는 올해 매출 성장이 작년대비 23% 급감한 데다 영업이익도 줄어들면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동아에스티와 영진약품도 같은 기간 R&D 투자 비율이 14.6%, 8.5%에서 올해 11.6%와 5.7%로 감소했다.

한편 중소제약사 30곳의 매출대비 평균 R&D 투자비율은 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인 곳은 에스티팜(14.3%)과 비씨월드제약(15.2%) 단 2곳이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성신약, 에이프로젠제약, 우리들제약, 한국유니온제약, 디에이치피코리아, 바이넥스, 파일약품 등 매출 대비 R&D 투자비율이 3%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곳들도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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