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최근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된 중앙약사심의위에 대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식약처는 운영방식을 대폭 손질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에 비해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위)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자문기구로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등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은 기구다. 중앙약심의 역할은 자문에 불과하지만 그 영향력은 상당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치료제 ‘타그리소’의 허가사항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보사 사태’는 중앙약심의 시스템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왔다. 당시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자문을 맡은 약심위원 중 일부를 고의적으로 교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보사 허가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던 중앙약심 위원들이 대거 교체된 이후 전격적으로 허가 결정이 이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식약처는 이들 위원이 일정상 이유로 불참했다고 해명했지만 중앙약심위에서 인보사에 대한 ‘검증’을 허술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그동안 이의경 식약처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국정감사 등에서 수차례 공격을 받았을 당시 약심 개선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숱하게 발표한 이유다.

결국 지난달 23일 식약처 약심 개선안이 베일을 벗었다. 여기에는 ‘심의참여위원의 무작위 추출’이란 내용도 담겨 있었다.

중앙약심 위원을 관련 전공 또는 업무 수행으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해 선정한다는 것. ‘고의적 교체설’ 의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승카드’다.

하지만 ‘무작위 배정’은 실효성 없는 ‘땜질식 처방’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무작위로 선정하겠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약심위원 풀 자체가 너무 적다”며 “중앙약심을 열기 직전 약심위원들에게 전화하거나 메일을 보내서 참석 가능한 사람을 모으는 것이 현실이다. 시간이 되는 사람만 간다는 의미다. 그런 상황에서 무작위 추출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중양약심 인력풀이 협소한 상황에서는 ‘무작위 추출’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약업계 관계자 역시 “중양약심엔 보통 6~7명이 들어간다”며 “2~3명이 옳은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3~4명의 편향된 의견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20명 이상 위원이 참석한 상황에서 과반의 의결이 나와야만 한다. 무작취 추출을 위한 인력풀 증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중앙약심의 인력풀상 합리적인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언제든 경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또 있다. 식약처는 약심위원이 제척·기피 사유에 해당되거나 기타 사유로 인해 심의에 참여할 수 없을 경우에는 차순위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심의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 차순위자를 선택한다는 점은 결국 누군가의 자의적인 위원선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며 “위원의 무작위 추출 방식은 관련 분과위원회 위원의 인력풀이 충분한 상태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약심위원 인력풀이 적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무작위 추출’ 방식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심위원 인력풀이 다른 위원회와 비교해 적지 않다”며 “다만, 향후 중앙약심위 운영 개선을 위한 의견조회나 행정예고 시 참석위원 수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타당한 의견이 제시된다면 그 부분에 대한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우 인력풀을 더 늘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의 인력풀로 무작위 배정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차순위자 선출 방식은 오히려 특정 위원만을 계속 위촉하는 등의 자의적인 위원선출을 배제하기 위한 방안이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약심 개선안에 중앙약심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의 결과를 1개월 이내에 공개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앙약심의 ‘불투명성’이 해결되기에는 부족한 방안이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

앞서의 약사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자문회의는 실시간으로 중계된다”며 “중앙약심 회의결과는 1개월이 아닌 1주일 이내로 공개해야 된다. 특히 신약이나 임상시험 관련한 회의는 환자의 안전보호와 국내 주식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신속한 공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1개월 이내 공개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방안이란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존에는 중앙약심 회의결과의 공개 기한이 별도로 없었다”며 “심의절차의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의 종료 후 1개월 이내에 회의 결과를 공개하도록 개선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도 모든 자문회의가 공개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기한 단축이 필요하다면 제도를 운영하면서 보완해 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외에도 직무윤리서약서, 경제적 이해관계 배제 등을 개선 내용으로 담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약심 개선안 자체에 한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다른 전문의는 “경제적 이해관계 배제는 앞서 운영안에도 있던 내용이다”며 “우리나라처럼 식약처 내부의 전문가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약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환자에게 유익한 신약의 통과여부를 결정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허울뿐인 개정으론 약심위 운영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의 개선이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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