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팸족(Pet+Family)들이 늘면서 동물의약품 시장이 블루오션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도 매출 다각화 차원에서 동물약 사업에 손을 대려는 곳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에 뛰어든 제약사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동물약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와 동물병원이 중심이 된 폐쇄적인 유통·판매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더이상의 사업 추진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동물의약품시장 규모는 최근 5년간 7,745억원에서 1조1,273억원으로 30% 이상 성장하며 빠르게 볼륨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몇 몇 국내 중견제약사들이 수년전부터 동물의약품 분야를 신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물의약품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웅제약이다.

회사는 지난 2015년 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고 제품의 개발·마케팅에 참여할 프로슈머단을 모집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말 ‘하트리트(HEARTREAT)’라는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하고, 해외지사가 있는 8개국에서 제품 출시 계획까지 밝힌 바 있다. 국내 시장 진출이 조만간 가시화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 이유인 것.

하지만 대웅제약의 동물의약품 시장 진출 계획은 여전히 검토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제약사들 역시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신사업으로 유망한 분야라고 하는데도 제약사들이 쉽사리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동물의약품의 핵심 유통망인 동물병원과 국내 시장을 틀어쥐고 있는 다국적사 간의 강력한 카르텔이 국내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은 소수의 다국적사가 약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동물병원과의 관계가 워낙 단단해 국내 제약사들이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이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이 기존 동물병원에서 눈을 돌려,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동물약국’과 손을 잡고 유통·판매 구조를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물병원과 다국적사의 집중 견제를 받아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물약국을 유통·판매망으로 키워 시너지를 내라는 것.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동물병원과 다국적사 간의 공고한 유통·판매 체계에 균열을 낼 수 있고, 소비자들 입장에선 동물약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동물약국을 구매처로 인식하게 돼 경쟁력 있는 유통·판매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반려동물 보호자들 사이에서 싼 가격에 품질도 믿을 만한 동물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동물약국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827개소가 동물약국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2014년 동물약국협회가 조사했을 당시 2,917개소였던 것과 비교하면 5년만에 10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처럼 동물약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국내 제약사들 입장에선 약국만을 등에 업고 시장 진출을 결정하기에는 아직까진 부담이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현재 동물병원이 유통·판매의 99%를 담당하고 있는 반면 동물약국의 역할은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동물의약품 분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동물약국의 전체 유통 규모는 월 7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약국 한 곳당 월매출이 120여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동물약국을 메인 유통망으로 쓰면 승산이 없다고 보는 이유다”면서 “무조건 동물병원을 유통망으로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선 고마진을 담보해주는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독점적인 유통·판매 구조가 판치자 업계에서는 정부가 동물약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물의약품을 취급하고 있는 A약사는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동물약국에 심장사상충 예방제 공급을 제한했던 메리알, 한국조에티스, 벨벳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들 제약사들은 여전히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제품을 유통하는 행태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며 “동물약국의 역할이 확대돼야 결국 소비자들의 혜택도 늘어난다. 기업들은 수의계 눈치만 보지 말고 시장 잠재력 차원에서 품질 좋은 제품을 공격적으로 내놓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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