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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문제의 인보사 세포 담긴 ‘연구노트’ 내용 알았나
식약처, 문제의 인보사 세포 담긴 ‘연구노트’ 내용 알았나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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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공개된 코오롱 연구노트, 식약처 ‘스모킹건’ 될까 ‘자충수’ 일까
전문가 “품목 허가 전에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 있다”

식약처가 법적증거로 제출한 연구노트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식약처는 코오롱 측이 인보사의 주성분 변경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노트를 제시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식약처가 손에 넣은 점 자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보사를 맞은 환자들 사이에서는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 이후, 식약처와 코오롱의 재판 장면이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최근 환자들을 향해서는 인보사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법정에서는 또 그와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코오롱을 공격하는 논리를 펼수록 자신들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점이 핵심이다. 식약처 허가시스템의 단면을 보여주는 ‘메시지’가 법정에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연구노트’였다. 지난달 31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를 상대로 낸 인보사 제조판매 품목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 1차 변론기일이 열린 법정에서 식약처는 코오롱티슈진의 연구노트를 증거로 제출했다. 2004년부터 인보사에 신장세포가 섞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진 연구노트였다.

재판부는 “2004년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마스터셀뱅크(MCB) 구축 이후 작성된 연구노트 14쪽에 ‘인보사 2액에서 신장세포(GP2-293) 검출’ 이란 내용이 나온다”며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코오롱 측은 재판 당시 “셀뱅크 구축 이후, 인보사 세포 기원을 파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식약처의 검증 요청도 없었다"고 답했다. 코오롱 관계자도 “식약처가 어떤 자료를 냈는지 모르기 때문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연구노트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재판이 끝난 이후부터, 연구노트는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초 인보사의 주성분이 바뀐 사실을 인지했다는 코오롱의 주장을 한방에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내용으로, 식약처의 연구노트가 향후 법정 다툼에서 ‘스모킹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식약처가 품목 허가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연구노트를 입수했을 경우, 신장세포(GP2-293)의 존재를 미리 알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 당시 코오롱 측이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품목실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연구노트를 입수했을 것”이라며 “연구노트를 취득했는데 품목허가 과정에서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품목 실사 과정에서 연구노트를 검토한 뒤 주성분이 바뀐 부분에 대해 회사 측의 해명을 받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코오롱이 10년 이상 고의 은폐했다는 사실은 곧, 식약처도 신장세포(GP2-293) 검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식약처의 ‘스모킹건’이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식약처는 2017년 7월 12일 인보사에 대한 품목 허가를 내줬다. 의약품 허가를 위해서는 임상시험결과보고서 제출 시 임상시험실시기관 또는 의뢰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2017년 7월 12일 이전엔 식약처가 ‘연구노트’를 입수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앞서 약사의 의견이다.

다른 약사는 “연구노트에는 인보사 개발에 관한 핵심 로우데이터가 담겨있다”며 “연구자들은 특정 주기별로 자신의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 기록이 저장되지 않으면 연구 자체가 의미가 없다. 진실성을 보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인보사 2액에서 신장세포(GP2-293) 검출’이란 중요 정보가 담긴 연구노트의 존재를 식약처가 허가 전 미리 파악했는데도 묵인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증언이다.

하지만 식약처 측은 관련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품목허가를 위한 실사는 국내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의 제조 및 품질관리에 실태 조사를 행한 것”이라며 “품목실사 성격상 당시 바뀐 성분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노트는 인보사사태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이 연구개발초기단계에서 세포가 신장세포로 바뀌었다고 주장해서, 이를 입증하는 자료로서 19년 5월에 제출받은 것”이라며 “이것이 법정에 증거로 채택됐다. 허가 당시 제출받았거나 미리 알고 은폐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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