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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신약 개발 '발상의 전환'…‘장내 미생물’에 주목
치매 신약 개발 '발상의 전환'…‘장내 미생물’에 주목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11.12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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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보건당국, 알츠하이머 치료제 ‘올리고매네이트’ 승인
국내 전문가들, 새로운 접근 시도한 것…“가볍게 볼 사안 아니다”

최근 중국 보건당국이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을 승인한 가운데 전문가들이 마이크로바이옴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신약이 장내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치매 치료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새롭게 바꿀 것이란 이유에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결합한 말로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과 그에 관련된 유전정보를 총칭한다. 특히 최근 연구로 장내 미생물이 암, 자가면역질환은 물론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 물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꾸준히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중국 보건당국이 허가한 치매 신약 '올리고매네이트(Oligomannate· GV-971)'도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란 점이다. 올리고매네이트는 장내 미생물의 비정상적인 증가를 억제하는 기전을 지닌 약물이다.

익명을 요구한 상급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장과 뇌는 발생학적으로 같은 곳에서 기원한다”며 “예를 들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장에도 비슷하게 분포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장내 세균을 조절해 정신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 측면에서 올리고매네이트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치료제”라고 평가했다.

올리고매네이트의 개발사인 중국 상하이그린밸리제약 홈페이지에 게재된 관련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가 걸린 마우스 모델에 대해 장내 구조를 바꾼 결과, 필수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과 이소류신이 증가하면서 Th1 세포(T helper 1 cells)의 항염증작용이 늘어났다.

Th1 세포는 주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에 대한 면역 반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인자다. 페닐알라닌과 이소류신이 증가하도록 ‘마이크로바이옴’의 체계를 바꾼 결과, Th1 세포 역할이 강화되면서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신경염증이 완화됐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페닐알라닌과 이소류신은 몸의 신진대사 과정에서 촉매역할을 담당한다”며 “보통 기력 없는 노인들에게 영양제로 쓰이는 성분이다. 올리고매네이트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바꾸면서 필수아미노산을 증가시킨 결과, 알츠하이머에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그린밸리제약에 따르면 실제로 경증에서 중등도 알츠하이머 환자 818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GV-971을 복용한 환자의 ADAS-Cog(임상 결과 인지 기능 지표)는 35주 후에 위약군 대비 2.54점이 차이가 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p<0.0001).

특히 전문가들은 올리고매네이트의 치료 기전이 기존 치매 치료제와 다르다는 사실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지역의 한 약대 교수는 “장내 환경 변화로 치매에 도움을 주는 인자를 우리 몸 안에서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마이크로바이옴의 논리”라며 “기존의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에 기반한 치매 신약들과는 달리,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해왔다. 뇌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서로 뭉치면서 플라그(Plague)를 형성해 뇌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것.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을 기반으로 신약개발에 도전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베타 아밀로이드를 분자표적으로 삼는 약들로 알츠하이머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리고매네이트의 허가로 인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중심으로, 치매 신약 개발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될 수 있다는 게 앞선 교수의 의견이다.

물론 한계도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올리고매네이트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추후에 관련 데이터를 제출해서 확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계에서는 국제적으로 올리고매네이트의 효과를 인정할 만한 논문 등재가 없을뿐더러 임상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중국에서 3상을 진행했다는 점을 유의하게 봐야 한다”며 “임상 2상 이후 3상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가 된 것이 아니다. 3상 연구를 보면 위약군과 무작위배정을 했다.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가볍게 넘길만한 연구가 아니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신약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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