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재평가 결과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치매약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건 맞지만 효능을 입증할 만한 이렇다 할 임상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남아 대폭 축소된 급여 기준을 제시받느니 차라리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유효성 평가를 위해 제약사에 요청한 자료 제출 시한이 오늘(11일)부로 종료된다. 앞으로 이 결과에 따라 적응증 삭제나 급여기준이 축소될 수 있어 해당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 관련 제약사들은 그동안 대응책 마련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지만 꺼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대부분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이나 공공생동으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품목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의 시선도 오리지널 품목을 보유한 종근당으로 쏠려 있는 상황. 회사측은 식약처의 요구사항에 맞춰 핵심 임상연구인 아스코말바(ASCOMALVA) 연구 결과와 학계 의견, 오리지널사인 이탈파마코(Italfarmaco)에서 제공 받은 자료를 취합해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의 부정적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임상 자료가 많지 않은 만큼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적응증 삭제나 급여기준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대체 처방 의약품이 없고, 의료계에서도 일정 부분 효과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식약처가 완전한 시장 퇴출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 일각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차라리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되는 것이 산업적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만약 적응증 일부만 삭제돼 설령 전문약의 지위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이미 축소된 급여기준으로 인해 전체 시장 파이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오히려 건기식으로 새 판을 짜는 편이 낫다는 것.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한 달 정도 처방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은 2만원이 채 안되지만, 만약 건기식으로 전환되면 사실상 이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주로 복용하는 60~80대 고령층 중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의 경우 치료 선택권이 상당부분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처방 경험을 비춰봤을 때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환자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약이다. 이는 최근 식약처장도 공식적으로 언급한 부분이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가 건기식으로 전환되거나 급여가 축소된다면 환자들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여론을 의식하지 말고 의료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입장은 다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전문약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뜻에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

일단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만큼 유효성 재평가를 통해 약의 효용성부터 확인하는 작업이 분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효능이 불분명한 약에 막대한 건보재정을 투입하는 것 역시 국민에게 피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건약 관계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데도 제약사와 일부 의료계의 반발 때문에 전문약으로 남겨둔다면, 건강보험에서 문제가 되는 약을 앞으로 단 한 개도 퇴출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건강보험은 지속성, 건전성을 고민하고 적절한 곳에 투입돼야 한다는 대전제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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