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제품 광고를 위해 약사 유튜버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들 약사 유튜버에게 광고비를 주고 의약품은 물론 화장품까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은근하게 노출하는 방식인 것이다. 유튜브 세상에서 제약마케팅 광고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남녀 3543명 중 63%인 2333명이 유튜버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70.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30대 60.1%, 40대 45.3%, 50대 이상 45.1% 순이었다.

이는 젊은 약사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유튜브 약국 대전‘이 본격화한 배경이다. 이들 약사들은 재기 발랄한 방식으로 의약품의 장단점이나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주의사항을 설명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 약사 유튜버들의 ‘말 한마디’가 시청자들의 의약품 선택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 제약사들이 최근 '약사 유튜버 모시기'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

약사 유튜버 채널의 한 영상 담당 피디는 “제약사들의 광고 협찬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며 “특히 대형 제약사들은 유튜브에 돈을 써야 한다는 흐름 자체를 진작에 꿰뚫고 있었다. 유튜브에 투자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는 얘기다. 일종의 ‘약사 배우’를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약사 유튜버를 광고 모델로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가성비’와 ‘신뢰도’다.

의약품 광고를 위해 연예인을 모델로 쓰면 억대의 비용이 들지만 약사 유튜버들에게는 100분의 1 정도의 예산으로 의약품에 대한 영상 노출을 최대화할 수 있다. 약사 유튜버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약품을 홍보할 경우 시청자들의 소비가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

흥미로운 사실은 약사 유튜버들이 의사 유튜버들보다 ‘의약품 광고 이미지’ 형성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유튜버 업계 관계자는 “숫자로 따지면 의사 유튜버가 훨씬 많다”며 “비율로 따지면 약사 유튜버 1명에 의사는 15명 꼴이다. 하지만 제약사들 입장에서 의사 유튜버를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진료과별로 다룰 수 있는 약이 한계가 있을 뿐더러 톡톡 튀는 매력을 보여줄 경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약사 유튜버는 다양한 의약품 소개는 물론 특유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만큼 활동영역이 의사보다 넓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제약사들에게 약사 유튜버의 성별은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제약사들의 타깃이 주로 여성 약사 유튜버를 향하고 있는 이유다.

앞서의 피디는 “유명 제약사는 화장품 홍보를 위해 여성 약사를 선호한다”며 “얼굴이 예쁜 기존의 뷰티 유튜버는 섭외 비용이 많이 든다. 시청자들도 팬심으로 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아 구매 효과도 일시적이다. 특히 뷰티 유튜버의 경우 성분 분석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사는 다르다. 여성 약사가 어떤 성분이 피부에 좋다고 상세하게 설명하면 제품 설명의 질적 수준이 올라가고 구매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화장품 리뷰를 하는 약사가 등장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제약사 규모에 따라 영상에 대한 ‘요구 조건’이 다르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앞서의 피디는 “상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는 제약사는 일단 돈이 많다”며 “마케팅 담당 팀장이 돈을 아낀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위 제약사 마케팅 팀장이 유튜브 광고예산을 10억원을 받는다고 하면, 약사 유튜버들의 광고 단가는 상대적으로 많이 싼 편이다”며 “제약사 측에서 영상 제작 과정에 크게 개입하지도 않고 방향성 자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형제약사는 광고비 운용 폭이 넓기 때문에 영상에 개입 여지가 적다는 것이 약사 유튜버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중소 제약사들은 약사 유튜버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른 약사 유튜버 측 관계자는 “중소 제약사들은 간절하다”며 “광고비가 적었지만 콘텐츠가 좋아서 응한 적이 있는데 마케팅 직원들이 집 앞까지 찾아와 ‘약사님을 꼭 보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회사 규모가 작기 때문에 더욱 사활을 거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상에 대한 요구사항이 상당하다”며 “중소 제약사들은 영상이 나오면 자막, 화면 노출 비율 등 이곳 저곳을 수정해달라고 한다. 회사 입장에서 실패하면 그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약사 유튜버들의 경우 제약사들의 터무니없는 마케팅 요청으로 곤란을 겪었다는 후문도 들리고 있다.

앞서의 피디는 “기억력 개선제라고 해서 제약사 담당자랑 통화를 해보면 의심이 갈 때가 있다”며 “약사가 성분검사를 해보면 여지없이 사기다. 숙취해소제도 다르지 않았다. 도저히 장점이 보이지 않는 제품이었는데 무조건 영상에 넣어달라고 했다. 결국은 영상을 제작하다가 진행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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