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주 주도이자 독일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 뮌헨을 프란츠 요제프 스트라우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루프트한자 버스를 이용하거나 국철인 S-Bahn을 타고 중앙역으로 이동하면 시내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번에는 S-Bahn을 이용하기로 한다. 약 4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중앙역에 도착한다. 출장지로 가는 티켓을 확인하고 여행용 큰 가방은 중앙역 물품 보관소에 맡기고 길을 나선다. 몇 시간의 여유가 있다. 꼭 봐야 할 몇 곳을 방문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나, 처음 와보는 도시이기도 하고 또한 중앙역 쪽은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해서 너무 늦지는 않기로 한다.

‘옥토버페스트(October10월+Fest축제)’의 도시 뮌헨은 맥주와 소시지로 유명하다. 독일을 여행할때면 각 지역별 맥주와 소시지를 맛볼 것으로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한국의 막걸리와 같이 각 지역의 맥주맛이 각각의 특색이 있고, 기원전 1세기 경에는 맥주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를 신부의 제1조건으로 생각할 만큼 음식 솜씨를 평가하는 기준이었다고 한다. 소시지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소시지의 종류도 많고 맛도 좋다.

이번 출장은 운이 좋아서 가는 길에는 뮌헨의 낮 풍경을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뮌헨의 밤 풍경을 볼 수 있다. 카를스 광장을 지나 뮌헨 최대의 번화가인 노이하우저 거리를 둘러보며 마리엔 광장으로 향한다.

마리엔 광장은 부근에 신시청사, 프라우엔 교회 등이 있고, 남쪽으로는 야외 시장인 빅투알리언 마르코트(Viktualienma rkt)가 있다. 마리엔광장으로 들어가면 신시청사 건물이 자연스레 눈길을 끈다. 10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지닌 뮌헨을 대표하는 건물이다. 85m 높이의 탑과 종루의 인형시계가 유명한데, 사진으로 담기에는 광각렌즈를 이용해도 부담스러울 규모다.

꼭대기에는 동상으로 장식되어 있고, 벽면은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어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눈길이 머무는 조각이 다르다. 식사를 위해 Donisl이라는 3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전통 바이에른 음식점에 들른다.

맥주와 함께 소박하고 간단한 식사를 주문하니 옆에서 한국말이 들린다. 현지에 있는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인가 보다. 사실 1440년부터 영업을 하였다는 뮌헨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인 Hundskugel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아쉽게도 문을 닫았다. 야외시장을 둘러 보고 천천히 뮌헨의 시내를 거닐며 미리 예약해둔 오후 기차 시간을 기다린다.

출장업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는 뮌헨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떠나는 일정이다. 밤 잠을 좀 포기하면 야경이 좋다는 신청사 건물을 보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술집인 호프브로 이하우스를 찾아 저녁을 곁들이 독일 전통 맥주를 한잔 할 수 있다.

호프브로이 하우스는 국왕의 직영 맥주 공장(궁정 맥주 양조장)으로 시작하여 지금도 뮌헨을 찾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리는 유명한 곳이다.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곳이 과연 맥주집인가 아니면 운동장인가’

과거 히틀러가 사람들을 모아두고 연설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 그규모는 상상에 맡긴다. 무대에는 항상 공연이 이어지고, 일자로쭉 늘어진 테이블 사이로 얼굴 크기만한 맥주잔 여러 개를 한꺼 번에 나르는 직원들로 늘 분주하다.

독일에는 약 1,300개의 맥주회사가 있고, 그 중 절반 가까운 회사가 뮌헨이 속한 바이에 른 지방에 거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600년 전통의 뢰벤브로이와 400년 전통의 호프브로이가 가장 유명하다. HB가 적힌 잔에 나오는 맥주는 호프브로이로 보면 된다. 뢰벤브로이 또는 뢰벤 호프는 7080 세대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호프집 이름이다. 독일 에서의 호프는 과연 어떤 곳일까? 정말 어마 어마한 규모의 테이블 길이에 그냥 양쪽으로 앉아서 맥주와 음식을 즐긴다.

 

7080세대들이 한국 호프집 벽에 걸려 있던 독일 비어홀의 사진보다는 훨씬 규모가 크다. 공연하는 모습 몇 장을 사진에 담고는 더늦기 전에 자리를 잡고 맥주와 소시지를 주문한다. 오늘의 저녁인 셈이다. 혼자 가기에는 좀 그런 왁자지껄한 분위기이고 그렇게 친구들과 하루 정도 취하도록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끔 된다.

두어 잔을 마시니 배가 불러 더 이상 주문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호프브로이 내부를 돌며 몇 장의 사진을 담고 있는데, 몇몇의 남자들이 부른다. 사진 찍는다고 기분 나빠하며 시비를 걸면 어떡하나 살짝 긴장하며 다가간다. 모른 척 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다.

살짝 취기가 도는 듯한 한 무리의 남자 들은 이곳에서 당신이 가장 사진을 잘 찍는 것 같으니, 친구들과 함께 온 자신들의 추억을 사진으로 담아 달라는 부탁을 한다. 긴장이 풀리며 괜한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서 플레쉬까지 꺼내 들고 사진 몇 장을 담아 준다.

잠시 앉아 같이 한잔 하자는 권유에 못이기는 척 빈자리에 앉는다. 러시아에서 일하러 온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오랜만에 현지에 있는 친구들을 만났단다. 건배제의를 하는데, 그냥 자연스레 건배를 하고 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된다.

한참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일어나려는데, 동양인 혼자 밤길 가기가 위험할 것이라며 기어이 호텔까지 배웅을 해주는 매너를 발휘한다. 처음 만난 이방인을 초대해주고 같이 웃고 떠드는 분위기를 자연스레 만들어준 러시아 친구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독일의 비어홀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곳이다. 이 친구들 지금도 어디선가 웃고 떠들며 맥주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으리라.

석회암 지대의 독일 지하수를 그대로 마시기에는 깨끗하지가 않아서 물 대신 맥주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뮌헨 시민은 1인당 연간 600병 이상의 맥주를 소비한다고 한다. 하루 평균 2병 꼴로 마시는 것이다. 독일 맥주는 아무리 마셔도 다음날 숙취 현상이 없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맥주를 만들 때 홉, 물, 맥아 그리고 효모 이외에는 아무 첨가물도 넣지 않아 상당히 순수하기 때문이란다.

독일 출장시마다 저녁식사에는 당연히 맥주가 있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꽤 취할 정도로 마시기도 했는데, 다음날 숙취를 경험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은 색이 연하고 맑은 헬레스(Helles)나 밀이 첨가되어 희고 탁한 바이첸 (Weizen) 맥주를 좋아한다. 이 밖에도 흔히들 많이 마시는 발효 타입의 라거 맥주는 필스너(Pilsner)라고 하고 같은 발효맥주지만 색이 짙은 흑맥주는 퉁겔스(Dunkels)라고 한다.

소시지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독일에는 약 1,500가지 종류의 소시지가 있는데, 자연스러운 고기 맛과 느낌을 살리기 위하여 소시지를 만들 때는 여러 종류의 고기를 섞지 않고, 착색제나 화학 조미료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는 그 재료에 따라 맛과 조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저녁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군침이 고이는 것은 뮌헨에서의 생각이 넘치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시원한 맥주 한잔과 잘 요리된 소시지 한입이면 하루를 마감하기에도 또 하루를 시작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에디터 김진규 (param123kr@naver.com)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