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자 주가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고 투자자들 모두가 돈을 벌어들인 건 아니다. 매수 타이밍을 제대로 본 외국인과 기관은 투자에 재미를 본 반면 반대편에 섰던 개인은 ‘봉’으로 전락해버린 모양새다. 외국인과 기관의 ‘옥석고르기’ 전략은 개인들이 대거 사들인 종목의 주가를 빠지게 하면서 매도한 물량을 다시 오르게 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8일 팜뉴스는 한국거래소와 증권사 통계치를 토대로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50곳의 최근 주가수익률과 외국인 및 기관의 매매 동향을 분석했다.

우선 외국인이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한 기업은 메디톡스로, 그 규모만 43%에 달했다. 이 외에도 외국인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곳은 동아에스티(25%), 대원제약(25%), 환인제약(25%), 광동제약(24%), 삼진제약(22%), 셀트리온(21%), 녹십자(19%), 유나이티드제약(19%), 한미약품(15%), 종근당(12%), 진원생명과학(11%), 일성신약(11%)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두 달 사이 외국인의 선호 추세는 종목별로 급변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이치엘비, 대웅제약, 파미셀, 한올바이오파마, 영진약품, 보령제약, 종근당, 현대약품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반면, 헬릭스미스, 신라젠, 메디톡스, 셀트리온제약의 주식은 팔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관련기업의 주가도 급변했다.

먼저 9월부터 이달 24일 까지 가장 많은 수익률을 올린 종목은 에이치엘비로, 4만 2,250원이던 주가는 18만 5,000원으로 4배가 넘게 올랐다. 수익률로 보면 338%에 달한다. 이어 신라젠(97%↑), 코오롱생명과학(54%↑), 삼성바이오로직스(40%↑), 에이프로젠제약(39%↑) 등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반면, 헬릭스미스(44%↓), 메디톡스(9%↓)는 하락해 거래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가가 4배 넘게 오른 에이치엘비의 경우, 외국인이 1,300억원(76만5819주) 이상의 물량을 거둬들이면서 가격을 끌어 올렸고 시가총액도 5조 6천억원이 늘어났다. 이는 에이치엘비의 자회사인 엘리바 테라퓨틱스(Elevar Therapeutics)의 ‘리보세라닙’ 위암 임상 3상시험 결과가 최근 유럽종양학회(ESMO)를 빛낸 ‘Best of ESMO 2019’에 선정된 것에 기인한 결과로 보여진다. 한편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은 각각 860억원(46만5013주)과 370억원(20만3797주)을 팔아 치우면서 차익을 실현하는 데 치중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투자 규모만 2,200억원(59만3062주)이었다. 이에 주가도 41%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은 7조 2천억원이 늘어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대법원이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후 이를 호재로 판단한 외국인들의 매수전략이 주효했다. 여기에 하반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 개선을 눈앞에 두고 기관들도 36만7126주를 사들이면서 주가 상승에 배팅했다. 그러나 개인들은 93만2032주를 팔아 기관과 외국인의 반대편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셀트리온도 이 기간 주가가 25%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5조1천억원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은 6만주를 파는데 그치면서 중도적인 입장을 유지했고, 대신 개인과 기관이 치열한 매매 공방을 보였다. 실제로 개인이 130만주를 팔아 치우는 동안 기관은 140만주를 사들이면서 결국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하방향에 기대를 걸었던 개인들로선 허탈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

이 외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예측은 대체로 빗나갔다. 실제로 외국인이 100억원 이상을 매수한 종목은 파미셀(172억원), 대웅제약(179억원), 한올바이오파마(162억원) 등이 있었는데, 이 기간 개인은 파미셀과 한올바이오파마의 주식을 각각 150억원과 240억원치를 팔아 치웠지만 주가는 각각 20%, 26% 급등했다.

이는 헬릭스미스도 마찬가지. 이 회사가 개발중이던 ‘엔젠시스’의 약물 혼용 오염으로 임상이 중단되자 주가는 44% 급락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약 120만주를 팔아 치운 반면, 개인은 이 보다 더 많은 130만주를 사들였다. 지난 7일에는 회사가 독립적으로 진행한 임상이 성공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반등한 상황이지만, 양측의 매매추세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메디톡스(외국인지분 43%)의 주식 처분도 늘고 있다. 최근 수출용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제품 일부가 ‘품질 부적합’으로 회수 폐기 명령을 받으면서 이 회사의 주가는 9% 떨어졌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50억원과 200억원 가량을 팔아 치웠으나 개인은 이 둘은 합친 규모인 550억원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외국인과 기관이 꼭 ‘마이더스의 손’만은 아니었다. 개인투자자들과 입장이 뒤바뀐 곳도 있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셀트리온제약의 경우, 외국인이 170억원을 매도했지만 개인이 그 물량을 받으면서 주가는 23% 상승했다.

신라젠도 외국인이 730억원에 육박하는 350만주 규모의 주식을 팔았지만 개인이 370만주 가량을 사들이면서 주가는 2만700원으로 2배 올랐다. 다만 외국인은 지난 8월초 펙사벡 임상중단 사태 이후 주가가 폭락한 1만4,000원선에서 약 400만주를 매수한 것으로 나타나 두 배 이상의 이익을 보고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대웅제약은 외국인과 개인이 330억원을 사들였지만 기관, 특히 연기금이 매도를 집중하면서 주가는 10% 하락했다.

증권가 한 전문가는 정보가 핵심인 제약바이오주를 상대로 개인이 눈치 보기식 ‘뇌동매매’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외국인의 투자 특징은 공표되는 결과를 중시하고 이에 따른 신뢰성을 담보로 장기투자하는 경향이 짙다”며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수익률 보전과 단기 매매에 치중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경우도 구원 투수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데다 증시 상황에 따른 정책 반영이 가능하다”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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