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자금운용지침 개정을 통해 건보 준비금을 공격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투자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건보공단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자금운용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와 함께 확정금리형과 실적배당형 등 기존의 자금운용 방식을 채권이나 주식형펀드, 대체투자 등으로 투자방법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단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문재인 케어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현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면서 재정 적자 폭이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앞으로 그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최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정 전망’에 따르면 현 정부 임기 내 재정적자가 17조2,000억원, 다음 정부는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계치보다 각각 3조7,000억원, 9조9,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만약 이 같은 추정치가 현실화 되면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에 따른 누적 준비금은 지난해 발표된 2027년보다 3년 앞당겨진 2024년 고갈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때문에 건보재정의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행 건강보험료율을 인상시키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이 경우 야당과 일부 직능단체들로부터 문 케어의 재검토까지 요구받을 수 있는 만큼 정부 입장에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가운데 건보공단은 중장기 자금 투자가능 상품군에 주식과 대체투자를 추가했다. 주식 투자 비중은 2%, 대체투자의 비중은 4%지만 허용범위 최대치를 반영하면 4%, 8%까지 늘어나게 된다. 중장기 투자가능 자금 14조원 중 주식에 4,100~8,200억원, 대체투자에 8,200~1조6,400억원까지 투자가 가능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투자 방식을 통해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수익률을 제고하겠다는 건보공단의 목표는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일단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최근 건강보험 준비금을 제약·바이오·의료기기산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기대수익률이 높아질수록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것은 진리인데 정부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1년 단위로 단기 운용되는 건강보험 준비금의 성격상 안정성과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기본 원칙인데, 여기서 만약 수익률이 강조될 경우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김 이사장의 발언 직후 반발이 거세지자 건보공단 측은 주식 매입과 같은 직접 투자 방식이 아닌, 다양한 섹터(전기, 건설, 유통, IT 등)로 구성된 주식형펀드 등의 간접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야당과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만약 건보공단이 제약·바이오 섹터에 지난 1년간 주식형펀드 방식으로 투자를 했다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1년(2018.10.17.~2019.10.17)간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1만2,825.8에서 9,947.63으로, 코스닥 제약 지수도 9,572.06에서 7061.48로 내려앉으며 각각 -22.4%, -26.2%라는 참담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주식형펀드라 하더라도 예측 불가능한 국내외 시장 변수에 따라 손실이 급증할 수 있다”면서 “손해가 발생하면 건보재정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존의 보수적인 방식으로 준비금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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