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의약품인 메틸페니데이트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공부 잘하는 약’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이제는 필로폰 대용으로 병원에서 처방을 받거나, 은밀한 방식으로 불법 구입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온라인상에서 메틸페니데이트를 쉽게 구입할 수 있고 복용후기가 넘쳐나는 데도 식약처는 수수방관 중이다.

18일 인재근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2014년~2019년 상반기)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인원은 46만명, 청구 건수는 320만 626건을 기록했다. 진료비 청구 금액은 약 9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연령대별 처방 현황을 보면, 19세 미만이 235만 4천여건으로 전체의 73.6%를 차지했고 진료비는 약 829억 원(85.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인의 경우 20대(28만5968건), 30대(14만7,262건) 순이었다.

문제는 20·30세대의 메틸페니데이트 처방건수가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팜뉴스가 인재근 의원실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통계에 의하면, 2014년 20대의 메틸페니데이트 처방건수는 2만7373건에서 이듬해 3만3663건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2017년과 지난해는 각각 5만5805건, 8만1776건을 기록했다.

증가폭도 해마다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5년에 비해 2016년 처방건수는 23% 증가했다. 2016~2017년과 2017~2018년은 각각 65.8%, 46.5% 늘어났다. 30대 처방건수 증가폭 역시 같은 기간 2.3% 49.9%, 33%를 기록했다.

10대의 메틸페니데이트 청구건수 증가율이 –3.1%, 4.1%, 9.6% 변화한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속도로 메틸페니데이트의 20·30세대 처방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지역의 약대 교수는 “성인 ADHD 환자 증가에 따른 수치로 보기에는 증가율이 상당하다”며 “메틸페니데이트는 필로폰과 유사 반응을 느낄 수 있다. 필로폰을 구입할 수 없으니 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고 마약 대용품으로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그동안 ‘공부 잘하는 약’으로 고3 수험생들을 사이에 은밀하게 유통됐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층이 합법을 빙자해 향정신성의약품을 무차별적으로 투약한다는 것이 앞서 교수의 의견.

이 교수는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하면 상상하기 힘든 행복감이 밀려오지만 각성작용이 있기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커피보다 훨씬 강하다”며 “ADHD 환자들은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할 경우 중독에 빠질 위험이 낮지만 정상적인 사람이 복용하면 의존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메틸페니데이트 복용 후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올해 4월 한 축구 커뮤니티의 회원은 “복용 후 30분이 지나면 약효가 오는데 즉시 행복감이 도취된다”면서 “하지만 교감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심박수가 급격히 올라갔고 공황장애 증세가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글쓴이 의도와는 다르게 쾌락의 정도를 묻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수십 건이 달렸다.

심지어 메틸페니데이트는 온라인상에서 독버섯처럼 유통되고 있다.

팜뉴스 취재진이 접촉한 업자 A 씨는 “집중력강화제로 엑스터시와 같은 황홀감을 경험할 수 있다”며 “부작용은 없다. 마약 성분은 극소량만 들어있으며 쉽게 처방이 가능한 약물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보건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앞서의 교수는 “식약처의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며 “의사들마저 메틸페니데이트에 대해 깜깜이 처방을 하고 있고, 불법 유통까지 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 당장 실태조사에 돌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메틸페니데이트의 젊은층 복용 증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것이란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루로 빻아서 코로 흡입하는 등 20·30세대를 중심으로 메틸페니데이트가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사실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서 처방내역이 잡히기 때문에 과다 처방한 의료기관에 대해 곧 실태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불법 유통되는 부분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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