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가 때 아닌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메자닌 창구’가 이제는 기업들의 돈줄을 막는 골칫덩이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메자닌’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가 상승장에서는 주식으로 전환해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장에선 주식을 팔기가 애매한 만큼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고민은 최근 1조원이 넘는 라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라임 펀드는 국내 최대 헤지펀드로, 유래 없는 투자펀드의 환매 중단이 결정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제약바이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거대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이슈를 겪으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를 맞았기 때문에 주식 전환을 통한 자금회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들의 전환사채 조기 상환 요구도 관측되고 있는 상황.

 

전환사채가 1,000억원대 이상인 주요 제약바이오기업에는 신라젠(1,100억원), 헬릭스미스(1,035억원), 휴젤(1,000억원), 파멥신(1,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휴젤은 14일 기준 주가가 37만4,600원으로, 실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가격인 36만6,000원보다 높기 때문에 사실상 투자자들의 부담은 크지 않은 상태다. 주식전환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주당 8,000원인 셈.

반면, 신라젠의 경우 지난 3월 8만원이었던 주가는 14일 1만3,700원까지 폭락하면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가격도 당초 5만7,200원에서 4만9,078원까지 떨어졌다. 최저조정한도까지 바닦을 보인 만큼 투자자들은 주가가 4만9,000원을 넘어야 주식 전환도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주식으로 교환할 전환가가 하향조정 될 경우, 전환되는 주식수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감소할 수 밖에는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상증자 물량이 상장돼 거래되면 수급 불안에 따른 주가 하락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헬릭스미스는 1,000억원의 전환사채와 311만7,068달러의 유동성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여기서 원화의 경우 당초 22만2,131원에서 20만6,521원으로 전환가가 조정됐지만 임상 쇼크로 주가는 10만1,300원까지 폭락해 사실상 전환가와의 괴리가 상당히 커져버린 상태다.

파멥신도 지난 5월 1,0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신라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회사는 당초 1년후 전환가액을 6만7,389원으로(전환시 1,484천주 발행) 잡았지만 주가하락으로 인해 이는 지난 9월 4만7,173원까지 하향조정 됐다. 발행 예상물량도 211만9천주로 63만5천주나 더 발행하게 됐다.

이외에도 크리스탈지노믹스(1만4,299원), 아이큐어(2만9,929원), 메디포스트(3만2,490원) 등도 전환가격이 최저한도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반면 주가가 올라 이득을 본 케이스도 있었다.

에이치엘비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889억원을 발행했다. 이 중 올해 발행된 400억원(전환가 5만7,253원)을 제외하고 489억원 모두 행사가 가능하다. 행사가격도 7만4,914원이기 때문에 이를 주식으로 교환하게 되면 현재 주가가 12만2,300원인 만큼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리보세라닙’ 3상 데이터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공개하면서 당초 4만5,000원선에서 12만2,300원까지 급등했다.

한편, 삼천당제약은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100억원씩 각각 발행했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의 현재 주가가 3만5,000원으로 전환가격인 3만200원보다 5천원 가까이 높다는 점이다. 때문에 주식 전환이 가능해지는 오는 11월 19일까지 주가가 유지된다면 주식전환 행사로 인해 16%의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는 특성상 임상 결과와 R&D 동향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메자닌 투자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다만 회사가 폐업의 위기가 있는 곳만 아니라면 원금보장형 주식 상품을 갖는 것과 동일하므로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좋은 선택지”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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