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의 항암 이슈가 세관 당국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암환자들을 중심으로 CBD오일 해외직구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펜벤다졸과 CBD 오일을 함께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세청은 CBD 오일의 국내 유통이 불법이란 이유로 무더기 폐기 절차를 밟고 있지만 환자들의 민원과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과 식약처는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CBD 오일을 합법화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인 조 티펜스가 펜벤다졸과 커큐민, CBD 오일을 함께 복용해 폐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하면서 CBD오일의 해외직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기 암환자들을 중심으로 펜벤다졸 품절사태에 이어 CBD 오일 해외직구 광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CBD오일은 국내 수입과 사용이 금지됐다는 점이다. CBD 오일은 대마에서 칸나비디올 성분을 추출해 만든 제품으로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서 건기식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 환자들이 구입할 경우 불법이다.

다만,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은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하는 조건으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CBD 성분의 뇌전증 치료제인 에피디올렉스를 포함한 4종의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11일부터 시행된 ‘마약류 관리법 시행령’에서 제한적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팜뉴스 취재 결과, 최근 관세청은 CBD오일에 대한 통관 보류나 폐기통보에 따른 환자들의 항의전화로 몸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에서 건기식으로 팔리는 CBD 오일을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과정에서 관세청과 마찰을 겪고 있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개 구충제 항암 이슈 이후 세관으로 들어오는 CBD 오일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CBD 오일은 현행법상 명백히 마약이기 때문에 통관을 보류하거나 폐기절차를 밟고 있다. 대부분 불법 해외직구이지만 환자들의 항의전화는 물론 공식 민원도 접수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CBD 오일에 대한 수입을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청원인 A 씨는 “반쪽짜리 마약류 관리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의료용 대마로 허가된 CBD 성분 치료제는 진단서를 첨부해야만 구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BD 오일과의 병행사용으로 시한부 환자가 완치판정을 받았다”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CBD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슈퍼에서도 구매가 가능한 건강보조식품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마약으로 지정된 CBD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BD 오일에 대한 규제 완화로 펜벤다졸과 함께 복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이 청원인이 주장하는 의미인 것.

실제로 마약류 관리법 2조는 CBD 성분의 화학적 합성품을 ‘대마’로 규정하고 하위법인 대통령령에서는 국내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단순 대마 성분의 CBD 오일을 건강기능식품처럼 살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구입이 불가능하단 의미다.

전문가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는 “펜벤다졸과 CBD 오일을 복용한다고 항암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전 세계적으로 CBD 성분에 대한 규제가 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환자들의 의견에도 어느정도 일리는 있다. 정부가 CBD 오일의 건기식 허용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마약류는 환자들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마약중독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사람한테도 약이 허용될 수 있다. CBD 오일 합법화 요구는 지나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약대 교수도 “미국의 건기식은 신고제다. 허가제인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섣부른 허용은 오남용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CBD 오일은 엄연히 마약류다”며 “단순히 해외에서 건기식으로 취급된다는 이유로 안전성과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건기식으로 유통할 수는 없다. 펜벤다졸과 같이 복용하려는 암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CBD 성분이 건기식으로 풀리면 장기적으로 오남용의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펜벤다졸이 촉발한 CBD오일 구매 열풍을 계기로 의료용 대마의 전면 합법화 추진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을 벌이는 유력단체 관계자는 “과거에 뇌전증 환자들이 나서서 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그나마 CBD 성분의 뇌전증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된 것”이라며 “하지만 뇌전증 환자보다 암환자수가 훨씬 많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암환자들을 중심으로 합법화 목소리가 강해진다면 보건당국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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