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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치매 환자가 드라마에 나오는 노인 같진 않다”
“모든 치매 환자가 드라마에 나오는 노인 같진 않다”
  • 이헌구 기자
  • 승인 2019.10.14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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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인식 전환부터 치매안심센터 역할까지 전국민적 관심 절실
‘환자의 감정’에 초점 맞춘 치료 시급…“진료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치매 환자 ‘존엄성’ 유지할 때 ‘예쁜 치매’도 비로소 가능해

홍창형 교수(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치매 환자 대부분은 대·소변을 못 가리는 사람들로 그들의 일상이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말기’ 환자의 모습일 뿐이다. 이렇게 미디어에서 다뤄진 단편적인 치매 증상으로 인해 대중들은 이 질환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중기-말기’ 3단계로 구분하는 치매는 초기 환자가 65% 정도이고, 사실 말기 단계의 환자는 15~20%에 불과하다. 치매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치매 진료 현장의 패러다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치매 관리의 초점이 환자가 현 상태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보호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어떠한지 등으로 전환돼야만 치매 환자가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에게 존엄한 삶이 필요한 이유와 그 삶을 지키기 위해 어떤 관리와 노력이 필요한지 전문의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홍창형 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홍창형 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치매환자의 ‘존엄적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다’,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1일 6~9시간의 간병 시간, 연간 약 2,000만원이 직·간접적 비용이 소요된다’와 같은 통계가 미디어를 통해 많이 알려지면서 치매 발생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도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치매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치매의 정의 자체가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못하는 것을 의미하긴 하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서 의료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치매 환자가 제 기능을 못 한다’라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매 환자의 보호자들을 상담해 보면, MMSE 점수 변화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가족 입장에서는 질환이 진행될수록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없는 활동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앞으로는 치매 치료와 관리의 초점을 떨어지는 인지 기능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감정’에 맞춰야 한다.

말기 치매 환자도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은 똑같이 느낀다. 비록 환자가 더이상 가족을 못알아볼 지라도 환자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다면 가족들은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이 얼마나 나빠졌는지에 초점을 두게 되면, 환자 가족들의 절망은 갈수록 깊어지기만 할 뿐이다.

현재 의학 수준에서 의료진들은 인지기능 점수를 바탕으로 치매 환자를 판단하고 보호자와 상담할 수 밖에 없으나,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치매의 진료와 관리의 초점이 환자가 얼마나 현 상태에 만족하고 기쁘게 생활하고 있는지, 보호자가 치매 환자를 돌보면서 느끼는 부담감은 어떠한지 등으로 바뀌어야만 치매 환자가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다.

≫ 치매 환자의 존엄성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치매’라는 질환이 사회를 통합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잡길 희망한다.

치매는 빈부귀천을 떠나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느끼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사실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이들을 사회적 약자라고 보는 이유다.

그러나 만약에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치매 노인들이 많아진다면 어떨까.

실제로 2015년 JAMA Neur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학병원에 내원한 2,397명 치매 환자의 기록을 리뷰한 결과, 치매 환자의 약 8.5%(204명)가 음주운전, 폭행, 절도, 성 관련 범죄 등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앞으로 치매로 인해 충동조절이 어려운 환자가 증가하면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와 사회적 비용 또한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치매 환자’를 사회적 골칫덩어리로 낙인을 찍으면서 혐오하는 분위기가 생길까 걱정이 된다.

우리 모두가 치매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대국민 계몽 운동’이 필요하다. 만약 조현병이나 암, 희귀난치병 환자 등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고, 이들의 삶에 공감하는 것 자체가 초·중·고등·대학교의 교과 과목 중 하나로 자리 잡는다면 젊은 세대의 인성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선진 시민이라면 당연히 봉사 하나쯤은 해야지’, ‘수준 있는 고등학생이라면 치매 환자 돌보기 봉사쯤은 해야지’ 등의 가치관이 사회에 자리잡으면, 이를 발판으로 여러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치매’는 전국에 256개의 치매안심센터가 있기 때문에 움직임을 활성화할 수 있는 동력이 있다. 치매안심센터가 교육계와 논의를 통해 대국민 계몽 활동을 시작하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자는 움직임이 전국에 자리잡기를 희망한다.

≫ 전국 256곳 치매안심센터, 앞으로의 운영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치매 관리 사업을 선제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대찬성이다.

문제는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는지다. 현재 진행중인 치매 관리 사업들 중 어느 것이 비용 효과적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전국에는 이미 256개의 치매안심센터가 있다. 하지만 이 치매안심센터가 서비스 ‘수혜자 중심’이 아닌 ‘제공자 중심’의 사업에 그쳐 아쉬움이 든다. 이 기관들이 치매 관리를 위한 사업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포괄적인 형태로 다양한 노인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실제로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우울증, 화병, 수면장애, 자살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기관이 없다.

이를 해결하자고 문제를 제기하면, 노인자살예방센터, 노인우울증센터, 노인수면장애센터 등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는 곧 사업의 중복과 낭비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는 급속한 고령화로 5년 뒤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를 맞이하고 있지만 정작 노인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관이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노인정신건강센터를 확대 운영하던지, 아니면 치매안심센터의 기능을 새롭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치매안심센터 중 일부는 직영이 아닌 위탁의 형태로 시범사업화 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은 중앙 부처에서 사업을 기획해 전국에서 모두 같은 사업을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는 지역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지역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어떤 자원이 있는지 등 지역에 특화된 맞춤형 사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시범사업이나 시범센터 운영을 통해 신규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비용 효과성을 검증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치매환자의 존엄성 유지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주목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을 보면, 치매환자의 존엄성에 대해 훨씬 이전부터 논의해오고 있다.

일본에서 진행한 치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치매 노인들은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를 싫어한다. 이 때문에 치매 노인이 집에서도 잘 생활할 수 있도록, 치매 환자도 존엄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 대중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등 다방면으로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방안이 필요하다.

사실 정신행동증상만 없으면 환자의 가족들은 치매환자를 돌보기가 훨씬 수월하다. 인지기능이 떨어져 기억력이 낮아지는 것은 가족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나 마음이 슬플 뿐이다. 그러나 정신이상행동이 나타나게 되면 환자의 가족들은 고통에 빠지고 더 이상 치매환자가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

이 때문에 최근 정신행동증상의 비약물적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NICE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정신행동증상 발생 시 먼저 비약물적 치료를 시행하고, 효과가 없을 시 약물치료를 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 시 환자의 정신행동증상은 눈에 띄게 사라지지만, 아직까지 이 흔한 증상에 대한 치료법이나 평가법은 의료진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 교육이 필요하다.

가족들이 환자를 돌보는데 아무 문제가 없으면 소위 ‘예쁜 치매’라고 부른다. 치매 환자들이 가급적이면 ‘예쁜 치매’ 상태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의료진의 목표다.

▲ 인터뷰이 소개

[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 교수]

인지장애, 노인성우울증을 전문으로 진료하며, 연구는 지역사회 치매통합관리 시스템 개발과 뇌 노화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수원시 노인정신건강센터 센터장,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총무이사,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수련이사를 지냈고, 대한정신과학회,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등 활발한 학회 활동도 병행 중이다.

[주요 경력]

-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수원시 노인정신건강센터 센터장

- 광주시 정신보건센터 자문위원

- 연세대학교 노화과학협동과정 박사 (노화과학전공)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석사

- 중앙자살예방센터장

[수상 경력]

- 2006년 PRCP(Pacific Rim College of Psychiatry) 치매 분야 Research Award

- 2011년 고려미래의학자상

- 2017년 제 45회 보건의날 기념 국무총리상(정신질환 에방관리와 자살예방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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