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의 도난분실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옥시코돈 약물 중독과 부작용은 미국에서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어 보건당국의 단속망이 구멍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식약처가 ‘사라진’ 옥시코돈에 대한 실태 조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옥시코돈은 마약인 아편과 비슷한 물질인 테바인을 원료로 합성해 만든 약물로, 마약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으로 분류돼 있다.

현재 국내 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옥시코돈’(복합제 포함) 성분이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먼디파마가 미국 퍼듀파머사에서 수입한 ‘아이알코돈’(속방정)과 ‘옥시콘틴’(서방정), ‘타진’(복합제), ‘옥시넘’(주사제) 등이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한림제약의 ‘코사돈’, 대원제약 ‘프로콘틴’ 등도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다.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2019년 8월까지 총 209건의 마약류 도난·분실사건이 발생했다. 병·의원이 146건(69%)으로 가장 많았고, 약국 45건(22%), 도매업체 16건(8%)이 뒤를 이었다. 사라진 마약류는 총 4만4,177개(정,앰플,바이알 등 합산)였다.

졸피뎀(7,933개)은 같은 기간 도난·분실된 양이 가장 많은 약물이었다. 때문에 세간의 시선은 졸피뎀에 쏠려있지만 점유율에 따른 통계에서는 ‘숨은일인치’가 있었다. 옥시코돈의 도난·분실량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도난·분실량 마약류 상위 10개 약물’의 연도별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당시만해도 점유율 1위는 24%를 기록한 알프라졸람 성분(1131)이었다. 펜디메트라진(900)과 디아제팜(643)이 각각 19%, 14%의 점유율로 뒤를 이었지만 상위 10개 마약류 명단에서 옥시코돈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최근 2년 동안에도 다르지 않았다. 2017년은 38%의 점유율을 기록한 디아제팜(3279)이 1위를 차지했다. 클로나제팜(1447.5), 졸피뎀(1110.5)은 각각 17%, 13%로 뒤를 이었다. 2018년엔 졸피뎀(2978)이 22%의 점유율을 보였고 에티졸람(2751)과 알프라졸람(1481)의 점유율은 각각 20%, 11% 순이었다. 옥시코돈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옥시코돈의 도난·분실량은 최근 8개월간(올해 1월~8월) 4374개였다. 무려 59%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다른 약물을 가볍게 제치며 1위를 기록 중이다. 사라진 옥시코돈 4374개는 졸피뎀, 알프라졸람이 같은 기간 기록한 개수를 훌쩍 뛰어넘고 있는 것.

옥시코돈이 4년 8개월 동안, 누적된 도난·분실량 마약류 중 졸피뎀(7,933), 디아제팜(5771)에 이어 3위(4516)를 기록한 원인이다. 최근 옥시코돈이 급속도로 의료기관, 약국, 도매상 등에서 누군가에 의해 불법적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옥시코돈이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온 오피오이드 계열의 약물이란 점이다.

최근 미국에선 옥시코돈을 마약 대용으로 갈아서 흡입하거나 물에 타 주사제로 사용하면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오피오이드와 전쟁을 선포한 이유다. 중독성과 의존성이 강한 약물로 흡입하면 분별력을 잃고 졸리고 호흡이 둔화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옥시코돈의 국내 도난·분실양의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대 교수는 “옥시코돈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옥시코돈은 의존성과 탐닉성이 있는 물질로 졸피뎀 같은 수면제 종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졸피뎀은 잠에 들지 못해서 먹는 약으로, 쾌감을 얻기 위해 먹는 약은 아니다. 하지만 옥시코돈은 강력한 쾌감을 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 아편성 진통제를 쓰는데, 옥시코돈은 통증 감소 효과는 물론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일으킨다”며 “3~4번만 투여하고 그만둬도 금단증상 때문에 불쾌한 기분을 느낀다. 이런 기분을 경험한 환자들이나 의료계 종사자들이 몰래 옥시코돈을 빼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통계가 병·의원과 약국 내부 관계자 또는 환자가 의료용 마약류인 옥시코돈을 훔쳐 불법 투약하거나 광범위하게 유통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게 앞서 교수의 의견이다. 때문에 식약처 단속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교수는 “옥시코돈을 포함해 마약류 실태조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며 “마약류 분실이 일어날 리가 없다. 그런데도 분실됐다면 도저히 처방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훔쳐가는 것이다. 진짜 도난 또는 분실인지 끝까지 추적해서 따져야 하고 이유를 댈 수 없다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약사는 “약국에서는 마약류가 분실된 이유에 대해 약사는 굳이 자세하게 서술할 필요 없다”며 “조제 또는 투약 오류로 기재해도 총량의 1% 이내라면 보건당국이 문제 삼지 않는다. 분실 사고가 많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약화사고나 도난 사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옥시코돈의 도난 분실양이 급증한 점도 식약처 조사를 통해 발견한 것”이라며 “소극적 대응이란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사라진 옥시코돈에 대해 곧 수사를 의뢰할 것”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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