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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MA 위험률 ‘동물=사람’ 공식, “결과 담보 못한다”
NDMA 위험률 ‘동물=사람’ 공식, “결과 담보 못한다”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10.1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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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환자’ 역학 조사 결과 발사르탄 암 위험 증가 뚜렷하지 않아
식약처, ‘비임상’ 시험 근거로 NDMA 영향 평가…인체 역학조사 ‘시급’

식약처가 리니티딘 제품에 대해 회수 조치에 들어간 가운데 NDMA의 인체 역학 조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NDMA에 대한 위해성 평가가 동물 실험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역학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2A군으로 분류한 물질로, ‘인간에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 있는 물질’ 중 하나다.

만약 NDMA를 경구를 통해 섭취하거나 피부에 흡수되면 간괴사를 유발할 수 있다. 과다 노출은 두통, 발열, 오심, 황달 등을 일으킨다. 미국 정부가 담배 함유 유해 물질 93종 중 하나로 NDMA를 지정한 이유다.

문제는 식약처가 그동안 진행한 NDMA의 인체 위해성 평가가 '동물실험'을 전제로 이뤄져 왔다는 사실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 발사르탄에 대한 인체영향평가 결과, 추가 발암 가능성을 10만명 중 약 8.5명이라고 발표했다. 4개월 뒤 식약처는 NDMA로 인한 발암 가능성에 대해 복용환자 10만명 중 약 0.5명으로 확정했다. 발사르탄 실제 복용환자 38만 1,391명의 개인별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근거로 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M7 가이드라인의 방법을 적용한 결과였다.

이는 임상이 아닌 비임상(동물) 시험의 결과를 근거로 인체 투여를 가정해서, NDMA의 영향을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식약처는 가장 민감한 동물실험(암컷 랫드의 담관낭종양)의 TD50(동물실험에서 50%에서 암이 발생하는 농도)를 이용하여 1일 섭취 허용량(96 ng/일)을 산출하고, 환자별 1일 복용량과 발사르탄 의약품 복용기간을 적용해 추가 발암 가능성을 계산했다. 즉, ‘인체영향평가’를 위한 NDMA 1일 섭취 허용량의 기준을 ‘실험용 쥐’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정한 것.

때문에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복용환자를 통한 ‘코호트(역학)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발사르탄 사태가 연쇄적으로 터졌을 때 NDMA의 임상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NDMA가 설치류나 동물류에 영향이 있다는 보고는 있지만 사람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는 상황이었다. 환자를 역추적하는 조사가 필요했던 이유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동물실험을 전제로 위험성을 평가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덴마크는 달랐다. 덴마크 연구진은 2012년 1월 1일부터 2017년 6월 30일까지 발사르탄을 복용한 40대 이상 성인 환자 5150명을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에 돌입했다. 처방자료를 토대로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 의약품을 복용 환자와 NDMA가 검출되지 않은 발사르탄을 복용한 환자의 암 발생률을 비교했다.

평균 4.6년간 5150명을 추적한 결과 NDMA에 노출되지 않은 환자들 중 암 발생건수는 104건, 노출된 환자들 중엔 198건이었다. NDMA 노출에 따른 암발생 위험 비율은 1.09(95% CI 0.85-1.41)로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NDMA로 오염된 발사르탄 사용자에서 암의 단기적인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환자를 역추적하는 역학 조사로 NDMA의 임상적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덴마크의 발표 이후, 발사르탄의 인체영향평가의 적정성을 논의하기 위한 중앙약심에서도 역학 조사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1일 열린 중앙약심에서 A 위원은 “식약처의 인체위해평가는 동물실험 결과로부터 추정됐고 섭취 허용량(AI)도 그 동물실험 결과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동물의 평생 동안(2년)의 50%에서 암을 발생시키는 농도로부터 나왔다. 사람의 수명에 대입하면 관찰기간이 몇 배는 길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서도 동일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결국 코호트 연구를 통해 확인해 봐야 한다. 발사르탄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NDMA 함유 및 미함유 약물 복용환자를 구분·추적해 암 발생률의 변화를 비교해야 인체에 대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식약처는 다른 부처와의 협의 없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라니티딘 회수 사태’에서도 역사는 반복됐다.

식약처는 지난달 26일 라니티딘 원료의약품(7종)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0.16ppm)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ICH M7 가이드라인에 따라 라니티딘의 NDMA 잠정관리기준 0.16ppm은 라니티딘 1일 최대 복용량(600mg)을 평생 섭취하는 것을 전제로 산출됐다. 이번에도 ‘동물 실험’을 기초로 위해성 평가를 진행된 것이다. 식약처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앞서의 약사는 “1년 전에 비해 식약처의 대처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발사르탄 때 역학 조사를 시도했다면 라니티딘의 인체 위험도가 어느 정도 계측될 수 있다. 동물 실험에 빗대 막연히 위험도를 평가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한계가 크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별도의 역학 조사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중앙약심위에 배석한 식약처의 한 간부는 “12월 발표 당시 NDMA 발암가능성이 10만명 당 1명 이하로 나왔기 때문에 역학조사를 따로 고려하지 않았다.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며 “다만, 라니티딘에서 검출된 NDMA에 대한 역학조사는 향후 꾸려질 인체영향평가위원회에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며 원론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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