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이후 1,455만명분의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해놨다. 이 중 865만명 분이 유효기간 만료로 내년까지 폐기 처리됨에 따라, 250억원의 예산을 들여 그 공백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다국적제약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정부의 항바이러스제 비축사업이 제네릭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들에게까지 기회의 문이 넓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국회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항바이러스제 비축사업의 역차별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내 제약사들에게 동등한 공급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진행될 항바이러스제 구매를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계약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이번 사업에 참여자로 선정될 경우 치열한 국내 제네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별도의 영업이나 마케팅 비용의 집행 없이 국가비축의약품이라는 타이틀로 제품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매출 확대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항바이러스제 비축사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곳은 한국로슈, GSK, 한미약품, 녹십자 총 4곳이다. 이 중 한국로슈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 688만명분(폐기 2019~2020년)과 GSK 리렌자(자나미비르) 177만명분(폐기 2019년)은 유효기간 만료가 임박해 있는 상황이다.

국내 오셀타미비르 제네릭 시장은 현재 약 700~8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리지널 제품인 타미플루는 2017년 8월 특허권 종료 이후 약가 인하와 제네릭 출시 영향으로 매년 매출과 점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리딩 품목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위 자리는 염변경을 통해 2016년 2월 시장에 진입한 한미플루(한미약품)가 지키고 있다.

이 두 제품이 60~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출시 2년차를 맞은 제네릭 제품들이 저가전략과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코미플루(코오롱제약), 유한엔플루(유한양행)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의미있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제품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개입찰계약으로 변경되더라도 중소제약사는 일부 국내·외 대형 제약사들의 들러리 역할에 불과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질본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으로 나눠 구매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국내 제약사 중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을 모두 생산·제조할 수 있는 제약사가 한정돼 있다”며 “질본측이 3개월 내 130만명분(단일 제약사 완제의약품 기준) 생산 가능 여부를 사업자 선정 기준 중 하나로 언급했던 만큼 개별 중소제약사들이 기회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48시간 내에 복용해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의 특성상 원료의약품으로 구매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질본은 당초 계획대로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으로 구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인플루엔자가 대유행을 하더라도 비축된 1천만명분의 완제의약품으로 초기 대응이 가능하고 그 기간 동안 원료의약품을 완제의약품으로 긴급 생산하는 것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게 질본 측 설명인 것.

따라서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모두를 제조·생산할 수 있는 제약사만 입찰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질본 관계자는 “오리지널의 특허만료로 인한 국내 제네릭 공급기반 마련 등 환경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바이러스제 구매 계획을 수립했다”며 “의무비축비율을 인구 대비 30%에서 25%로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질본은 이달 중으로 조달청을 통해 첫 공개경쟁입찰 공고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유효기간 만료분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추가 비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구체적인 제한경쟁 조건은 관련법령에 따라 조달청과의 협의 및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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