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인보사’였다. 여야 의원들은 이의경 처장이 인보사의 경제성평가를 수행한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이해충돌 문제를 거론하고 자격논란 ‘프레임’으로 융단폭격을 가했다. 하루종일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쏟아냈지만 의원들의 전문성이 결여된 탓에 정작 중요한 ‘한방’이 없던 맥 빠진 국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7일 윤소하 의원은 국감에 앞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함께 인보사 투여환자 96명에 대한 역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실협은 환자의 약 60%가 인보사 투약 이후 통증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정부는 인보사 사태가 터진 이후 6개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해왔는지 묻고싶다. 15년동안 추적조사를 한다고 거창하게 발표해놓고 등록한 환자는 약 2300명뿐이다. 역학조사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보사 국감 직전 식약처를 향해 포문을 연 것.

국감장에서는 전운이 감돌았다. 보건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국감이 시작한 순간 이의경 식약처장의 위치를 확인하는 눈빛이었다. ‘인보사 사태’의 책임론 한복판에 서있는 보건당국의 수장이었기 때문이다. 식약처 고위급 공무원들 역시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은 질의를 시작했다. 그는 이의경 처장을 향해 “인보사 사건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며 “식약처가 6개월 안에 인보사를 투여받은 모든 환자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이상사례 등 결과 보고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도 검사 인원은 0명이다”고 지적했다. 식약처가 내놓은 인보사 관련 입장, 곧 ‘메시지’를 중심으로 공격을 가한 것이다.

질의가 끝난 순간 이의경 처장은 “0명이 아니다. 2명이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장정숙 의원은 “변명하지 마라”며 “이 처장이 취임하면서 배우자와 함께 처분한 비아플러스 주식 1600주가 전체 주식의 80%에 달한다. 이 처장이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24건의 논문 중 19건이 비아플러스 측과의 공동연구였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당시 이 처장이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각종 연구 용역을 비아플러스에 몰아준 의혹이 있다”며 "비아플러스가 산학협력단에서 측정하는 간접비를 회피하기 위해 만든 기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장정숙 의원의 입에서 ‘비아플러스’라는 키워드가 나올 때마다, 이의경 처장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장 의원은 이의경 처장이 인보사의 경제성평가를 진행한 당사자라는 사실을 연상시키고, 경제성평가의 세부과제를 수행한 ‘비아플러스’라는 새로운 키워드로 이의경 처장과 인보사와의 인과관계를 암시하는 전략이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프레임이 국감장을 지배한 순간이다.

메신저를 향한 공격은 당장은 ‘효과적’인 것처럼 보였다. 여야 의원들이 너도나도 ‘인보사 경평 수행’= ‘이해충돌’= ‘처장 자격논란’이란 도식으로 질의를 시작한 계기였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경제성 평가는 모형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제약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비아플러스라는 회사를 만든 것도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 아니었냐"고 물었다.

이의경 처장이 코오롱생명과학의 편에 서서 경제성 평가를 수행했기 때문에 처장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인 것이다. 동시에 인보사 리스크를 관리할 수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이었다.

문제는 증인의 등장으로 메신저 공격방식이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비아플러스 이민영 대표는 국감장에서 이의경처장과 비아플러스의 관계를 따져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본사에서 계약을 진행하면 개입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인보사 경제성평가 연구의 경우 처장이 연구진행에 개입한 적이 없다는 의미다.

증인의 반격으로 의원들은 더 이상 ‘비아플러스’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해외 규제기관과의 비교를 통해 식약처의 ‘시스템’을 향해 화살을 겨누기 시작했다.

신상진 의원은 “인보사, 라니티딘, 발사르탄 등도 해외 규제당국에서 먼저 알고 식약처는 뒤늦게 안다”며 “처의 수준이 보인다. 답답하다”고 밝혔다. 김상희 위원은 “실제로 MSD 프레비미스주에 대한 허가보고서를 보면 FDA는 두꺼운 책 2권이지만 우리나라는 60쪽짜리 종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의 약물 감시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화살은 가볍게 비껴갔다. 이의경 처장은 “참고하겠다. 검토하겠다. 시행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여야 의원들은 국감 내내 메시지, 메신저 그리고 시스템 등 다양한 형태의 질의를 쏟아냈지만 정작 ‘한방’은 보이지 않았다. ‘인보사 국감’에서 전문성을 갖춘 보건복지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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