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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도 사람 사는 곳…“약사 역할 다르지 않아요”
대림동도 사람 사는 곳…“약사 역할 다르지 않아요”
  • 이효인 기자
  • 승인 2019.10.07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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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약사·약국 탐방] 대림동 온누리약국 장민지 약사
중의학 기본지식 풍부한 중국교포, 한약 관심·선호도↑
보험 문제로 병원보다 약국 의존도 높은 특수성 있어

이색 약사·약국 탐방(대림동 온누리약국 장민지 약사)

값싼 주거비와 잘 갖춰진 교통편 때문에 10여년 전부터 중국교포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들면서 서울의 한복판 영등포구 대림동에 자연스럽게 차이나타운이 들어섰다. 중국교포들뿐만 아니라 베트남, 몽골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코리안드림을 가슴에 품고 대림동을 터전 삼아 생활하고 있어 그 어느 곳보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지역이다.

타국에 와서 제일 서러운 것 중에 하나가 몸이 아픈 것이라고 하는데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약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용하고 있을까라는 막연한 궁금증이 ‘대림동 온누리약국 장민지 약사’를 <이색 약사‧약국 탐방> 코너의 첫 주인공으로 선정하는 계기가 됐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것 같다’며 밝게 웃으며 여러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그녀의 입담에 약속된 시간은 금방 가득 채워졌다.

장 약사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대림동 온누리약국은 중국인 관광객 보다는 대림동에 살고 있는 중국교포와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인테리어가 특색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내방객의 70%가 중국 국적이고 이중 30%가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만큼 중국어 복약지도 판넬, POP 등을 세심하게 신경 써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또 중국교포들이 국내 건강보험의 행정적인 면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와 관련한 안내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다른 지역의 약국보다 일반약의 종류가 많다는 점이었다. 외국인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비나 검사비가 많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약국의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장 약사의 설명이다.

사실 장 약사는 최근 약국 환경에 특화된 ‘약국 중국어 회화’를 발간하면서 약사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인터뷰 당일이 책을 낸지 공교롭게도 한 달이 지난 시점이라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책에 적어 놓은 개인 이메일로 고맙다는 내용과 함께 상담을 요청하는 약사들이 꽤 많아 놀랐습니다. 특히 고모가 강남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중국인을 상대하는 경우가 있어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책이 있어 복약지도가 한결 편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인정을 받으니 정말 뿌듯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냈는데 알아주시는 약사님들이 많아 감사한 마음이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더 꼼꼼하게 책을 펴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웃음).”

 

대림동 온누리약국 장민지 약사
대림동 온누리약국 장민지 약사

≫ 중의학 기본 지식 상당해 꾸준한 한약 공부는 필수

장 약사는 중국교포들과 내국인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한약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약국에서는 한약의 비중이 많이 축소되고 잘 쓰이지 않는데 중국교포들은 중의학에 대한 기본지식이 전반적으로 높아 한약에 대한 선호도가 크다고.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 초‧중‧고를 경험하고 고등학교 때 한국으로 돌아와 중국의 문화와 언어가 매우 익숙한 점이 복약상담을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중의학이 발달돼 있다 보니 한약에 선호도도 높고 상담도 많습니다. 언어장벽이 없다 보니 한약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도 수월하고 환자가 받아들이는 것도 훨씬 긍정적입니다. 소통을 바탕으로 환자가 생각하는 부분을 짚어주니 상담에 대한 신뢰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보통 대다수 약국에서 한약은 관심도가 떨어지고 체계적인 교육도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 중국인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약국장님의 노하우도 전수 받으면서 개인적으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공부를 해야 눈도 트이고 판단도 명확해 진다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한의학과 중의학이 다르지만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아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환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힘듭니다”

≫ 복약지도 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올바른 약의 사용’

장 약사는 중국교포나 중국인을 대상으로 복약지도를 할 때 ‘올바른 약의 사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이 넓다보니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상당수가 자가 진단을 하고 약국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래서 환자와 상담 후에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상세하게 짚어주고 올바른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한글이 익숙하지 않아 국산약을 잘못 사용하거나 잘못 복용하고 있는 경우 올바르게 안내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다. 언어 장벽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국어 특기를 바탕으로 약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대림동에서 근무하면서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맞이하겠다는 생각으로 일했더니 저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각인이 됐습니다. 중국교포와 중국인은 언어를 매개로 신뢰를 쌓으면서 조금씩 가까워졌던 것 같고 내국인에게는 중국어를 잘하는 특이한 약사로 인상에 남는 것 같습니다. 환자들이 약사인 저를 인정해 주고 신뢰해 주는 것을 체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보람을 느낍니다”

≫ 국산약에 대한 잘못된 정보 바로잡고 싶어요

장 약사는 중국 보따리상이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SNS를 활용해 한국에서 제일 좋은 약이라고 특정약을 광고하며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광고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엉터리인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앞으로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보따리상에게 ‘질정’이 인기 품목 중에 하나인데 이들이 써 놓은 광고 내용을 보면 3통을 써야만 완치가 된다는 식으로 적어 놓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또 다이어트 약을 불법으로 처방을 받아 개인적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는 만큼 기회가 된다면 바로 잡고 싶습니다”

≫ 대림동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입니다

대림동 하면 치안이 불안한 동네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장 약사는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생각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하면서 첫 출근을 하면서 오들오들 떨고 걱정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밝게 웃었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여기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건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좀 과장이 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 가족을 위해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 타국에서의 외로움 보듬어 주는 것도 ‘약사의 역할’

돈을 벌기 위해 낯선 나라에 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시간이 흐르면 어느순간 조용히 향수병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대림동에서 생활하고 있는 많은 중국교포와 중국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장 약사의 생각이다.

“대림동에서 근무한지 2년이 다 돼 가는데 기억에 남는 경험들이 몇 개 있습니다.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는데 한국말을 못해 아픈데도 혼자서 며칠동안 끙끙 앓던 환자가 찾아온 적이 있어요. 나중에 남편과 같이 와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손수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주시고 간 적이 있는데 그 순간 약사로서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또 제가 드린 약은 무조건 좋다고 하시고 고맙다고 하시는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시는데 일하러 한동안 멀리 다녀오게 될 일정이 잡히면 손수 과일을 사들고 약국으로 오세요. 그리고 돌아오면 어디가 아프다고 약을 구매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열심히 설명해 주십니다(웃음). 저를 통해 외로운 감정을 푸시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짠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장 약사는 인터뷰 말미에 약사들이 색안경을 끼고 대림동을 바라보지 말고 근무지로 한 번 도전해 보기를 은근히 권했다. 다양한 문화권의 외국인과 교감하고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약사로서 일반약과 한약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어 역량을 키우는데 더할나위 없는 곳이 바로 대림동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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