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는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걸까. 복지부 국감 둘째날엔 문 케어의 ‘허점’으로 인해 중증질환자들을 위한 신약의 급여화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MRI, CT 등 다수의 국민들은 문케어로 인한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오히려 암 등 중증질환자들이 ‘패싱’되고 있다는 목소리였다. 특히 이날 국감장에 등장한 암환자의 절절한 목소리가 퍼진 순간, 여당은 문케어에 대한 방어 논리를 짜내지 못하고 야당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지난 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의 화두는 ‘면역항암제의 급여화’였다. 이날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을 필두로 문재인 케어의 허점을 정면으로 겨눈 질의가 이어졌다.

장정숙 의원은 “정부가 문케어를 추진하면서 MRI, 초음파, 상급 병실료 등에 대한 급여보장이 확대됐다. 하지만 생사를 오가는 암이나 희귀질환에 대한 의약품의 급여화는 더딘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료 보장성 정책이 급여혜택이 절실한 암환자들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날 장 의원은 폐암 4기 환자인 이건주 숨사랑모임 운영위원을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자신을 폐암 환자로 소개한 이건주 위원은 “문재인 케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증질환자가 아닌 일반국민이 건강보험의 우선순위라는 점이다”며 “수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CT, MRI 등 일반국민을 위한 보험혜택은 빠르게 급여화되고 있지만 폐암환자들에게 한줄기 빛과같은 면역항암제 급여화는 2년 동안 협상만 진행중이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의 역설’로 인해 정작 중증질환자들을 위한 면역항암제 급여화 정책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인 것.

여당 의원들은 폐암 4기 환자의 ‘문케어 공격’으로 인해 ‘한방’을 맞은 모습이었다. 그의 발언을 반박을 해야 하는데 국감장 분위기가 이건주 참고인 중심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과거 국감에서 여당의원들은 문재인 케어를 적극 방어하는데 골몰해왔지만 이때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심지어 여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문 케어를 공격한 장정숙 의원에게 자신의 질의 시간을 양보했다. 폐암 환자의 설득력 있는 논리 때문에 ‘아’와 ‘피아’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광경이었다.

이날 국감장의 하이라이트는 이건주 위원이 직접적으로 치료제의 이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이건주 위원이 급여화를 촉구한 약제는 MSD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키트루다는 초고가 약으로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1년 이상 정부와 약가협상을 진행하면서 급여화에 속도를 못 내고 있고 있는 상황이다. 1년 약값은 약 5000만원이다.

이건주 위원은 “재력이 있거나 임상에 참여한 사람들은 골든타임에 면역항암제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1차에 급여가 되지 않아 약을 써보지도 못하고 메디컬푸어로 전락한다”고 울분을 토하면서, 박능후 장관을 향해 건강보험제도의 우선순위를 다시 한 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순식간에 국감 프레임은 문재인 케어가 키트루다의 급여화를 막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폐암 환자들의 생명을 방치하고 있다는 쪽으로 짜여지기 시작했다.

박 장관은 순간적으로 당황한 모습이었다. 암 환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발언을 한다면 야당의원들의 공분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박능후 장관은 “문재인 케어로 중증질환자를 위한 약제 급여화가 후순위로 밀린다고 하지만 중증질환자들의 폐암 또는 위암을 진단하기 위해 MRI 검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보장성 강화 정책을 낭비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가를 매기려고 하는 회사의 지나친 약품 요구를 방치하고 적정가격을 내리면 다섯 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을 한 명을 구하고 끝날 수 있다”며 “나름대로 중증질환자들의 고통을 알면서 진행하고 있다. 한정된 국가재정을 가지고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효율성을 따져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 의원들은 키투르다를 재차 언급하면서 박능후 장관을 향해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키트루다가 폐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로 사용되면 효과가 있다고 의학적으로 증명이 됐는가”라고 박능후 장관에게 질문했고,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어느 정도는 실효성이 있다고 나온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실효성이 있고 의학적으로 증명이 됐다면 하늘의 별을 못 따다 주더라도, 급여화는 시켜야 한다”며 “약이 있는데도 써보지도 못하고 가족을 하늘나라로 보내야 한다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자 국가 책임이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키트루다에서 멈추지 않았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화를 강조하면서 문케어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한 것.

신상진 의원은 “중증 아토피 치료제 약가는 일본에서 월 20만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월 200만원이다. 급여화를 추진했으면 좋겠다”며 “척수성 근위축증 약도 급여기준이 까다로워 환자들이 치료받기 어렵다. 급여 완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RI 검사 등 급여 보장율을 높여가는 것은 찬성한다”며 “하지만 일반국민을 위한 급여 확대 정책에만 치중하면 희귀난치질환이나 중증질환자를 위한 의약품 쪽에서 ‘급여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박능후 장관은 또 다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내에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은 약 40만명이다. 질환 종류에 따라 몇백명에서 천명이 넘는 환자들도 있다.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그 외에도 이날 복지위 국감에서는 성형외과 유령 시술, 엔젤먼 증후군 치료제 개발 및 지원, 첩약 급여화 문제 등이 다뤄졌다. 하지만 이날의 가장 큰 소득은 복지부가 ‘문케어의 방향성’을 곱씹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었다. 폐암 환자의 절절한 목소리는 파행으로 치달았던 ‘고성’ 국감을 ‘정책’ 국감으로 되돌렸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