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으로 의미는 있으나, 임상적으로 의미는 없다”. 국내 폐암 치료의 권위자인 국립암센터 김흥태 교수가 최근 ESMO에서 공개된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의 최종 생존율 데이터를 두고 내린 결론이다. 1차 치료제의 급여권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입장에선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김 교수의 이 같은 발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연구에서 피험자의 절반 이상(62%)을 차지하는 아시아인의 생존율 데이터가 임상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엔 역부족인 데다, 전체생존기간 역시 1차 치료제로 막대한 돈을 지불할 만큼 비용-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타그리소가 전 세계 EGFR 돌연변이 폐암 치료제(EGFR TKI)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최소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안인에게는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ESMO 2019에서 발표된 타그리소의 FLAURA 연구 데이터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국립암센터 김흥태 교수
국립암센터 김흥태 교수

≫ 한국인, 타그리소 1차 치료 효과 담보할 수 없다

이 같은 문제점은 최근 열린 2019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 타그리소의 FLAURA 연구의 생존기간 분석결과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FLAURA 연구 결과부터 보면, 주요 이차평가변수인 전체생존기간(OS)에서 타그리소(38.6개월)는 대조군인 게피티닙·엘로티닙(31.8개월) 보다 6.8개월 길었다(HR 0.799; p=0.0462). 3년 생존률은 타그리소 54%, 대조군 44%였다. 3/4 등급의 이상반응(AE) 발생률은 타그리소가 34%로 대조군 45% 대비 독성빈도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단순하게만 보면 타그리소를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쓰는 것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FLAURA 연구를 발표한 수레쉬 라말린감 에모리의대 교수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모든 하위그룹에서 타그리소가 전체생존기간을 개선(OS benefit)시켰다고 결론냈지만, 단 ‘아시아인은 제외’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안에게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쓴다 해도 비아시안 만큼 생존기간의 이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 타그리소, 길게 보면 대조군과 차이 없다

먼저 장기생존율부터 의문이다.

타그리소의 3년 생존율은 54%로, 대조군 44% 대비 10%의 개선을 보여줬다. 그런데 문제는 ESMO 기준의 임상적 가치가 있는 HR(위험비, Hazard Ratio)은 최소 0.7(HR 0.799)에, 3년 생존률 개선 역시 10%는 넘어야 한다. FLAURA 연구에서 보여준 타그리소의 데이터가 ESMO 기준에 못미친다는 의미다.

생존곡선의 롱테일(long-tail)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3년 이후에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두 군 간의 간격이 서서히 좁혀지다 4년째부터는 거의 근접한 위치에 놓여 있다. 면역항암제의 장기 생존효과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양새다.

이는 진료 현장에서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쓰는 게 과연 옳은 선택지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의 배경이다.

 

≫ FLAURA 연구 OS데이터, 비(非)아시아인서만 효과있다

타그리소는 아시아인 하위그룹분석에서 1세대 치료제 대비 생존기간 위험비(HR)가 0.995(95% CI 0.752-1.319)에 불과했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위험비는 신뢰 구간에 1을 포함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수치다. 임상적인 의미를 논의할 가치도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비아시아인 그룹에서 타그리소는 1세대 치료제 대비 생존기간 위험비가 0.542였다. FLAURA 연구에서 보여준 전체생존기간 연장 결과라는 게 결국 비아시아인으로부터 산출된 효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 한국인 비소세포폐암 치료 전략, ‘답’은 나왔다

아시아인에서 생존기간 결과치가 이렇게 나온 이상 진료 현장에서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

실제로 이번 발표된 FLAURA 연구에서 생존곡선을 보면, 아시아인에게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와 대조군을 각각 썼을 때 3년 시점에서 두 군 간 크로스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타그리소의 1차 치료효과가 아시아인에서는 대조군에 못 미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타그리소군과 대조군에서 2차 후속치료를 받았거나 1차 치료 중인 환자는 각각 69%, 70%였다.

여기서 대조군은 게피티닙·엘로티닙을 먼저 쓰고, 그 중 47%의 환자가 후속치료로 타그리소를 사용했다. 주목할 점은 이처럼 후속치료로 넘어가는 환자 비율이, 기존 50%에서 T790M 변이가 나타나는 진료현장(real-world)의 상황을 그대로 투영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가 오히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순차 치료’의 당위성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셈이 됐다.

이처럼 3년 시점에서 두 군간 생존곡선이 크로싱된 것은 결국 게피티닙·엘로티닙을 1차 치료에 쓰고, 그 이후에 타그리소를 사용하는 순차치료가 타그리소를 먼저 쓰는 것보다 아시아인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어떤 1차 치료 전략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타그리소가 한국에서 1차 치료제로 쓰이는 게 임상적으로 불리한 데다 비용-효과적이지도 않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 타그리소, 심장독성 부작용 심각하다

FLAURA 연구에서 나타난 3등급 이상의 중증 이상반응은 타그리소(34%)가 대조군(45%) 대비 적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실제 대부분이 피부 발진(Skin rash) 등에 대한 문제였다.

 

사실 부작용 측면에서 주목할 점은 타그리소의 ‘심장 독성’이다.

실제로 2018년 NEJM에 발표된 FLAURA 논문에 따르면, QT interval을 연장시키는 cardiac effect는 타그리소(10%)가 대조군(5%)에 비해 빈도가 높았다.

또 올해 ASCO에서 발표된 FDA 이상반응보고시스템 분석 결과에서도 타그리소에서 나타난 전체 2,454명의 이상반응 환자 중 150명은 심장독성 문제가 보고됐다. 대부분이 심각했고 이들 대다수는 입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타그리소가 다른 1, 2세대 치료제 보다 심장독성에 대한 빈도가 높은 데에서 기인한 것인 만큼 FDA는 타그리소 치료 환자들이 QT prolongation과 심부전 징후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실제 QT prolongation의 리스크는 타그리소가 다른 EGFR TKI 치료제 대비 6.6배 높았으며, 심부전에 대한 위험도 2.1배를 넘었다. 바로 FDA가 타그리소의 위험성을 경고한 배경이다.

≫ 타그리소, ‘Financial Toxicity(재정독성)’ 간과할 수 없다

지금까지 나온 임상결과를 놓고 봤을 때, 한 달에 680만원이나 하는 타그리소를 한국에서 1차 치료제로 급여를 주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의문이다.

앞서 지난 5월 영국 NICE에서도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보험급여 목록에 올리는 것에 대해 거절한 바 있다. 심지어 이는 타그리소의 최종 생존율 데이터가 나오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이제는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보험급여 등재에 대한 거절 사유가 더욱 분명해진 셈이다.

그런데 회사 측 주장을 들어보면, 타그리소를 2차 치료 라인에만 올려 놓을 경우, 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50% 수준에 그치고, 이마저도 T790M 변이가 양성이더라도 조직을 얻을 수 있는 환자는 절반 정도로 줄기 때문에 실제 치료 혜택을 받는 대상 환자는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 실정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치료 접근성이 상당히 높아 80~90%의 환자가 2차 치료를 받고 있으며, 최근 액체생검(liquid biopsy)이 급여된 후에 T790M 변이 검사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회사 측 주장은 사실상 틀린 셈이다.

치료 환경이 다른 건 또 있다. 현재 EGFR 돌연변이의 비율(mutation rate)을 보면, 미국의 경우 10~15%지만 우리나라는 40~50%에 달한다. 그 만큼 대상 환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제 문제는 보험급여다.

680만원짜리 고가항암제인 타그리소를 이렇게 대상 환자가 많은 상황에서 보통 19개월을 쓴다면, 결국 3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국내 재정부담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면, 게피티닙과 타그리소만 놓고 봤을 때 두 약에 들어가는 한달 치료비는 약 96만원과 680만원으로 7배 이상 차이난다. 최근엔 게피티닙의 특허까지 풀린 상황이라 50만원대 제네릭과 비교하면 이는 13배 이상으로 그 격차가 더 커진다.

≫ 타그리소의 내성기전, 기존 치료제와 차원이 다르다

내성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타그리소에서 나타나는 내성은 기존 1, 2세대 TKI 제제에서 나타난 것과 차이가 크다.

우선 15% MET 유전자 증폭, 7% C797S 변이 등 이는 앞선 1, 2세대 치료제들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내성기전이다.

더 큰 문제는 약 6%의 환자에서 소세포암 전환(small cell lung cancer transformation)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소세포암은 진행속도가 빠른 데다 예후도 좋지 않은 만큼 타그리소의 이 같은 내성기전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치명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 대체요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 남은 건 치료전략에 대한 고민이다. 타그리소로 1차 치료에 실패할 경우 현재로선 쓸 수 있는 약제가 화학요법제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국내에서 시행되는 가장 보편적인 치료전략인 게피티닙(11개월)을 먼저 쓰고 나서 T790M 돌연변이 양성일 경우 타그리소(10개월)를 사용한 뒤 Pem-Carbo(5개월)로 치료하면 26개월의 PFS(무진행생존기간)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T790M 돌연변이 음성일 경우엔 게피티닙(11개월)과 Pem-Carbo(5개월)로 16개월의 PFS가 가능하다.

반면 타그리소(19개월)를 1차 치료제로 쓸 경우에는 후속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Pem-Carbo(5개월)가 전부인 만큼 PFS는 24개월 정도다.

이는 비용적인 문제와도 직결된다.

실제 타그리소를 1차 치료에 쓸 경우 투입되는 재정은 총 1억3,420만원 수준이다(타그리소 19개월 x 680만원 + 2차 치료 Pem-Carbo 5개월 x 100만원).

반면, 게피티닙을 1차 치료에 사용한다면 치료비는 8,356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게피티닙 96만원 x 11개월 + 타그리소 680만원 x 10개월 + Pem-Carbo 100만원 x 5개월).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 봐도 타그리소의 1차 치료 전략이 상당히 불리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최근 1차 콤보요법(combinaton therapy)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중 NEJ009연구(게피피닙/Pem-Carbo)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에서 보여준 PFS는 21개월(HR 0.49)이었으며, OS는 무려 52개월이 나왔다(HR 0.7). 만약 게피피닙/Pem-Carbo 콤보요법을 1차 치료로, 타그리소를 2차 치료 전략으로 가져가면 PFS는 31개월로 가장 길다.

김흥태 교수는 “FLAURA 연구의 생존기간 분석결과를 가지고 더이상 국내에서 타그리소의 1차 치료 급여를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타그리소는 아시아인에게 생존기간의 이점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서구에 비해 대상 환자가 많고, 2차 치료를 못받는 환자도 거의 없는 국내 환경에서 고가항암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이 된다”며 “현재는 1, 2세대 TKI로 치료하고 액체생검 등을 통해 최대한 T790M 돌연변이를 찾아내, 타그리소로 순차치료를 하는 것이 최적의 치료 전략이다. 향후 콤보전략과 순차치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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