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의 정보 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환자가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시간도 극히 한정적이다. 수개월을 기다려 대학병원을 찾아가도 진료 시간은 15분이 채 되지 않는다. 전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질문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정보불균형’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병원이다.

‘저격수 최기자의 그약이 알고싶다’ 다섯 번째 편에서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들이 의사를 만난 시간에 자신에게 쓰이는 약의 장단점과 부작용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mCRPC치료제’의 쌍두마차인 엑스탄디와 자이티가에 대해 알아봤다.

최병철 학술자문위원이 약학정보원에 기고한 보고서에 의하면, 전립선암의 성장과 진행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수용체(AR) 및 그 수용체 이하의 신호 전달 체계에 의존한다. AR 리간드인 테스토스테론과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를 제거하면 전립선암이 조절되는 이유다. 이는 그동안 고환을 거세하는 외과적 수술이나 내과적 약물치료인 남성호르몬 박탈 치료 요법(ADT)이 표준치료법으로 시행돼온 배경이기도 하다.

내과적 거세는 주로 황체형성호르몬분비호르몬(LHRH) 길항제를 사용하고 일시적으로 전립선암의 안드로겐 생성을 억제한다. 하지만 호르몬 치료에 대해 저항성이 생기면 더 이상 효과가 없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전립선암 환자들은 남성호르몬 박탈 치료 요법에 저항성을 보이면서 ‘전이성 거세저항성’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이다. mCRPC의 생존기간은 평균 14개월이다. 그만큼 치명적이다.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mCRPC는 ‘불치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호르몬 치료제인 아스텔라스 엑스탄디(엔잘루타마이드)와 얀센 자이티가(아비라테론)가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자리 잡으면서 선택지를 넓혔다.

엑스탄디와 자이티가는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기전의 약이다. 하지만, 자이티가는 고환·부신·전립선암 세포 등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 생성되는 모든 곳을 차단하고, 엑스탄디는 남성호르몬 수용체와 결합해 남성호르몬 신호를 차단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정작 환자들은 두 약의 기전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답답한 호소가 진료 현장보다는 오히려 인터넷상의 환자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의사들에게 ‘그약’에 대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충분치 않다.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의 가족인 A 씨는 최근 대형 포털사이트의 한 카페에 “주치의가 자이티가, 엑스탄디 둘 중에 하나를 쓰자고 했다”며 “하지만 저는 논문을 보고 자이티가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졌는데 주치의는 엑스탄디로 결정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이 올라왔다.

먼저 전문가들에게 엑스탄디와 자이티가의 기전상 차이점부터 세밀하게 물었다.

선릉탑비뇨기과 박문수 원장은 두 약에 대해 “엑스탄디는 안드로겐 수용체를 막는 반면 자이티가는 기존 방법보다 더욱 철저하게 남성호르몬 신호를 없앤다”며 “이를 라디오에 비유하면 자이티가는 전파 자체를 없애서 암이 라디오를 듣지 못하게 하는 반면 엑스탄디는 방송은 나오는데 신호를 알아들 수 없도록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부산대학교 비뇨의학과 하홍구 교수는 자이티가의 부작용에 대해 “부신피질에서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이 만들어지는데 동시에 코티졸과 미네랄 코티졸도 생성된다”며 “자이티가는 코티졸이 지나가는 길목을 차단하기 때문에 코티졸을 떨어뜨린다. 전해질 뷸균형이 생기면서 고혈압, 저칼륨혈증, 체액 정체가 나타날 수 있다. 이와 함께 간독성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간 효소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스테로이드 제제를 함께 처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앞서의 박문수 원장이 주목한 부작용 역시 ‘고혈압’이다. 박문수 원장은 “스테로이드는 우리 몸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자이티가는 남성호르몬만 차단하는 게 아니라 스테로이드의 생성도 막아버린다”며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스테로이드인 프레드니솔론을 1일 2회 5mg 병용 투여해야 한다. 그런데도 혈압이 올라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들에게 자이티카를 처방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엑스탄디의 부작용은 뭘까. 무력증, 피로감, 두통, 안면 홍조 등이 있지만 전문가들이 주목한 엑스탄디의 부작용은 발작이다. 엑스탄디가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뇌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뇌전이나 뇌손상이 있는 환자에게 투여가 권고되지 않은 이유다.

하 교수는 “발작이 문제다. 엑스탄디를 먹게 되면 혈관을 타고 도는데 머리에서 뇌막을 투과한다. 뇌손상 있는 환자는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며 “발작 장애가 있거나, 뇌 손상이 있는 환자가 엑스탄디 치료를 받는다면, 면밀히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문수 원장은 “엑스탄디는 자이티가에 비해 고혈압, 저칼륨혈증 같은 부작용은 없다.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약제란 뜻이다”며 “다만 엑스탄디는 뇌에 직접 작용해서 간질을 악화시킨다. 뇌 손상이 있는 환자들에게 엑스탄디를 처방하기 조심스러운 이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엑스탄디와 자이티가 중 ‘우열’을 가릴 수는 없을까.

하홍구 교수는 “두 치료제는 모두 대규모 3상 스터디를 통해 안전성과 약효가 입증됐다”며 “다만 부작용에서 차이가 난다. 뇌 쪽에 문제가 있으면 엑스탄디 투여시 발작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이티가가 낫다. 고혈압, 간기능, 전해질 장애가 있는 환자의 경우 엑스탄디가 선호된다. 어떤 질환이냐에 따라 약제를 선택이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두 치료제가 부작용에 따라 쓰임이 다를 뿐, 효과면에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일치된 의견이다.

앞으로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 암환자들은 병원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간질 병력이나 뇌손상이 있는데 엑스탄티를 처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고혈압 증상이 나타났는데 자이티가를 먹어야 하는 배경은 무엇이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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