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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티딘 처방 환자 전원에 문자안내…전담 접수창구까지 ‘등장’
라니티딘 처방 환자 전원에 문자안내…전담 접수창구까지 ‘등장’
  • 양금덕 기자
  • 승인 2019.10.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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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 환자만 수천명…병원, 의료진 긴급투입도
본인부담면제 부담안고 환자혼란 최소화에 ‘고군분투’
의료계, 제약사 및 의약계 부담만 떠넘기는 식약처 ‘비판’
지방의 한 대학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라니티딘 판매중지 조치에 대해 안내하고 해당 처방을 받은 환자 17000여명에게 "식약처 권고대로 안내드리오니, 내원해주셔서 상담해주시고 필요한 경우 재처방을 해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일괄 발송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라니티딘 판매중지 조치에 대해 안내하고 해당 처방을 받은 환자 17000여명에게 "식약처 권고대로 안내드리오니, 내원해주셔서 상담해주시고 필요한 경우 재처방을 해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일괄 발송했다.

한해 5천만건 이상 처방되고 있는 위장약 ‘라니티딘’에서 발암 추정물질 NDMA가 검출되면서 해당 의약품을 처방한 의료기관에는 비상이 걸렸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처방환자 전원에게 문자 등으로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은 물론, 전용 진료 접수팀을 꾸리고 의료진까지 추가 투입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잠정적으로 조제·수입·판매 및 처방이 중지된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은 총 269개로, 이 중에서 급여의약품(211품목)의 처방된 건수만 지난해 5,360만건에 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심사결정 된 라니티딘 급여약의 청구금액은 2,370억원으로 이 중 전문의약품의 수는 전체 청구건수(5,360만건)의 89% 규모인 4,778만건이다. 이를 제외한 일반약은 586만8,000건, 149억원 규모로 이를 처방한 2만4,301개 의료기관은 일제히 처방 중지 및 재처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

라니티딘은 소화기내과를 비롯한 신경과, 심장내과 등 다양한 진료과목에서 단일제 또는 복합제로 처방되고 있었던 만큼 재처방 대상 환자 수 역시 병원 규모에 따라 많게는 수천명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환자들의 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자발적으로 문자안내를 하고 홈페이지에 판매 중지 사실과 대체처방을 알렸다.

발사르탄 사태를 한차례 겪었던 만큼 병원들은 식약처 발표 직후 자체적인 회의를 통해 내부 지침을 만들고, 아예 대체 의약품을 선정해 모든 의료진에게 공지하기도 했다.

이를 테면, 큐란(일동제약)은 동아가스터정(동아ST), 알비스정(대웅제약)과 루틴스정(씨제이헬스케어)은 스티렌정(동아에스티)으로 대체 처방하는 형태다.

그 외에도 대체처방 약제를 공개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주로 라니티딘을 대신해 싸이메트정(부광약품), 스토가정(보령제약), 동아가스터정, 록산캅셀(한독) 등을 대체품목으로 선택하고 있다.

경기도 한 종합병원에서 식약처의 라니티딘 처방중지 조치에 대해 환자에게 안내하고 별도의 원무 창구를 마련해 재처방진료 접수를 받고 있다.
경기도 한 종합병원에서 식약처의 라니티딘 처방중지 조치에 대해 환자에게 안내하고 별도의 원무 창구를 마련해 재처방진료 접수를 받고 있다.

지방의 A대학병원은 “식약처 발표 하루 뒤인 27일 라니티딘을 처방받은 환자 3,300명을 대상으로 문자를 일괄적으로 발송했다”면서 “홈페이지 안내는 기본적으로 하고, 재처방을 위해 방문한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원무팀이 환자에게 ‘라니티딘 재처방’이라는 메모지를 주고, 해당 진료과에서는 메모지를 확인 후 우선적으로 재처방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병원은 라니티딘 사태가 발생한 이후 외래 환자 수 증가에 대비해 관련 진료과목별 의사 진료시간을 늘리고, 대체처방 의약품을 정했으며 처방 가능한 의료진을 추가로 투입한 상태다.

A병원 관계자는 “재처방을 위해 방문한 환자가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하면서도 기존 환자들의 진료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원무과에 별도로 접수라인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B종합병원은 인근 약국에도 대체처방에 대해 추가로 안내를 해 재처방전에 대한 의약품 지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경영진이 TF팀을 꾸려 관련된 부서에 지침을 공유하고 문자로 안내한 환자 1,123명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B병원 관계자는 “원내 약국 외에도 인근 약국까지 방문해야 하는 환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처방전 재발행이 빨리 처리되도록 별도 원무 창구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병원의 경우에도 공통적으로 홈페이지 안내 및 문자 알림 등을 통해 기본 정보를 환자에게 안내하지만, 일부는 자발적으로 문의가 오는 환자에 한해 재처방진료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일정 규모의 대형병원은 자체 전산시스템 및 별도의 인력으로 다수 환자들의 민원에 대응하지만, 일반 병원급 또는 이하 의원의 경우는 처방중지 조치를 해당 의료진에게 공유하는 수준으로 별도의 추가 안내 및 알림은 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한 병원 관계자는 “라니티딘은 1차 처방약제가 아닌만큼 처방건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복지부 안내지침에서도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야하는 의무는 없다고 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사정에 따라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라니티딘 사태로 인해 의료계에서는 식약처 등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차적으로 제약사에게 중지 및 회수 등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당 의약품을 허가해준 식약처가 과도하게 판매중지 조치를 내린 데다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는 환자 본인부담을 면제하면서 재처방을 해주고 있는데 도대체 식약처는 무엇을 하고 있냐”며 “제약사가 원재료에 대한 관리감독을 못한 것도 있지만, 식약처가 사후 조치도 제대로 해야하는데 제약사가 알아서 하라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약국도 의약품 재처방에 따른 재포장에 혼란이 있고 의료기관은 본인부담 감면을, 제약사는 회수 등의 비용을 부담하는데 정작 의약품의 허가를 제대로 못한 식약처가 과도한 조치를 내림으로써 국민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 역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라니티딘 사태는 대한민국 의약품 안전관리의 총체적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참사라고 비판했다. 식약처가 신속한 조치에만 치중한 나머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의협은 “위협을 먼저 찾아낼 정도의 역량이 없다면 최소한 성실하고 빈틈없는 대처라도 해야하는데 공치사만 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식약처에 대한 국민 불신은 극에 달하고, 식약처 허가만 믿고 처방한 의사들도 불신하고 있다. 환자와 함께 의사도 피해자”라며 조직의 개편과 전문인력 확보 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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