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최근 매출 확대를 위해 제형 변경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병원에서만 맞아야 했던 주사제의 불편함 대신 알약이나 물약과 같은 실제 환자들이 찾고 있는 약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형 변경은 제약사의 특허 보호와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리벨서스(세마글루타이드)’의 시판허가를 승인했다. ‘리벨서스’는 노보노디스크가 지난해 주1회 주사 제형으로 출시한 바이오 의약품 ‘오젬픽’과 동일한 성분으로, 경구제로 전환한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형변경이 GLP-1 당뇨약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중요한 요소로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진 GLP-1 계열의 단일품목 1위는 릴리의 ‘트루리시티’지만 리벨서스의 출시가 본격화 되면 다양한 제형 옵션을 장착한 노보노디스크가 시장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약편의성을 높인 제형 변경은 바이오시밀러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기존의 램시마 정맥주사 제형(Ⅳ)을 자가주사가 가능한 피하주사 제형(SC)으로 개발해 최근 유럽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승인 권고를 획득하면서 시판 초읽기에 들어갔다.

램시마 SC는 피하주사와 펜형으로 모두 출시될 예정으로, 내원비가 비싸기로 알려진 해외 선진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점쳐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램시마SC의 시장 진출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램시마SC 시장 진출로 추가적인 환자군을 확보 할 수 있게 됐다”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이 확대 국면에 접어들고 이익률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제형 변경 추세는 실제 데이터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FDA에 승인된 항체의약품 주사제 중 SC 제형에 대한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 것. 지난 2014년 승인된 전체 항체의약품 주사제 20건 중 4건(20%)에 불과했던 SC 제형은 4년이 지난 작년, 전체 24건 중 8건(33%)이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는 10건 중 4건(40%)이 인정돼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제형변경을 통해 오리지널 제품의 수명 연장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로슈의 허셉틴이 언급되고 있다. 회사는 허셉틴 SC제형을 출시하면서 2030년 7월까지 특허를 걸어놨다. 경쟁제품의 신규 진입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제형 변경에 주목한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복약 편의성과 경제성에 주목하면서 먹는 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대화제약은 경구용 액체 제형으로 변경하는 기술인 DH-LASED(DaeHwa-Lipid bAsed Self-Emulsifying Drug delivery technology) 플랫폼을 기반으로 세계최초로 흡수 증진제를 사용하지 않은 경구용 파클리탁셀제제인 ‘리포락셀’을 개발하고 위암과 유방암 치료제로 중국 임상 3상과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DH-LASED는 경구 흡수가 어려운 약물을 액체로 경구화하는 핵심기술이다”면서 “항암제 뿐 아니라 인플루엔자 치료제나 당뇨약 등 다양한 곳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 6월 DH-LASED를 기반으로 독감바이러스 치료제 ‘DHP23007’에 대해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한미약품의 지난 기술 수출의 핵심은 복용 편의성에 있었다.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기반 기술인 ‘랩스커버리’와 함께 주사제형의 약을 경구형으로 전환하는 ‘오라스커버리’ 기술을 통해 항암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것.

회사는 지난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오라스커버리를 기술수출하고, 경구용 ‘파클리탁셀’ 항암제인 ‘오락솔’의 임상 3상을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이외에도 이 기술을 접목한 고형암 치료제 ‘오라테칸’과 ‘오라독셀’ 등도 임상 1상이 완료 단계에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성을 높인 약은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만큼 치료 효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의 선호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바이오의약품은 글로벌시장에서 빠르게 제형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영역인 만큼 이에 대한 기술 개발이 국내외에서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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