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피오글리타존’ 성분에서도 발암물질이 유럽에서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유럽 제품과 같은 원료의약품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제품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라니티딘 원료의약품(7종)과 이를 사용한 완제의약품(269품목) 전체에 대해 잠정적으로 판매를 중지하고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라니티딘 의약품에서 발암물질로 추정되는 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한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이렇게 국내의 시선은 ‘라니티딘’에 쏠려있지만 유럽의약품청(EMA)은 또 다른 성분을 주목해왔다. 바로 당뇨병치료제로 쓰이는 피오글리타존 성분이다.

1일 팜뉴스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지난 4월 26일 유럽의약품청(EMA)은 안전성 서한을 통해 “인도의 헤테로 랩스(Hetero Labs)社에서 제조한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에서 적은 수준의 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EMA는 피오글리타존의 제조 공정 점검을 통해 NDMA의 존재를 배제할 것을 명령했다. 헤테로 랩스는 EMA의 요청에 따라 피오글리타존의 원료의약품 공정을 점검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MA는 지난 9월 13일에도 니트로사민 불순물이 헤테로 랩스의 피오글리타존 배치에서 발견됐다고 밝히며 이 회사에서 만들어진 원료의약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피오글리타존은 TZD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 조절을 향상시키는 인슐린 감작제다.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근육과 간의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해 당뇨병을 유발하는 원인을 해결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보호하고 DPP-4 억제제 등 인슐린 의존성 약물과 병용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의 TZD 계열 치료제로는 한국다케다제약의 액토스(성분명: 피오글리타존)가 있다. 이 외에도 국제약품, 셀트리온제약, 일동제약, 삼진제약 등 다수의 제약사가 피오글리타존 성분을 기반으로 하는 단일제와 복합제를 출시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팜뉴스 취재진이 식약처에 문의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유통 중인 피오글리타존 성분 제품들은 NDMA가 검출된 헤테로 랩스의 원료의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에는 헤테로사의 원료인 피오글리타존 원료의약품으로 등록된 제품은 없다”며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 특별한 검사를 진행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약대 교수는 “비록 미량이지만 NDMA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며 “우리나라도 검사를 해봐야 한다. 피오글리타존은 라니티딘만큼 광범위하게 쓰이진 않지만 복합제로 사용된다. 대체 의약품도 마땅히 없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도 “사전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향후에 위험이 생길 수 없다”며 “EMA의 공문을 보면 NDMA 검출 양이 가까스로 기준치 이내에 들었다. 인도 원료의약품을 쓰지 않았다고 해도 국내 제품에서 NDMA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피오글리타존 제품들이 유럽과 같은 원료의약품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소극적인 인식이다”며 “식약처가 국내 제품을 만드는 원료제조소에 대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해테로 랩스는 NDMA 검출의 ‘전적’이 있는 원료 의약품업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FDA는 헤테로 렙스사가 제조한 발사르탄 일부에서 NDMA가 검출돼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올해 6월에도 헤테로사에서 제조한 로사르탄에서 NMBA라는 발암물질이 발견돼 물의를 일으켰다. NMBA는 NDMA와 같은 니트로사민 불순물이다.

문제는 상당수 제약사들이 헤테로사의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23일까지 업데이트된 식약처 원료의약품 등록현황에 따르면 헤테로 랩스사의 원료를 등록한 의약품은 28개다.

앞서의 의사는 “헤테로사에서 만든 원료에서 지속적으로 발암 관련 이슈가 터졌다”며 “헤테로사의 원료의약품을 가져다 쓴 국내 업체가 있다면, 당연히 전수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재차 “피오글리타존에 쓰인 헤테로사의 원료의약품은 국내에 등록된 원료가 아니다”면서도 “다만, 라니티딘과 같이 불순물 발생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발생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원료에 대해서는 향후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식약처의 ‘뒷북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식약처가 국내 제품들을 빨리 검사했어야 했다”며 “라니티딘도 발암물질에 대한 의심은 수개월 전에 불거졌지만 별탈이 없다가 최근에 터진 것이다. 피오글리타존 역시 유럽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했을 때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식약처가 NDMA의 위험성 자체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뒷북대응은 아니다”며 “4월에 조치를 취했을 때만 해도 발사르탄 특정 제조소의 공정상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럽에서도 한 곳의 제조사에서만 문제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에도 헤테로사의 원료의약품을 쓴 업체가 없는데 일일이 조사를 할 수는 없었다. 전수조사를 벌여야 할 명분이 없었다”고 답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