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티딘 성분의 의약품 판매가 중단되면서 의료현장에서 대체 약물을 찾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제약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스위칭 가능한 약물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무주공산이 된 2,000억원대 라니티딘 시장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최대 수혜자로 동아에스티와 유한양행 등이 언급되는 반면, 유사성분인 H2RA 계열의 약제들은 발암 이슈 확대 가능성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라니티딘 성분의 완제의약품 판매가 중단된 이후 파모티딘, 애엽, 알마게이트 등의 성분과 PPI 계열 약물이 대체제로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라닌티딘과 같은 H2 수용체 길항제(H2RA) 약물인 파모티딘은 식약처 발표 직후 순식간에 품절되는 등 처방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파모티딘이 의료진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약물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파모티딘을 비롯한 니자티딘, 시메티딘, 라푸티딘 등 다른 H2RA 계열 약물을 의료진들이 마음 놓고 스위칭 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발사르탄 사태처럼 유사성분으로 발암 이슈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NDMA 검출 논란이 있는 니자티딘에 대해서도 식약처가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여러 약물들이 라니티딘 대안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그 중 애엽 성분의 천연물의약품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보통 라니티딘이 위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NSAID 계열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등의 보조 약물로 처방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주 치료제 개념이 아니라면 애엽 성분 약물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이번 라니티딘 사태로 인해 동아에스티가 상당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스티렌이 출시되면서 개화된 애엽 성분 위염치료제 시장 규모는 현재 470억원 정도다.

개발사인 동아에스티는 한 때 스티렌 한 제품만으로 800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스티렌의 위염 예방 적응증 급여가 삭제되고 보험약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위염치료제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크게 축소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스티렌, 스티렌투엑스를 바탕으로 애엽 성분 위염치료제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라니티딘의 대안으로 적극 부각이 된다면 회사의 매출 확대는 물론 수년간 정체돼 있던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이란 전망이다.

A 종합병원 약제부의 한 약사는 “위장약은 크게 방어인자 증가제와 공격인자 억제제로 구분된다. 라니티딘은 위산 분비를 억제하지만 애엽 성분 약물은 방어인자를 증강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전의 차이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위장장애 예방 차원의 보조적 치료제로 사용된다면 애엽 성분 약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보통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대체 약물의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특히 스티렌(스티렌투엑스)의 경우 회사의 주력 제품이기 때문에 영업 현장의 홍보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며 파모티딘 제제인 가스터의 마케팅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알마게이트 제제도 현장에서 일부 처방이 나오고 있어 알마겔과 알마겔에프로 37%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유한양행도 일정 부분 수혜를 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이 위산을 중화시켜 위장장애를 막는 기전을 갖고 있는 알마게이트 제제는 주 치료제의 흡수를 방해할 소지가 있다고 알려진 만큼 라니티딘의 스위칭 약물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다.

서울지역의 모 약대 교수는 “알마게이트 제제는 과다하게 분비된 위산과 결합해 증상을 완화하는 중화제 역할을 한다”며 “보조치료제로 처방은 가능하지만 주 치료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완전한 대체 약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PPI 계열 약물도 라니티딘의 대체제로 언급되고 있지만 보통 보조 치료제가 아닌 직접 치료제로 처방되는 데다 약값도 비싸고 급여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선택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의료진들은 환자가 처방된 약을 먹고 상태가 호전되거나 컨디션이 잘 유지된다고 하면 그 처방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짙다”며 “현재 임시방편으로 여러 약물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어떤 약물이 의료진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제약사의 희비도 갈릴 가능성이 높다. 향후 제약사별로 대체 가능한 약물의 마케팅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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