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교수(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지난해 9월, ‘심벤다(벤다무스틴)’가 출시 7년만에 소포림프종 및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1차 치료에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심벤다의 급여로 국내 소포림프종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리툭시맙’과의 병용요법(BR요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BR요법은 치료효과와 독성의 균형으로 ‘환자 삶의 질에도 긍정적인 치료법’으로 평가 받아왔다.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소포림프종 분야에서 심벤다의 급여는 국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심벤다 보험 급여 후 1년여가 되어가는 지금, 림프종 전문의를 만나 심벤다의 급여가 국내 소포림프종 환자 치료환경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고, 앞으로의 치료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이정옥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이정옥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 심벤다의 소포림프종 1차 치료 보험급여, 그 의미는?

심벤다의 보험 급여 적용으로 소포림프종 환자에서 BR요법(벤다무스틴-리툭시맙 병용요법)의 치료 접근성이 향상된 것은 의미가 크다. BR요법은 표준요법 대비 치료효과가 좋고 부작용은 적어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하는 치료법이다.

사실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사보험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들은 급여 적용 이전에도 BR요법을 사용해왔으나, 높은 치료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은 BR요법 치료를 원해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 9월 심벤다가 급여 적용 되면서, 이제는 고민의 여지 없이 소포림프종 1차 치료에 BR요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급여 전후를 비교하면 소포림프종의 치료 패턴이 아예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경우 국제적 치료지침에는 BR요법을 권고하고 있으나, 국내 보험급여는 심벤다 단독요법으로만 제한돼 있어 아쉬움이 있다.

≫ BR요법의 치료혜택을 볼 수 있는 다른 림프종이나 질환이 있다면?

BR요법의 치료혜택을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이다. 해외에서는 아주 예전부터 BR요법이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표준치료법 중 하나로 자리 잡았었다. 국내에서는 플루다라빈 치료가 적합하지 않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 1차 치료에 심벤다 단독으로만 급여가 허가됐다.

BR요법은 다수의 임상연구를 통해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에 대해 효과가 확인됐고, 권고까지 되는 치료법이지만 국내 허가 및 급여는 심벤다 단독만 인정하고 있어 실제 임상데이터와 제도간 괴리가 있다. 급여는 허가됐으나 실제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치료법이란 의미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도 BR요법으로 적응증 및 급여가 허가됐어야 한다고 본다.

이 외에도 BR요법은 외투세포림프종, 변연부림프종, 림프형질세포성림프종 등의 저등급 비호지킨 림프종 아형에서 사전신청요법을 통해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전신청요법은 환자 부담금이 100%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큰 편이다. 분명한 치료 혜택이 있는 아형에서 BR요법이 급여 범위로 들어오기를, 의료진과 환자들이 모두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BR요법의 임상적 혜택은 무엇이 있는가?

BR요법은 대규모 3상 임상연구를 통해 소포림프종을 비롯한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에서 표준요법인 R-CHOP요법 대비 우수한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안전성을 확인한 치료법이다.

BR요법의 임상연구는 특정 아형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 아형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상연구 참여자의 50%가 소포림프종 환자, 나머지 50%가 외투세포림프종, 변연부림프종, 림프형질세포성림프종, 소세포림프종 등의 환자로 구성됐다.

임상연구 결과, BR요법 치료군의 무진행 생존율은 69.5개월로, 표준요법인 R-CHOP요법 치료군의 31.2개월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또한, 소포림프종 환자 대상으로 하위분석을 진행한 결과 종양 진행 또는 사망 위험률을 39% 감소시켰다. 외투세포림프종과 림프형질세포성림프종에서도 BR요법 치료군이 R-CHOP요법 치료군에 비해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종양 진행 또는 사망위험감소 결과를 보였다.

이 외에도 BR요법은 R-CHOP요법 대비 부작용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항암치료에 있어 가장 심각한 혈액학적 부작용은 호중구감소다. StiL NHL 1-2003 연구에서 3등급이상의 심각한 호중구감소증이 BR요법에서는 약 30%인 반면 R-CHOP요법에서는 약 70%였다.

≫ 환자들의 삶의 질 측면에서 BR요법의 혜택은?

비혈액학적 부작용 중에서 환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탈모 부작용이다.

R-CHOP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탈모가 발생하는데, 특히 2차 항암치료를 시작할 무렵이면 대부분 탈모가 많이 진행된다.

반면, BR요법은 탈모 부작용이 없다. StiL NHL 1-2003연구에서도 탈모발생율이 R-CHOP군 100%, BR군 0%였다. 임상 데이터와 같이 실제 진료에서도 지금까지 BR요법 사용 후 탈모부작용 환자 사례는 없었다.

말초신경병증 부작용도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데, R-CHOP요법 중 ‘빈크리스틴’이 말초신경증을 유발하며 이는 치료 차수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해당약제를 감량 혹은 중단해야 할 때도 있다.

또한, 발열성 호중구감소증 부작용이 발생하면 한 밤 중에도 열이 나 응급실에 방문해야 한다. BR요법은 호중구 감소로 인한 발열로 응급실에 방문하거나 입원하는 경우가 R-CHOP요법 대비 훨씬 적다.

이 외에도 R-CHOP요법은 호중구감소증을 예방하기 위해 G-CSF(granulocyte colony-stimulating factor, 백혈구 조혈 촉진인자)를 필수로 맞아야 한다. 항암치료 부작용이 발생하면 환자들은 암 치료와 별개로 부작용으로 인한 추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BR요법으로 치료하는 환자들은 부작용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 체력,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소포림프종을 포함한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은 재발률이 높아 치료기간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치료 효과도 중요하지만 치료 독성 및 부작용이 적어 환자들이 장기간 치료를 견딜 수 있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고령환자에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치료전략이 필요하다.

BR요법은 기존 표준치료법 대비 임상시험결과를 기반으로 한 치료 이점이 있기 때문에 향후 국내에서 소포림프종뿐 아니라 다른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 아형으로의 급여범위 확대를 통해 표준치료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정부와 제약사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항암제 처방 시 국내 보험기준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국내 의료 현실이고, 그 결정이 때로는 임상 데이터에 기반한 국제 치료지침과는 차이가 큰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BR요법 역시 임상 데이터가 2003년에 나왔고 국내 허가를 받은 지 오래됐지만, 최근에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도 보험 급여 문제 때문이다. 의학적 근거에 기반해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한 치료제라면 급여화가 좀 더 빠르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림프종은 전체 암 중 차지하는 비율이 적고 특히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은 더욱 환자 수가 적다.

치료제의 급여 허가에 있어서 환자 수가 적거나 사회적 관심이 낮은 질환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와 의료진, 그리고 제약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임상 현장의 목소리가 존중되어 환자들이 우수한 치료법을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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