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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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되는 라니티딘 성분의 모든 완제의약품에 대한 판매길이 막혔다. 일단 퇴출은 모면했지만 향후 이뤄질 안전성 검증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만큼 시장 복귀 여부나 일정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백상태가 된 라니티딘 시장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26일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잠정관리기준(0.16ppm)을 초과한 라니티딘 성분의 원료의약품 7종을 사용한 모든 완제의약품에 대해 국내 유통·판매 및 처방 중지 조치를 내렸다.

잠정 판매의약품 중지 목록에 포함된 269개의 완제의약품은 우선 일괄적으로 회수 조치하고 향후 안전성 검증 자료 등을 제출해 문제가 없음을 입증한 제품에 한해 재출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약업계에 따르면 라니티딘이 포함된 ‘H2 수용체 길항제(H2RA)’ 계열 약물의 올해 상반기 전체 시장 규모는 1,450억원이다. 이 중 ‘라니티딘’이 1,195억원(단일제 240억원/복합제 955억원)의 처방액으로 8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니자티딘(단일제 125억원)’, ‘시메티딘(단일제 70억원)’, ‘파모티딘(단일제 60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시장 볼륨이 적지 않은 데다 라니티딘 성분의 의약품이 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약의 공백을 매울 대체제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약업계에서 의외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1,000억원대 라니티딘 시장의 매출을 나머지 경쟁 약물들이 나눠 갖는 게 따논 당상처럼 보였지만 이러한 예상은 쉽게 빗나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라니티딘 제제가 위장치료제 보다는 감기약, 관절염약 등을 복용할 때 위장을 보호하는 보조 개념으로 처방돼 왔던 만큼 의료진이 당분간 대체 처방보다는 아예 처방목록에서 제외시킬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위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환자가 아니라면 굳이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

같은 계열 약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얘기가 일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니자티딘 역시 NDMA 검출 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 대안으로 보기 어렵고 시메티딘은 약가가 저렴해 의사들의 선택을 받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파모티딘의 경우 그동안 현장에서 사용 빈도가 적었던 만큼 대체제로서의 매력이 그리 크지 않다.

PPI 계열 약물도 라니티딘의 대체제로 언급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PPI 계열 약물은 보조치료제가 아닌 위염, 위궤양의 주 치료제로 보통 처방되는데 약값도 비싼 데다 급여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위 보호제 개념으로 루틴하게 처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약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라니티딘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약이 처방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정부가 약품비 절감 차원에서 위장 보호제 개념으로 관행적으로 처방됐던 소화제를 비급여로 전환시키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더 비싼 라니티딘 약물이 자리를 채웠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막아 보자는 것.

약업계 관계자는 “당장 라니티딘을 대체할 약물을 지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제약사들의 마케팅에 따라 관련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알마케이트 성분이나 스티렌 같은 약물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그동안 라니티딘 제제를 처방해 왔던 의료진이 어떤 약을 대체제로 선택했는지는 향후 나올 처방전에 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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