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약제 선별급여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최근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들에게 적용된 급여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으로 환자들이 급여를 기다리다가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의견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2006년 4527건의 전립선암 발생건수는 2016년 1만1800건으로 10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발생건수로는 2016년 전체 암 중에선 7위, 남성암 중에선 4위를 차지했다. 서구에 많던 전립선암 환자가 국내에서도 압도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전립선암은 ‘전립선암’으로 그치지 않는다. 일부 환자는 표준치료인 안드로겐 차단요법(ADT)에 저항성을 보이면서 ‘전이성 거세저항성’ 단계로 발전한다. 이런 상태가 거세저항성 전립선암(CRPC)이다. 5년 추적관찰시 전체 전립선암 환자에서 10~20% 비율로 CRPC가 진행된다.

커비교수가 2012년 발표한 ‘거세 저항성 전립선 암 인구 특성화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 논문에 따르면,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생존기간은 평균 14개월이다. CRPC 환자의 84% 에서 전이가 발생했다.

논문은 “최대 12년 동안 관찰 된 총 71,179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관찰한 연구에서 얻은 데이터에 따르면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서 빈번한 뼈 전이가 일어난다. 생존 감소 및 삶의 질 저하가 급속도로 일어나고 예후가 좋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치명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이는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들이 최근 선별급여 제도의 수혜를 받은 까닭이기도 하다. '엑스탄디연질캡슐(엔잘루타마이드)'과 '자이티가정(아비라테론아세테이트)'은 다른 유방암 치료제와 함께 선별급여가 적용된 치료제다.

보건복지부 개정 고시에 따라 지난 5월 20일부터 두 약제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으로 'ECOG 수행능력평가가 0 또는 1인 경우'와 '통증이 없거나 경미하여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 하지 않는 경우'를 모두 만족한 전이성 거세저항성 환자들은 선별급여 30%를 적용받았다.

문제는 급여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상급종합병원의 교수는 “보통 뼈스캔으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전이여부를 판단한다”며 “하지만 급여 기준에서는 뼈 스캔을 인정하지 않는다. MRI와 CT 결과만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암 전이의 경우 폐와 간에서 일어난다. CT사진이면 진단이 충분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급여 기준을 뼈전이가 핵심인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급여기준이 CRPC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선별급여의 배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다른 의사는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1000~3000ng/ml이상 나타나고 뼈사진에서 이상소견이 보이는 경우 엑스탄디와 같은 약제를 쓰는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선별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제나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뼈스캔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은 급여를 적용받기 위해 증상이 완전히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며 “그러다가 통증이 시작되면 진통제를 처방해야 하는데 향후 급여를 적용받기 위해선 다른 병원에 가서 처방받으라는 편법도 일어난다"고 밝혔다.

심지어 의료진들은 선별급여 적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의 교수는 “보건당국은 일단 약제를 쓰라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삭감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삭감된 금액을 월급에서 까는 경우도 있다”며 “고가의 치료제인 만큼 약을 쓰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급여의 역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