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을 비우지 못한 제약사들의 손해가 막심하다. 창고에 쌓아둔 재고물량이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기업의 재고자산 가치를 깎아 먹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하락한 재고자산의 가치가 영업이익에까지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제약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초 수익을 기대하고 비축해 놓았던 재고물량이 이제는 골칫덩이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26일 팜뉴스는 주요 상장제약사 40곳의 상반기 보고서를 토대로, 기업별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손실금액의 규모를 확인했다. 재고자산 평가손실금액은 재고의 현재 가치가 당초 취득한 원가보다 어느 정도 하락했는지 그 손해액을 따져보는 것이다.

 

먼저 당초 취득했던 재고물량의 가치가 현 시가와 5% 이상 차이가 벌어진 곳은 셀트리온제약, JW중외제약, 한미약품, 동아에스티였다. 이는 애초에 재고를 100억원에 취득했다면 현재는 그 가치가 5억원이 빠져 나간 수준으로 재평가됐다는 의미다.

이렇게 원래의 재고 가치가 현 시가와 가장 많은 차이를 보이는 곳은 셀트리온제약이었다. 이 회사가 보유한 재고자산의 약 18%(83억원)는 현재 매겨진 시가보다 낮게 평가된 것이다.

셀트리온제약은 지난 7월 진천공장과 오창공장에 묶여있는 재고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이고 실제 시가를 재무제표에 반영함으로써 상반기에만 32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와 함께 재고자산의 폐기로 인한 손실도 15억원이 발생했다. 2중으로 47억원의 손해를 떠안은 셈이다. 셀트리온제약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5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재고자산의 가치하락이 실적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한미약품은 재고의 현재 가치가 처음 보다 8% 떨어졌다. 그 금액만 256억원 규모다. 회사는 이를 모두 과도한 재고자산(체화재고)으로 보고 폐기 대상으로 분리했다. 이 중 29억원은 상반기에 손실로 처리했다.

특히 한미약품의 경우 자체 개발 제품이 많은 만큼 전체 재고액(2,934억원)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6%(1,0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JW중외제약은 원래 재고의 가치에서 14%(182억원)가 증발했다. 이 중 상반기에 11억원을 손실로 반영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2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동아에스티는 재고 덕에 오히려 이익이 났다. 사실 이 회사가 보유한 재고의 현재 가치는 당초 취득가 보다 5.2%(61억원) 떨어졌지만, 지난해에 이미 손실액을 대거 반영하면서 이번 상반기에 9억원을 이익으로 챙길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동아에스티와 같이 하락한 재고의 가치를 미리 털어내고 갈 경우 다음 분기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당장의 손실은 피해갈 수 없다.

실제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올 상반기 재고손실을 35억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19%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웅제약도 깍아먹은 재고자산 규모와 폐기에 따른 손실을 합하면 영업이익(354억원)의 11% 수준인 41억원을 상반기에 손실로 처리했다.

동화약품 역시 재고 폐기에 따른 32억원의 손실액을 올 상반기 회계에 반영했다. 이는 영업이익(14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이 회사의 이익이 감소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외에도 광동제약이 재고 폐기에 따라 28억원을 손실로 잡았고, 영진약품은 버려진 재고와 가치 하락으로 인해 이익이 24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재고의 시가가 원래의 가치를 뛰어 넘으면서 이익이 발생한 곳도 있었다. GC녹십자(9억원), 보령제약(8억원), 동아에스티(8억원), 하나제약(3억원) 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재고자산도 늘어나는 추세다”며 “재고자산의 특성상 보이지 않는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적정한 재고 관리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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