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대표(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바이오 업계가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개발중심)에 주목하고 있다. 신약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지 않고, 외부 도입을 통해 오직 개발에만 집중한 뒤 이를 되파는 사업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새로운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에 대한 업계의 인식 전환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 NRDO 모델로 1조5천억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성과를 낸 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를 만나 국내 신약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 가치를 들어봤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

≫ 최근의 기술수출 쾌거가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회사는 지난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특발성폐섬유증 신약후보물질을 최대 11억 4,500만 유로(한화 약 1조 5,200억원)에 이전하는 기술수출을 체결했다.

그간 NRDO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비즈니스 모델이었지만, 이번 성과를 계기로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개발중심’ 사업모델에 대한 사회적 유연함도 좀 더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모델의 범위에 대해 한계를 짓는 것 보다 신약개발 바이오텍들의 다양한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 또한 신약개발을 진행함에 있어서 ‘연구(research)’를 비롯해 ‘개발(development)’이라는 서로 상이하면서도 굉장히 유기적인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인식이 조금 더 확산되길 기대한다.

≫ 현재 개발 중인 유망 후보물질은?

가장 앞서있는 개발단계의 후보물질은 ‘BBT-401’이다. 펠리노 단백질 저해제로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후보물질인 BBT-401은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등 염증성 질환에서 염증 신호 전달을 차단해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기존 치료제들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해당 물질은 작년 말 대웅제약과 ‘기술실시권 및 범아시아지역 22개 지역에 대한 글로벌 완제의약품 생산 판매권의 도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지난 1월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도입해 현재 전임상 진행 중인 차세대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BBT-176’을 개발하고 있다.

≫ 브릿지바이오만의 후보물질 선별 노하우가 있다면?

우선 빅파마들의 스카우터들이 찾는 분야들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결국 환자들의 미충족의료수요(unmet medical needs)를 집중적으로 살피기 때문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회사는 경쟁 약물이 없거나, 있더라도 한계가 존재해 개선된 치료옵션이 필요한 후보물질에 주안점을 둔다.

특히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빠르게 찾아내서 효과적으로 개발해야 하는데, 이를 다음 개발주자에게 제때 라이선스아웃 해 상업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발 역량을 특허 등으로 정형화 할 수는 없겠지만 경쟁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외주 기관들을 조율해 그 것을 실행해내는 것이 신약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량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이번에 기술 수출한 신약 후보물질 ‘BBT-877’의 개발 타깃 질환을 특발성 폐섬유증(IPF)으로 결정하게 된 것도 상대적으로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영역이라는 점이 의사 결정에 반영됐다. 시장의 매커니즘을 이해하고자 했던 게 역량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 적은 인력에도 설립 4년만에 놀라운 성과를 거둔 비결이 있다면?

브릿지바이오의 신약개발 모델을 운동에 비유한다면 축구의 ‘토탈 사커’와 비슷한다. 임상, 전임상, 제형연구 등 기본적인 기능들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주도적인 역할 수행도 필요하다.

특히 초기 개발부터 임상 2상 단계까지의 업무에는 토탈 사커 모델이 적합하다. 이후 3상부터는 다른 형태의 조직 운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 회사는 프로젝트 수행시 직원 개인별로 4억원까지 결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역할에 대한 책임을 맡기고 있다. 아울러 각 구성원 간의 전문성을 인정하며 상호 존중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로 강조하고 있다.

≫ 기업공개(IPO) 계획 등 향후 미션과 비전이 궁금하다

이달 초 성장성 특례상장을 목표로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청구서 제출을 완료했고 현재 이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절차가 원활히 진행된다면 연내 혹은 내년 초 코스닥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릿지바이오는 한국의 혁신과학을 글로벌 임상개발을 통해 혁신신약으로 키워 환자들의 건강한 삶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회사는 당분간 라이선스아웃을 통해 수익을 늘리고 개발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허가를 통해 선진국에서 자체 영업을 할 수 있는 글로벌 바이오텍 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각 단계별로 역량을 쌓아갈 것이다.

아울러 의약산업은 투자가는 물론, 정부기관, 특허제도, 언론, 보험제도 등 관련 영역이 모두 성숙해야 성장 가능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각종 제도와 신뢰 매커니즘, 대중의 이해도 등이 없으면 성장하기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 관계자들이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해 나갔으면 한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는 서울대학교 화학과 석사를 졸업한 뒤 25년 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연구·기획, 사업개발, 경영 전반의 경험을 갖춘 최고의 전문가다. 1993년 입사한 LG화학을 거쳐 2000년 바이오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를 공동 창업했다. 이후 2015년 브릿지바이오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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