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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로그’ 빠진 제약업계…직장인 ‘솔직 발언’ 화제
‘브이로그’ 빠진 제약업계…직장인 ‘솔직 발언’ 화제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9.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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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병원 10곳 방문하는 MR부터 48시간 근무중인 연구원까지 다양
영업한계·최저시급 등 남모를 고충도…‘숨은 이야기’까지 낱낱이 공개

제약업계 직장인들의 이색 유튜브 영상이 등장했다. 이들은 본인들의 일상을 공개하면서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자신이 다녔던 연구소 내부를 깊숙이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거나 제약사의 부조리한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한 솔직한 발언도 쏟아내고 있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지금 ‘브이로그(VLOG)’ 열풍이다. 브이로그는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의미한다. 유튜브 키워드 검색 도구인 ‘키워드툴’에 의하면, 유튜브 한국 채널 내 ‘브이로그’ 검색수는 2018년 8월 6만 5600건에서 2019년 2월 109만 1000건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유튜브 ‘브이로거(vloger)’들은 특정 주제보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최근엔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직 브이로거들이 늘고 있다. 브이로거들이 자신이 일하는 병원, 약국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내면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도 유튜브 브이로거들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유튜브 채널 ‘세일즈맨 주노TV’의 주인공은 다국적제약사의 영업사원이다. 주노는 1월 27일 올린 “다국적제약사 영업사원 브이로그”이란 제목의 영상에서 “미국계 제약회사에서 4년째 영업사원으로 근무 중이다”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3가지 품목을 담당중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다국적제약사 영업사원의 독특한 일상을 영상을 통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보통 월요일에는 사무실로 출근해서 회의와 마케팅 교육을 듣는다”며 “나머지 평일엔 필드에 나간다. 영업하면서 운전기술이 가장 많이 늘었다.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직업이다. 운전실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1년에 3만km정도 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병원 곳곳을 다녀야 하는 제약사 영원사원에게 운전은 곧 숙명이다.

제약 영업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는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신약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고객을 만나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가 가장 고민이다”며 “고객은 보통 의사다. 오늘은 새롭게 발견한 논문과 브로슈어를 통해 경쟁사보다 차별화된 장점을 말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주노가 의사를 만나는 시간대는 주로 오전 10시 이후다. 가급적 오전 9시는 피한다. 의사가 환자를 보기 시작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전 9시에 현장으로 출근한뒤 카페에 들러서 미팅을 준비한다. 물론 8시 30분경 의사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병원 업무가 시작하는 오전 9시 이전까지 의사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모닝콜’로 통한다.

영상 속에선 병원 안에서 긴장하는 주노의 모습도 나온다. 주노는 진료실 앞에서 “영업사원은 제품이나 질환에 대해 전문 지식이 많아야 한다. 최신 트렌드 보험사례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며 “고객과의 미팅에 주어진 시간은 보통 5분 정도다. 짧은 시간에 밀도 있는 설명과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허를 지르는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 공부는 필수다”고 밝혔다.

주노가 하루에 방문하는 의료기관의 숫자는 10곳 이상이다. 영상의 배경도 주로 병원이나 차안이다. 주노는 영상 말미에서 “병원과 병원사이를 하루 종일 뛰어다닌다고 보면 된다”며 “이번에는 원장님이 바쁘셔서 40~50분 정도 기다렸지만 성과가 있었다. 신약이 컴퓨터에서 처방되려면 코드를 잡아야 한다. 약제 사무실 사무과장에게 코드를 잡아달라고 얘기한 만큼 곧 처방될 예정이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시청자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한 시청자는 “동종업계 국내사에서 일하고 있는 영업사원이다”며 “너무 공감이 간다. 앞으로도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 했으면 좋겠다”라는 응원 댓글을 달았다. 다른 시청자는 “확실히 상품이 차별화가 있어야 영업하기가 편한 것 같다. 짧은 시간 안에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스킬이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낭또월드’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임상실험 연구소의 풍경도 접할 수 있다. ‘연구원의 하루’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브이로거 낭또의 카메라는 대형 병원의 내부를 깊숙이 담아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임상시험연구원의 ‘고충’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낭또는 “연구원 급여는 박봉이다. 신입은 최저시급을 받고 일한다”며 “야근은 야근대로 한다. 48시간 연구를 해야 한다. 2박 3일 동안 회사에 있어야 하는데 3년 3개월 동안 햇빛도 못보고 일했다. 얼마전 연구원직을 그만둔 이유”라고 설명했다.

‘낭또월드’의 주된 시청자는 임상시험연구원을 꿈꾸는 취업준비생들이다. 한 시청자는 “대형 병원 건물이 멋있어서 근무환경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다. 꿈을 정하는데 참고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다른 시청자는 “영상을 보니, 임상시험연구원은 정말 재정적으로 풍요롭고 연구정신이 투철한 사람에게 맞는 직업같다”며 “한때 연구원에 대한 꿈을 가져봤지만 이제는 안정적이고 여가생활이 가능한 직업을 선호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제약사 소속 전직 연구원 A 씨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자신의 솔직한 경험담을 쏟아내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안과 연구실에서 인공눈물이나 녹내장 관련 제네릭이나 개량신약 연구를 많이 했다”며 “제네릭으로 만들 만한 성분을 수개월 동안 찾았다. 12개까지 만들어봤는데 제가 연구한 제네릭이 약국에서 팔리면 보람이 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공장에 가서 시험테스트를 한 뒤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욕을 먹었다. 생산비가 많이 들거나 영업 결과가 좋지 않아서 연구를 그만두라고 할 때도 허무했다”며 “돈을 아낀다고 1회용 바이알을 재활용하고 있었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갈수록 연구원이란 직업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직을 결심한 이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약업계의 브이로그가 ‘진정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브이로그의 장점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자신의 일상이나 직업의 공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상파 방송은 포장이 많고 실제 현장의 느낌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할 때가 많다”며 “하지만 유튜브 브이로그는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기 때문에 공감의 여지가 크다. 제약업계 현실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이 유튜브 영역에서 관심이 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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